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15일 페이스북에 남겼던 글을 보관용으로 이 곳에 옮겨 놓습니다)
컨센서스 --
"법 대로 하자"는 말은 오래 생각해 보지 않아도 썩 듣기 좋은 아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일은 상호 이해 혹은 합의, 즉 컨센서스에 따르면 가장 좋고 서로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또는 가장 손해가 적은) 해결책이 되는 것이다. 컨센서스의 사전적 의미는 한 집단 전체가 도출한 하나의 견해 혹은 입장이다. 이렇게 설명하고 보니 컨센서스에 따라 일을 처리하면 되니 세상 일은 어려울 것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 사이에는 사실 두 명이 됐든 2천 명이 됐든 이렇게 컨센서스가 도출되고 그 결과 자신이 개인적으로 합의하지 않더라도 이미 모두가 합의한 컨센서스에 흔쾌히 자신의 주장을 굽히는 상황은 생각 만큼 흔하지 않다. 서로 죽도록 사랑해 결혼한 뒤 수십 년을 살아온 끝에 부부가 결국 둘 사이에 불화를 원만히 해결하지 못해 자신들의 운명을 판사의 결정에 맡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을 법정에서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나라마다 주요 사안에 대해 컨센서를 슬기롭게 도출해 내고 또 일단 컨센서스가 도출되면 그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라도 뜻을 굽히고 그 컨센서스를 받아들이는 일에 뛰어난 국가가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그런 일을 잘 못하는 나라도 많다. 나는 대한민국의 경우 이 부문에 있어서 만큼은 "잘 못하는" 나라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컨센서스보다는 판사의 판결이 문제를 해결하는 빈도가 높아져 왔다. 그러다 보니 판사가 마치 현자(賢者)라도 되는 양 정의의 심판자 노릇을 하고 있다. 사실 법정 다툼으로 가는 많은 일은 그 전에 당사자들 사이에 컨센서스를 도출해 원만하게 해결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따라서 법정 다툼까지 갔다면 승소를 하건 패소를 하건 이미 모두 패배자인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판사들은 기분이 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판사는 수많은 직업 중 하나로 현행 법의 해석을 하는 권한을 가진 것 뿐이다. 우리 사회가 유독 컨센서스 도출에 미숙한 것은 역시 교육의 실패가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일차 책임은 가정교육의 실패에 있고 취학을 해서 20여 년에 달하는 공식 교육 과정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차적 문제라고 본다.
우리 주변에서도 어떤 단체에서 컨센서스를 도출하려 토론을 진행한 끝에 자율적으로 합의 도출이 안 돼 결국 다수결로 결정하려 시도하지만 소수 의견을 가진 소속원들이 단순다수결로 해결하는 것이 부당하다며(혹은 "정의"에 어긋난다고) 농성을 벌이다가 결국 법정으로 결정을 끌고 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법원은 대부분 애초 다수결로 결정을 내렸을 때와 유사한 취지의 판결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3심제 아래 대법원까지 소송은 계속되고 어떤 경우는 대법원 판결도 받아들이지 않아 헌법재판소까지 일을 끌고 간다.
이렇게 되다 보니 대한민국에서는 사소한 것도 법이나 규정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 대세가 되었고 어떤 규정은 정말 우리가 인간이기를 정녕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의 내용도 많다. 지하철에서 노약자 지정석을 만들어 놓으니 임신부들이 부당하다고 해서 임신부들도 대상자에 포함시키도록 규정을 바꿨다. 그렇지만 노약자/임신부가 아니고도 그 자리를 먼저 차지해야 할 사람은 무수히 많을 수 있다. 결국 컨센서스에 실패함으로써 규정(법)을 만들어 놓고 우리는 의기양양해 하고 있는 꼴을 매일 보고 있는 것이다.
규정(법)이 너무 많고 당연히 애매하다 보니 비리가 끼여드는 것이고 오히려 다툼은 많아져 결국 법정까지 가는 일도 많다. 컨센서스를 도출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일은 대한민국 국민이 되는 그 순간부터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우리 자식들 세대만큼은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무조건 법정으로 달려가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해 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블로그 검색◀
▶최근 7일간 많이 본 글◀
-
세계 최대 가전 및 IT 전시회인 CES에 올해도 전 세계에서 관람객이 모여들었다. 행사 주최자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집계에 따르면 올해 관람객은 총 14만1천 명 이상으로 지난해(13만5천명)보다 약 5% 늘어난 수준이다. 2024년에는 참가...
-
인공지능(AI) 기술은 이를 활용한 시스템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발전하면서 AI 기술을 다시 한 단계 끌어올리는 선순환 속에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25년에는 에이전트형 AI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제시되는 ...
-
AI와 기타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로봇의 역할과 적용 범위 확대 등 로봇산업이 기존 제조업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어 성장세가 가속화고 있다. 이에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로봇의 발전을 4단계로 분류하였으며, 현재는 로봇이 산업을 넘어 인간의 생활...
-
미국 내에서 생성형 AI를 정부 업무에 활용하는 방안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이런 가운데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생성형 AI를 미국 교통부 규칙 초안 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AI가 작성한 규칙(AI-Gener...
-
(※ LG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미래지향적인 의사결정, 직관에 대한 경계와 의심부터』라는 제목의 보고서 가운데 직관 및 인지적 오류의 문제에 관한 부분을 소개한다. 보고서가 길어서 나머지 부분은 생략했다. 인간은 다양한 요인 때문에 알고 보면 어처구니...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fb
KoreaViews
*스크랩
부동산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미국경제
통화정책
공유
무역분쟁
AI
아베노믹스
가계부채
블록체인
가상화폐
한국은행
환율
국제금융센터
원자재
외교
암호화페
북한
인공지능
외환
중국
미국
반도체
인구
한은
생성형AI
증시
논평
에너지
정치
하이투자증권
코로나
금리
자본시장연구원
연준
주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출
중동
산업연구원
채권
한국금융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
일본은행
BOJ
국회입법조사처
자동차
칼럼
ICO
한국
KIEP
미중관계
삼성증권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인플레이션
전기차
지정학
AI반도체
IBK투자증권
NIA
TheKoreaHerald
분쟁
브렉시트
현대경제연구원
BIS
CRE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KIET
NBER
OECD
대신증권
로봇
무역
미국대선
배터리
상업용부동산
수소산업
원유
유럽
유진투자증권
자본시장
저출산
전쟁
ECB
EU
IBK기업은행
IEA
LG경영연구원
PF
PIIE
경제학
공급망
관광
광물
규제
기후변화
로봇산업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생산성
선거
신용등급
신흥국
씨티그룹
아르헨티나
엔
연금
원자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연이자율
중앙은행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패권경쟁
한국무역협회
혁신
환경
Bernanke
CBDC
CEPR
CES2025
DRAM
ESG
FT
HBM
IPEF
IRA
ITIF
KDB미래전략연구소
KISTEP
KOTRA
MBC라디오
NARS
NIPA
NIST
NYSBA
ODA
RSU
SNS
Z세대
iM증권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특구
고용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금융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제유가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금
금융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트윈
러시아
로슈
로이터통신
말레이시아
머스크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방위산업
버냉키
법조
복수상장
부실기업
블룸버그
사회
삼프로TV
석유화학
소고
소비
소통
수출입
스테이블코인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싱가포르
아이엠증권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에이전트AI
예금보험공사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인재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참고자료
철강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테슬라
통계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트럼프
팬데믹
프랑스
플라자합의
피치
하나금융연구소
하나증권
하마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해리스
해외경제연구소
홍콩
횡재세
휴머노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