한국은행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자금순환표는 국민경제 내에서 발생한 금융거래 즉 자금흐름이 정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 상호간에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통계로 각 부문별 자금 조달과 운용 그리고 금융자산과 금융부채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지난 3월 발표한 2012년 연간 자금순환표의 특징은 두 가지였다.
첫째,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자금 잉여, 즉 소득 가운데 쓰지 않은 자금 규모가 전년도보다 크게 늘어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큰 액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기업 부문은 특성상 자금부족 상황인데 작년 말에 자금부족 액수가 전년도보다 크게 줄었다. 이 것은 기업들이 설비투자 등 자금지출을 줄였기 때문이다. 두 가지 모두 미래 경제상황이 불투명해 가계와 기업 모두 자금운용을 극히 보수적으로 운용했다는 것을 뜻한다.
최근 자료에서 나타나는 두번 째 특징은 우리나라의 정부, 가계 및 비영리단체, 그리고 기업 부문의 금융부채 총액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현재 가계·비영리단체·비금융 민간기업·일반정부의 부채 총액은 360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경제규모보다 세 배나 크고,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시보다 높은 것이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1272조5000억원) 대비 부채 총액 비율은 283%로 2003년 221%, 2008년 274%, 2009년 278%보다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화를 시작한 이후 정부 재정관리를 엄격히 유지해 오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에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세계적인 공조 속에 적자재정을 편성함에 따라 재정이 다소 약화되기는 했지만 국제적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재정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편이다.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이러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앞에 소개했듯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부채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다. 절대적인 금액도 늘고 있지만 경제 규모와 비교한 비율로 보아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우리는 유로존 국가들의 경우 재정상황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한 순간에 재정위기가 몰아닥친 것을 목격했다.
외환위기와 신용카드 위기 등 두 번의 국가적 경제위기를 겪은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느 한 부문에 대해서도 소흘하거나 게을리하지 말고 거시경제 운용을 세심하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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