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차기 한국은행 총재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9일 열린다. 한국은행 총재는 과거 대통령이 국무회의 논의를 거쳐 일방적으로 임명하던 것을 최근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이 후보자 지명을 하고 이에 대해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인사청문회 결과 보고서를 채택해 견해를 밝힐 수는 있지만 대통령의 임명 자체를 막을 권한은 없다.
그렇더라도 청문회 내용이 일반 국민들에게 그대로 중계되고 중요 내용은 언론을 통해 상세히 보도되기 때문에 후보자가 도덕적 혹은 기타 자격에 큰 흠결이 있을 경우 여론이 움직이게 되고 대통령은 그런 여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이런 제도를 만들어놓은 취지다. 즉 국회가 임명 거부권을 가질 경우 행정부와 입법부가 다른 사안으로 대립할 경우 그로 인해 특정 관료의 임명이 방해받는 일이 벌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이렇게 해놓은 것이다.
과거에 보면 여당과 야당 사이에 다른 문제로 갈등이 격화될 경우 국회의 임명 동의를 필요로 하는 국무총리 등의 임명 동의안이 처리되지 않아 정부 구성이 차질을 빚는 경우까지 있었던 것이 이를 잘 나타내 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인사청문회 제도의 운영상 미숙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업무 적격성 혹은 정책에 대한 판단 등을 검증하는 데 집중하는 대신 개인적인 과거 행동이나 일반적인 정치적 신념 등 비업무적 영역에 과도한 시간을 할애한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이 후보자의 경우 35년간 한국은행에만 근무한 것이 경력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정책 분야에 질문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 누가 누구를 검증하는가
▶ 누가 누구를 검증하는가
국회 인사청문회는 여전히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후보자의 기본 인적상황에 대한 검증이 청와대에서 철저히 이루어지고 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형성돼야 국회가 본격적으로 후보자의 업무 관련 자질이나 정책 노선 등을 검증할텐데 최근까지도 1차적인 검증에 대한 허점이 많이 드러나 국회 인사청문회장까지 1차적인 검증이 계속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청와대의 검증 미비만 비난할 일은 아니다. 국회의원들은 각자가 헌법기관으로 작게는 국민 생활, 나아가 국가의 존망까지 영향을 미칠 법을 제·개정하는 권한을 가진 만큼 그에 걸맞게 많은 권한이 주어진다. 특히 전문성을 보강하기 위한 보좌관 등 인력을 고용하도록 국가가 보장하고 있으며 이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제기하는 질문의 수준은 국민들 사이에 웃음거리가 될 정도인 경우가 종종 있다. 더구나 이번 인사청문회의 대상은 세계 15대 경제국, 7대 수출국, 7대 외환보유국이며 주요 20개국 의장국을 지낸 대한민국 경제정책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국은행 총재 후보인 것이다. 자녀 병역이나 본인 재산 사항에 대한 질문도 일부 나올 것이라고 국내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검증의 주 내용은 당연히 정책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또 그렇게 돼야만 한다. 과거 국정감사장에서 어떤 의원이 당시 한국은행 총재에게 "인플레이션이 높아서 국민들 생활이 힘든데 금리까지 인상한 것이 말이 되느냐"며 "사과하라"고 고함치던 장면이 아직도 뇌리에 떠오른다. 금리를 인상하는 주된 원인은 바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학력이나 상식에 있어 세계 최고에 속한다. 현직 대통령이 누군지 잘 모르는 사람이 파다한 어느 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제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나아가 각 정당 인사들은 국민들이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누구를 지켜볼 것인지 잘 인식해야 한다. 한국은행에서 35년간 일했던 이주열 총재 지명자만 바라보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들은 그를 검증하는 국회의원들을 검증하려 한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로이터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