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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이에요?"

"얘 몇살이에요?"
"여섯 살이요."
"이렇게 큰 애가 여섯살이에요?"
"원래 좀 키가 커서 그래요!"

버스 기사와 어린 아이를 데리고 막 버스에 오른 어머니 사이의 대화다. 기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지만 이미 타고 있는 승객들은 자칫 이 일로 버스가 출발하지 못하고 지체되는 것 아닌가 하는 눈길을 앞쪽으로 보낸다. 기사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어머니는 이런 승객들의 응원 아닌 응원에 힘을 얻어 기사의 다음 반응을 기다리는 대신 재빨리 안쪽으로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 버린다. 버스에 타고 있다 보면 이런 작은 실랑이를 목격하곤 했다.


기사 입장에서는 시간을 더 끌더라도 차의 시동을 끄고 이 문제를 더 확실히 따져 아이의 요금을 받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우선 막대한 직ㆍ간접적 비용이 발생한다. 그 뿐 아니라 논쟁 끝에 결국 그 어머니 말이 사실일 경우 기사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전혀 얻는 것은 없을 수도 있다. 나아가 기사 입장에서는 아이 요금 한 명 더 받아내는 것이 자신의 월급과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결국 기사는 문을 닫고 출발한다.

모두에게 만족스런 결과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의 버스요금에 지나지 않지만 이 사례를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또는 다른 공공 기금의 운용에 결부시켜 생각해 보면 문제가 심각해 진다. 경제성장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시키느라 우리나라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20여 년간 정부는 각종 사회보장 장치를 만들고 확충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적 관심이 더욱 집중되면서 복지 지출을 더 빨리 늘려가고 있다.

문제는 날로 늘어나고 있는 부정 사례다. 정부는 어려워지고 있는 세입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복지 확충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약가계부라는 내용의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돈의 단위는 아무리 작아도 몇십억 원, 크게는 조 원으로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실감이 가지 않는 규모다. 그 내용은 대부분 각종 세부담 경감조치를 환원 내지 축소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과세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새로운 세원을 확보하는 것 못지 않게 공공기금의 운용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지인들 사이에서도 건강보험 부정수급 사례라든지 복지비 부정수급 사례 같은 것은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그 수법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작은 규모의 부정을 모두 적발하거나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일일이 대응하려면 거기에 소요되는 비용이 작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이런 부정 사례가 더욱 늘어나면 결국 수십 조 규모의 공약가계부로도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유럽 일부 국가들이 최근 수십 년간 계속된 공공기금의 누수 등으로 인해 결국 사실상의 국가부도상태에 빠진 사례가 이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버스 요금은 공적 기금은 아니지만 공적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국민들도 이제는 버스가 조금 지체되더라도 기사와 아이 어머니 사이에 공정한 해결이 이뤄질 때까지 기다려 줄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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