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03

주택시장 동향에 대한 몇 가지 생각

어제 "주택시장 회복 여건 꾸준히 개선"이라는 제목의 글(☞ 여기를 클릭)을 블로그에 올린 이후 몇 가지 질문을 한 분이 있어 차제에 그에 대한 답을 할 겸 관련된 주제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참고로 어제 글을 올릴 때도 그랬지만 필자는 이 분야에 대한 학술적 지식은 매우 부족하며, 대부분의 설명은 기자로서 오랜 동안 관련 기사를 다루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혀 둔다.


1. 최근 일련의 세제 변경은 어떤 영향을 미쳤나?

한국의 주택 관련 세제는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한 큰 틀에 결정적 변화를 줄 만한 것이 최근에는 없었다. 2000년대 중반의 주택시장 과열과 이로 인한 가계부채 급증이 한국경제의 안정성에 최대 저해 요인으로 부상한 이후 이를 억제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그런 세제가 도입된 만큼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다른 해법을 찾기 전에는 주택 관련 세제의 큰 틀이 변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주택 관련 세제 혜택 변경 등 일련의 정책은 대부분 주택 거래 활성화, 저소득층의 주택 마련 지원, 그리고 과도한 주택 관련 부채로 경제활동에 지장을 느끼는 기존 주택 소유주에 대한 지원 등을 목적으로 실시돼 왔다. 따라서 두 정부의 각종 주택 관련 세제 변경은 주택시장의 근본적인 추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2. 주택 구매 심리 호전 방도는?

질문하신 분은 "과도하게 위축돼 있는" 주택 구매 심리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과연 과도하게 위축돼 있는 것인지 과거의 과도한 관심이 정상 수준으로 조정되고 있는 것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필자는 후자의 관점을 갖고 있다. 물론 주택 시장 회복으로 인해 이익을 얻을 기업이나 산업 종사자들은 현재의 상황이 "과도한 위축"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여기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데,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는 항상 양쪽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단기적인 주택 구매 심리 호전 방안이 있을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런 것이 있었으면 벌써 채택했을 것이다. 다만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잠재 주택 구매자, 기존 주택 소유자, 그리고 관련 산업 등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확실한 정책 기조를 수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체제를 갖춰 놓아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두 정부가 새로운 주택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그 목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은 좋은 관행이라고 생각한다.

3. 주택 구입층이 중장년층 이상인데, 어떻게 봐야 하나?

단순하지 않은 문제다. 일단 한국의 엄청나게 경직적인 고용제도(채용, 고용 지속 및 해고까지 모든 차원에서 그렇다는 뜻이다)로 인해 최근의 견고한 고용상황으로부터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은 주로 중ㆍ장년층이다. 결국 중ㆍ장년층이 한국 경제의 소비를 주도하게 된 것이 한 가지 특징이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젊은이들이 부모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 깊어 지게 되고 중ㆍ장년층은 이렇게 길어지는 자식 부양 때문에 소비에 제약을 느낀다는 것이다.

또한 오늘날의 중ㆍ장년층은 부모를 전적으로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들의 부양을 기대하기 힘든 첫 세대라고 하는 말처럼 자신들의 노후 대비에 할애할 여력이 적다. 게다가 출범한 지는 25년이나 돼 가지만 국민연금은 여전히 제도로서 정착 단계에 있고 보장이 노후 생활에 충분한 수준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젊은 세대의 소비 여력과 미래가 모두 미흡한 상황은 주택 시장에 제약 요인이 될 것이다.

4. 전세제도에 대한 견해

한국의 전세제도는 선진국 가운데 거의 유례가 없는 특징적인 것이다. 이에 대해 견해를 물었다. 필자는 전세제도는 과거 "자금 마련을 위한 계모임"처럼 서서히 퇴조할 것으로 생각하며 또 그것이 장기적으로 맞다고 본다. 제도적으로 이를 금지하기는 힘들겠지만 제도적으로 월세나 주택 구매에 혜택을 집중함으로써 전세제도를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5. 향후 주택 정책

한국의 전체 인구는 최근 추계 대로라면 2030년에 정점에 달한 뒤 서서히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변화 추세 등에 따라 가구의 수는 꾸준히 늘고 가구원 수는 반대로 줄 것이다. 결국 기존과 같이 가족 단위의 가구보다 1인 가구나 기타 목적의 비혼인 동거인들로 구성된 가구가 크게 늘 것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한 주택 시장이 앞으로 관심을 끌 것으로 생각한다.

정책적 차원에서는 주택 관련 기존 금융부채를 대폭 해소하는 한편 다양한 금융 기법의 발달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채는 서서히 늘고 소득은 빨리 늘면 좋지만 그럴 수 있는 묘안은 없다. 그렇다면 기존 부채를 대폭 유동화시키거나 사업 목적으로 빌린 주택 담보 대출을 기업대출로 넘기는 대신 그에 따르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만들 수도 있겠다.

6. 언론의 역할

주택은 보기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를 띄는 대상이다. 공장에서 만들어서 판매하고 마는 것이 아니다. 집값이 하락하면 주거 안정에는 도움을 주겠지만 소비에는 좋지 않으며 금융시스템에도 다소 부담이 된다. 건설경기에도 영향을 주고 세입에도 영향을 준다. 그런 만큼 주택 시장에 대한 기사를 다루는 언론사들은 그 때 그 때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기사를 다룰 것이 아니라 보다 균형감 있고 전문성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하겠다.

실례로 집값은 전국적으로 보면 큰 변화가 없는데도 특정 지역에서 그것도 거래된 주택에 한해서 폭락했다느니 폭등했다느니 하는 방향으로 보도하는 것이 단적인 예라고 하겠다. 라면 같은 소비재는 가격이 변하면 전국에서 판매되는 라면의 가격에 비교적 즉각적으로 반영된다. 그러나 집값은 좀 다르다. 옆집이 낮은 가격에 매매됐다고 해도 내 집은 팔지 않는 한 큰 변화가 없는 것이다. 물론 그런 것이 모여서 공시가격에 영향을 주면 세금이나 대출가능액수 등에는 영향을 주겠지만 주택 한 두 채 시세가 미치는 영향은 적은 편이다. 

이 블로그 검색

라벨

국제 (1298) 경제정책 (1084) 경제일반 (1074) 경제지표 (1058) 금융시장 (950) 기타 (855) 한국경제 (645) *논평 (475) 보고서 (442) 산업 (299) fb (263) *스크랩 (210) 중국경제 (209) 부동산 (154) 책소개 (88) 트럼포노믹스 (84) 뉴스레터 (79) 일본경제 (59) 아베노믹스 (34) 가계부채 (29) 공유 (25) tech (24) 북한 (20) 가상화폐 (19) 블록체인 (19) 암호화페 (19) 원자재 (8) 무역분쟁 (7) ICO (6) 코로나 (5) 브렉시트 (4) 인구 (4) 터키 (2) 중동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