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발간한 Economic Letter를 통해 객원 연구원인 독일 괴테대학교 라인트 그롭 교수의 헤지펀드에 관한 글을 게재했다. 『How Important Are Hedge Funds in a Crisis?(위기시 헤지펀드의 중요성)』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저자는 헤지펀드가 금융 불안시 충격을 증폭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이 보고서에서 저자는 금융기관간 스필오버 파급 정도를 숫자로 계산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헤지펀드에 대해 선진국 규제 당국이 신경을 쓰는 것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로 매우 흥미로운 글이다. 여기에서는 보고서의 도입부와 본론 중 중요 단락, 그리고 결론을 소개한다. 보고서 전문은 아래 제목을 클릭하면 받아볼 수 있다.)
《How Important Are Hedge Funds in a Crisis?(위기시 헤지펀드의 중요성)》
지난 2007-2009 금융위기 이전에 사용된 표준 리스크 측정 방법들은 금융시스템이 직면한 위험을 상당한 정도로 과소평가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당시 사용된 방법들이 일반은행, 투자은행, 헤지펀드, 그리고 보험사 사이의 연계성을 제대로 감안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한 유형의 금융기관에서 자금사정이 악화되면 그 효과는 다른 유형의 기관으로 파급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파급(스필오버)효과를 보다 정확히 계측할 수 있는 기법을 사용해 분석했으며, 그 결과 위기시 시스템리스크를 촉발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이 바로 헤지펀드일 수도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 시스템 차원에서 헤지펀드의 중요성
대부분의 논자들은 헤지펀드가 시스템 차원에서 중요하다는 것 정도에는 인식을 같이 하지만 부정적인 금융 충격을 전파하는 데 있어 이들이 담당하는 역할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 있지 않다. 아래 그림 1과 2는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모델을 적용해 서로 다른 유형의 금융기관 사이에 충격이 전파되는 상황을 분석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 두 그림에서 빨간색 화살표는 부정적 스필오버 효과의 방향을 나타내며 그림 2에서 녹색 화살표는 보험사로부터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화살표의 두께는 효과의 강도를 나타낸다. 즉 가는 선은 스필오버가 통계상 유의미하나 경제적으로는 미미한 것을 나타내며 두꺼운 선은 통계상 및 경제적 모두 중대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림 1은 평상시 헤지펀드로부터 시작되는 스필오버가 다른 기관들로부터 시작되는 것과 비슷한 정도로 미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림 2에서 보듯 위기가 발발하면 스필오버는 전 기관 유형에서 공히 증가한다. 특히 헤지펀드는 다른 3개 유형의 기관들에 대해 경제적으로 심대한 스필오버를 끼친다.
위기시 헤지펀드로부터 시작되는 스필오버가 강해지는 이유와 다른 기관들과 비교해 더욱 그 강도가 큰 이유는 무엇일까?
헤지펀드는 보통 투명성이 다소 떨어지며 차입 비율이 높다. 헤지펀드가 자산을 헐값에 청산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시스템 차원에서 중요한 기관들이 부도에 직면하거나 그와 비슷한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이들은 첫째, 거래상대방이나 채권자라는 점 때문에, 그리고 둘째, 자산가격의 급격한 조정을 통해 각각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한 사례로 소위 로스-마진 악순환을 들어 보자. 어떤 헤지펀드가 마진콜 때문에 강제로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려 한다고 가정하자. 이 때 자산 공급이 증가하므로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그 하락세는 특히 유동성이 저하된 상황에서는 더욱 급격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다른 기관들도 더욱 많은 마진콜을 당하게 되며, 가격은 더욱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또 다른 사례는 한 투자은행이 회사채 투자를 헤지하기 위해 신용부도스왑(CDS)을 활용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때 거래 상대방이 된 헤지펀드가 이 거래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바로 그 당사자 투자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게 되면 헤지펀드로부터 이 투자은행으로의 스필오버 위험은 더욱 증대되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 연구 결과를 퍼센트로 나타내 보면, 평상시 헤지펀드의 리스크가 1%포인트 증가할 때 투자은행의 리스크는 0.09%포인트 증가하지만 금융시장 긴장시 똑같은 크기의 헤지펀드 리스크 변화는 투자은행 리스크를 0.71%포인트나 높이게 된다. 그런데 이것을 일반은행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평상시 일반은행 리스크 1%포인트 증가는 투자은행 리스크를 0.01%포인트만 높이는데 금융 긴장시에도 그 증가폭은 0.05%포인트로 소폭 높아지는 데 그친다. 투자은행으로부터 다른 금융기관으로의 스필오버 파급 내용도 이와 유사한 정도로 미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보험사로부터의 스필오버는 평상시와 위기시 모두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 결론
