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후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발표문이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매파적인 느낌을 풍기면서 투자자들이 약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회의 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주춤해 지고 있다는 지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FOMC가 "테이퍼링" 시점을 2014년 3월 이후로 미룬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 줄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렇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무엇이 연준으로 하여금 경기 회복세 부진을 암시하는 지표들을 무시하게 만들었을까? 그렇다면 결국 연준은 내년 3월 이전이라도 테이퍼링에 착수한다는 뜻일까? 이런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설명이 한 외국계 투자은행 분석가로부터 나와 요약ㆍ소개하고자 한다.
※ 정확히 연준은 무엇을 말했나?
이번 연준 발표문의 주 내용은 1) 노동시장 상황 개선, 2) 가계소비 증가, 3) 기업 고정투자 증가, 그리고 4) 경제 전반에 기조적 강도가 QE3를 시행하기 시작한 작년 9월과 비교해 대체로 강화 등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9월에 발표한 내용과 별로 바뀐 것이 없는데 시장에서는 일제히 이를 매파적이라고 인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경제 평가는 9월과 달라진 것이 없지만 최근 경제지표보다는 낙관적이라는 것이 문제다. 경제 회복세가 약화되고 있다는 많은 지표 가운데 연준이 이번에 인정한 것은 주택시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 뿐이다. 이렇게 되자 투자자들은 연준이 다른 약세 요인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결국 테이퍼링을 조만간 실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 연준이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속사정은 무엇인가?
연준은 왜 이렇게 많은 약세 요인 가운데 주택시장 한 부문만 언급하고 넘어가려 하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대략 3가지 시나리오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첫째, 연준 이사들이 최근의 지표를 꼼꼼히 챙겨보지 못했을 수 있다. 인정하긴 뭣하지만 연준은 지난 2년간 대체로 경제에 대한 과대평가를 해 온 전례가 있다.
둘째, 연준 관계자들은 사실은 경제 둔화세를 나타내는 최근의 지표를 보기는 했지만 정말로 간절하게 테이퍼링을 실시하기를 원하고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최근 고용동향과 인플레이션 수준 등을 감안하면 이러한 추측도 얼핏 납득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셋째 시나리오가 어쩌면 납득하기 쉬울 것이다. 즉, 연준으로서는 지금 최대한 매파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달 말께 열릴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지명자의 인준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연준으로서는, 그리고 세계 경제 입장에서는 가장 생각하기 싫은 것은 내년 1-2월 미국 정치권이 다시 예산과 부채한도 협상을 둘러싸고 대치 국면으로 돌입하는 가운데 연준 의장이 취임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연준으로서는 그런 상상하기도 싫은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매파적인 모습을 견지함으로써 인준청문회를 무사히 마치려 한다는 것이 셋째 시나리오다. 옐런은 결코 매파가 아니다. 하지만 옐런은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매파적인 것처럼 보임으로써 신임 의장으로서 무사히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 최대의 목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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