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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물가 비상, 재래시장 울상

(※ 한국 언론을 아끼는 마음에서 부담을 안고 몇 자 적습니다.)

어제 TV 뉴스에는 제법 무시무시한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고랭지 배추·무 쑥대밭…추석 앞둔 '밥상물가' 비상"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서 앵커는 채소값 상승세가 추석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밥상물가가 걱정이라는 소개 발언을 했다. 이어 현장을 연결한 장면에서 한 농민은 "날씨가 너무 뜨거워서 배추가 너무 작황이 안 좋아요"라고 증언을 한다. 이 기사를 보는 사람들은 대체로 "추석이 다가 왔군"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고랭지 배추는 말 그대로 냉랭한 기후 조건이 필요하다. 온도가 올라가면 작황이 안 좋을 수 밖에 없고 단가는 올라간다. 올해는 여름 기온이 좀 높은 편이었다. 따라서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기사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표현인 "밥상물가 비상"이라는 부분이다. 


그런데 필자는 "밥상물가"란 무엇이고 또 "비상"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이르는 것인가가 궁금해졌다. 아마 이런 보도를 담당해 본 기자에게 이렇게 구체적으로 캐 물으면 "다 그런 거지 뭘 따지느냐"는 식의 반응을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또 명절이나 중요한 시점이 다가 오면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기사가 있다. 재래시장을 찾아 경기 상황이 어떤지 보여주는 내용이다. 그런 기사에서는 의례 장사를 하는 복장의 나이 든 상인이 등장해서 직접 "내가 평생 여기서 장사하는데 올해처럼 경기가 안 좋은 때는 없었다"며 "당장 공과금도 올라갔고 생활비도 올랐는데 걱정이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사실일까? 그 상인은 왜 매년 기록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장사를 계속 하는 걸까? 알고 보면 그 상인은 취재를 맡은 기자 당사자보다 더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내 주변에 보면 경기가 안 좋다고 하지만 월급쟁이인 나보더 몇 배나 더 잘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은 방송 카메라 앞에서 "장사가 잘 돼 신난다"고 말할까? 이 기사를 보도한 기자에게 또 조목조목 따져 물으면 역시 "다 그런 거 아니냐"고 말할 것 같다.

다 그런, 즉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기사를 내보내는 언론사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위 사례에서 거짓 정보나 지어낸 내용은 없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다른 언론사의 다른 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리는 비용이 예년보다 더 많이 오른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기사를 접하는 독자 입장에서 별로 도움이 될 일도 없는 기사는 기사로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과거에는 정보에 대한 접근이 언론인들에게만 허용된 경우가 많았고 또 정보원 입장에서 불편한 마음에 숨기고 싶어 하는 정보는 언론인들이 이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함으로써 독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큰 역할을 기자들이 하곤 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정보의 과잉 시대라고 할 정도로 모든 정보는 웬만큼 노력만 하면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은 정보를 그 가치 순서대로 정열해 주고 맥락이 확실치 않을 때는 그 맥락을 첨가해 보다 가치 있는 정보로 재생산해 주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별 것 아닌 기사인 줄 기자도 알고 독자도 안다면 그냥 생략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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