다른 유형의 금융기관간 연계로 인해 금융시스템 전체 리스크 측정 방법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부정적 충격은 금융기관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다른 기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파급되기도 한다. 우리는 이번 연구에서 과거보다 개선된 방법을 사용해 스필오버를 계측하려 시도했으며 그 결과 평상시와 위기시에 각기 리스크 스필오버의 강도와 지속기간 모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 우리는 기존의 표준 방식을 사용할 경우 평상시 스필오버는 과대평가되고 위기시 스필오버는 과소평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여러 유형의 금융기관 가운데 헤지펀드가 충격을 전파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이며, 그렇게 해서 헤지펀드는 과거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심대하게 시스템 리스크를 증폭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블로그 검색◀
▶최근 7일간 많이 본 글◀
-
《책 소개: The Singularity is Nearer》 인공지능(AI) 기술이 오늘날 보여주고 있는 혁신을 지속한다면 20년 뒤 인류에게는 어떤 변화를 주게 될까? 득이 될까, 독이 될까? AI 기술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
-
AI 정책와 규제 등에 관해 '루이자 뉴스레터'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루이자 하로브스키가 자신의 "AI 북 클럽" 활동을 통해 2024년 소개된 책에 관한 반응 등을 고려해 15권을 추천했다.
-
트렌드포스, IDC, 가트너 등 3개 주요 시장조사 기관이 2025년 주요 기술 트렌드 전망 보고서를 각기 발표했다. 이들은 모두 올해 전 세계 기술 발전을 주도한 AI가 새해에도 핵심 키워드가 되리라고 전망했는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이 3개 기...
-
나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 마지막 페이지까지 차근차근 읽어야 다음 책을 읽기 시작하는 편이다. 이런 습관 때문에 정기구독 중인 계간지가 배송되어도 읽고 있는 책이 있으면 때를 놓쳐 나중에 읽는 경우가 잦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습관 덕분에 우연히 ...
-
(※ LG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미래지향적인 의사결정, 직관에 대한 경계와 의심부터』라는 제목의 보고서 가운데 직관 및 인지적 오류의 문제에 관한 부분을 소개한다. 보고서가 길어서 나머지 부분은 생략했다. 인간은 다양한 요인 때문에 알고 보면 어처구니...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fb
KoreaViews
*스크랩
부동산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미국경제
통화정책
공유
무역분쟁
아베노믹스
가계부채
블록체인
가상화폐
한국은행
환율
원자재
국제금융센터
외교
AI
암호화페
북한
외환
중국
반도체
인공지능
미국
인구
한은
논평
에너지
정치
증시
하이투자증권
코로나
금리
자본시장연구원
연준
주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출
중동
산업연구원
생성형AI
채권
한국금융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
일본은행
BOJ
자동차
칼럼
ICO
국회입법조사처
한국
KIEP
미중관계
삼성증권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인플레이션
전기차
지정학
IBK투자증권
TheKoreaHerald
분쟁
브렉시트
현대경제연구원
BIS
CRE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KIET
NBER
OECD
대신증권
무역
미국대선
배터리
상업용부동산
수소산업
원유
유럽
유진투자증권
자본시장
저출산
전쟁
ECB
EU
IBK기업은행
IEA
LG경영연구원
PF
PIIE
경제학
공급망
관광
광물
규제
기후변화
로봇
로봇산업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생산성
선거
신용등급
신흥국
아르헨티나
엔
연금
원자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연이자율
중앙은행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패권경쟁
한국무역협회
혁신
환경
AI반도체
Bernanke
CBDC
CEPR
DRAM
ESG
HBM
IPEF
IRA
ITIF
KDB미래전략연구소
KISTEP
KOTRA
MBC라디오
NIA
NIPA
NYSBA
ODA
RSU
SNS
Z세대
iM증권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특구
고용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금융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제유가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금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트윈
러시아
로슈
로이터통신
말레이시아
머스크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방위산업
버냉키
법조
복수상장
부실기업
블룸버그
사회
삼프로TV
석유화학
소고
소비
소통
수출입
스테이블코인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싱가포르
씨티그룹
아이엠증권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예금보험공사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인재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참고자료
철강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테슬라
통계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트럼프
팬데믹
프랑스
플라자합의
피치
하나증권
하마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해리스
해외경제연구소
홍콩
횡재세
휴머노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