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금융연구원의 박종규 선임연구원의 『한국 자본주의에 대한 아담 스미스의 메시지』라는 멋진 글 가운데 결론 부분을 소개한다. 아담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이 의마하는 것, 그리고 "자유시장"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실로 명문이라고 생각해 소개한다. 한국에서 빈부격차는 왜 벌어지고 있으며 세월호 사건으로부터 우리가 고민하고 배워야 하는 교훈은 무엇인지 되새겨보게 하는 글이다. 보고서 전문은 한국금융연구원 홈페이지를 통해 구할 수 있다.)
이익 극대화 일변도(一邊倒)는 자본주의의 참 모습이 아니다
이익추구를 위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상의 핵심이다. 개인의 이기적 동기의 발현(發顯)이 지난 200여 년 동안의 자본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인류의 물질적 생활수준을 경이로울 만큼 향상시켰다는 사실은 이미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사회주의나 봉건주의, 중상주의, 공산주의 등등 그 어떤 경제체제보다도 자본주의 체제는 경제적 복지를 향상시킴에 있어 월등하게 탁월했던 발명품이었다. 그러나 정상적 이익추구를 넘어선 탐욕은 한국뿐 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의 자본주의가 경계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IMF 경제위기 이후의 우리사회와 1990년대 이후 글로벌 세계를 풍미(風靡)했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내지 자유 시장 근본주의도 이익 극대화만이 기업이 추구해야 할 목표의 전부라는 이데올로기를 거침없이 표방하는 것으로 비쳐졌었다. 그러나 이익추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도 좋다는 것은 지나친 탐욕이고 자본주의의 참 모습이 아니다. 개인과 기업의 이익 극대화를 가로막는 것은 모두 거추장스러운 제약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생각은 옳지 않다. 자유 시장 근본주의자들의 사상적 원천 중의 하나는 미국 시카고 대학의 밀튼 프리드만 교수가 1970년 뉴욕 타임즈 매거진에 기고한 글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유시장 근본주의자들의 영원한 멘토라고 할 수 있는 프리드만 교수는 그 기고문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익을 올리는 것 외에 기업인들을 성가시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프리드만 교수는 단호하게 반대하면서 "그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순수 사회주의를 설파하는 사람들이다"라고까지 말했다. 이런 사고방식이 자유 시장 근본주의자들이 가지고 있는 경제에 대한 정통적(正統的) 견해(orthodox view)다.
법률을 지키며, 시장 참여자들의 指彈을 받지 않는 기업이어야 함
이익 극대화가 기업 활동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이익 극대화가 기업 활동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는 명제를 넘어, '이익 극대화가 기업의 목적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밀튼 프리드만 교수의 주장 속에는 간과(看過)하기 쉬운 매우 중요한 전제가 들어 있다. 프리드만 교수가 말하는 기업이란 "법률을 준수하는(law-abiding) 기업"이라는 점이다. 법률을 준수하는 기업들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이 이익 극대화라는 말이었지 이익극대화를 위해서라면 법률을 준수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하는 게 아니었다.
"이익 극대화만 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할 자격이 있으려면 그 기업은 최소한 사회가 정한 모든 법률을 준수하는 회사라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을 어기는 것은 물론, 법망을 피해 교묘히 사적(私的)인 이익을 추구하다가 발각이 되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를 밥 먹듯 해왔던 기업인이라면 "이익 극대화만 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 할 자격이 없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프리드만 교수가 말하는 기업은 자본주의 시장의 게임의 규칙(rules of the game)법칙, 즉 속임수(deception)와 사기(詐欺 : fraud) 없이 공개적이고 자유로운 경쟁을 하는 기업을 말한다.
사회가 정한 모든 법률을 준수함은 물론, 법률 위반이 아니라 하더라도 사기나 속임수 같이 시장 참여자들의 지탄(指彈)을 받을 만한 일은 하지 않는 기업들이라면 그런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 극대화만이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이와 같은 이익 극대화의 전제가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전제였기 때문에 굳이 강조하지 않았었기 때문인지, 앞서 인용한 프리드만 교수의 기고문 가운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 극대화가 전부"라는 부분만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그가 전제로 했던 두 가지 조건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었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는 "神의 손"이었다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경제원론에서도 각자가 자신의 효용 또는 이익을 극대화하면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사회전체의 후생이 저절로 증대된다고 나와 있다. 이 대목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타인에 대한 염려는 굳이 할 필요 없이 그저 나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모든 사람들에게 저절로 혜택이 돌아간다고 생각하게 된다. 합리적 결정이란 오직 나 자신의 이익만 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뉘앙스마저 주고 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경제원론에서는 전혀 가르치지 않는다. 그것은 곧 神(Providence)의 손인 것이다. 아담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에서 "(神이) 우리들의 (마음에 심어준) 도덕적 능력(moral faculty)의 명령에 따라 움직임으로써…우리는 필연적으로 인류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추구하는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어떤 의미에서는 神과 함께 일(同役)하며 우리의 능력 안에서 가장 최대한으로 神의 계획을 진전시킨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얼마나 높은 수준의 도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가?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는 마법과 같은 기계적인 메커니즘이 아니라 인간의 도덕성에 호소하는 神의 손이었던 것이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 없이 내 것만 최대한 챙기면 사회전체의 후생이 저절로 극대화된다는 천박한 얘기가 절대로 아니었던 것이다.
神이 내게 심어준 도덕적 능력이 나에게 내리는 명령을 따르게 되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내게 이익이 생기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고는 못 배기기 때문이라고 아담 스미스는 설명한다. 타인의 불행을 보면 내 마음이 슬퍼지고 타인의 행복을 보면 내 마음도 즐거워지는 공감(共感 : empathy)의 본능 때문에 나의 도덕적 능력이 명령하는 바를 따르게 되며 그렇게 할 때 전체사회의 행복이 극대화된다는 얘기였다. 탐욕에 가득 찬 자본주의는 아담 스미스가 그렸던 자본주의의 참모습이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국사회는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변화를 해야 한다. 그와 함께 한국의 자본주의도 차원 높은 수준으로 거듭나야 할 필요가 있다. 사회가 변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개념과 인식이 바뀌는 것이라고 한다. 아담 스미스의 메시지는 한국의 자본주의를 건강한 자본주의로 발전시키기 위한 모든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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