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
2014년 대다수 전문가들이 제시한 국내외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일부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등장했지만, 우리는 그 핵심에 전세계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구조적인 문제의 어려움이 금리하락을 견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에도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들의 부담은 ‘저금리의 늪’에서 탈출을 어렵게 할 것이다. 미국의 긴축에 따른 글로벌 금리상승 우려가 대두되고 있지만, 그 속도나 강도는 시장의 기대보다 강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유럽과 일본 그리고 중국 등의 통화정책 완화기조들이 좀 더 부각될 공산이 크다. 한국의 경우 올해보다 경기가 크게 개선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성장률과 물가 공히 올해와 유사할 것이며, 2016년까지 어려운 구간이 좀 더 지속될 전망이다. 구조적인 소비위축에 투자심리까지 얼어붙어 있어 정책에 대한 의존도는 높을 전망이다. 한국 경제가 과거 일본처럼 급격하게 무너질 정도는 아니지만 일본이 걸어온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기도 어렵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국내금리 경로는 2000년대 일본이 걸어온 것과 유사한 전개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구조적이고 거대한 정체(Stagnation)
지난해 ‘2014년 채권시장’을 전망하는 대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은 글로벌과 국내금리 공히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렇지만 올해 글로벌과 국내금리는 예상과 반대로 사상 최저수준을 경신하며 하락했다. 이러한 ‘저금리 심화’는 단편적인 이유들이 아닌 ‘구조적이고 거대한 정체’에 의해 야기되었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다.
글로벌 성장률 예측치는 올해 내내 하향조정이 진행되며 금리하락을 견인했다. 1분기는 미국 혹한으로 인한 충격, 2분기는 중국 그림자 금융우려, 3분기에는 유럽발 디플레이션 불안 등이 글로벌 펀더멘탈의 취약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 외에 국지적인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가세하면서 올해 순환적인 경기상승은 발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상기한 문제보다도 더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중장기적인 글로벌 성장동력이 훼손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IMF는 5년 이상 중장기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를 2011년 하반기 4.9%로 제시했으나 2014년 상반기에는 3.9%까지 큰 폭으로 하향조정을 실시했다<그림 1>.
이와 함께 IMF의 정책제안은 이전 건전성 확보를 위해 주요국의 재정과 통화정책 공히 긴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서 정책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으로 전향되었다. 특히 유럽은 재정확대를 통해 인프라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세부적인 의견까지 밝혀 글로벌 경기전망이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반영했다.
이렇듯 글로벌 성장탄력이 약화된 핵심원인으로는 3가지 정도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첫 번째는 인구론적인 관점에서 고령화 문제이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1900년대 들어 인구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생산성이 급증했던 당시에는 글로벌 금리도 추세적인 상승을 나타냈다. 그렇지만 지금부터는 인구증가 속도가 감소하는 시대로 진입한다. 그만큼 낮아지는 성장성을 쫓아 금리방향은 아래가 될 공산이 크다.
인구론적인 관점은 고령화에 대한 우려의 반대편에 청년들에게 기회가 가지 않다는 세대간의 갈등도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주요국의 20~25세 경제활동 참여율은 전 세대 중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두 번째로 우리가 집중하는 저금리의 구조적 원인은 기술발달로 대변되는 기업들의 지나친 효율성 측면이다. 기업은 당연히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으로 볼 수 있으나 미국만 하더라도 2000년 들어 고용여건은 악화된 반면 기업이익만 크게 증가하는 현상에서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그림 3>.
이는 곧 민간 경제주체인 가계와 기업간에 분배가 불균등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이며, 가계의 소득여건 불안정은 곧 소비위축으로 연결된다. 게다가 기업은 생산력 증대로 과잉투자가 심화되고 민간수요 감소에 따른 투자유인은 더 줄어들게 되어 경제의 선순환 고리가 끊어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때문에 피케티와 같은 경제학자는 기업들로 하여금 사회분담금과 같은 규제장치를 만들어 소득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세 번째 구조적인 문제는 가계소득의 양극화 문제이다. 앞서 경제주체간 소득불평등과 연결선 상의 문제인데 동일 경제주체 내에서도 소득불균형이 심화되어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온 문제이다. 실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경우 상위소득자들에게 부가 집중되는 현상이 2000년 이후 심화되고 있다<그림 4>.
일반적으로 한 가구가 가지고 있는 부(wealth)의 한계성향이 뚜렷해 고소득층은 재산이 늘어났다고 소비를 그만큼 늘리지 않는다. 때문에 미국 경제회복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되는 양적완화(QE) 실시에 대해서도 일부 경제학자는 부동산과 주가상승을 통해 고소득자의 부만 늘려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때문에 오바마 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정책을 고려했지만 결국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미국의 석학인 래리 서머스는 이상 제기한 문제들 이외에도 많은 구조적인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는 점을 감안해 ‘Secular Stagnation(거대한 정체)’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글로벌 경제는 아직 안정단계에 진입했다고 보기 어려운 환경이며, 경제의 정상경로 회복까지 재정 및 통화정책의 지원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공산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 D의 위협, 멈출 수 없는 정책의 수레바퀴
‘거대한 정체’라는 큰 틀을 기반으로 내년 글로벌 금리는 상승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양호한 경제지표 및 금융시장을 바탕으로 미국이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시장이 기대보다 미국의 긴축은 천천히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여 글로벌 채권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우려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2014년 글로벌 금리 하락배경에는 약화된 경기모멘텀도 있지만 저물가(disinflation)에 대한 공포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주요국의 현재 소비자물가는 과거 평균수준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그림 5>. IMF 전망에 따르면 내년에도 주요 원자재가격 안정을 근거로 글로벌 물가는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미국의 원유생산 증가에 따른 글로벌 유가는 급락했고, 중국 투자감소로 자원수요는 줄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 선진국의 GDP갭 마이너스(-)가 이어짐에 따라 수요견인 압력 또한 크지 않다.
때문에 선도금리에 반영된 미국과 유럽의 중장기 인플레기대심리는 낮게 유지되고 있다<그림 6>. 최근 경기지표가 양호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미국조차도 과거 QE가 실시되었던 수준까지 내려와 있어 미국은 통화정책 정상화에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ECB의 정책실시를 주목하고 있는 유럽의 인플레 기대심리가 의미 있게 반등에 나서야 그나마 글로벌 금리는 바닥을 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겠다.
내년은 양적완화를 끝낸 미국이 연방금리 인상이라는 긴축카드를 꺼내 들 공산이 크지만, 유럽과 일본 그리고 중국 등 주요 경제권은 경제개선의 어려움을 반영해 유동성 공급 확대 및 통화정책 완화를 지속할 것으로 본다. 때문에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도 시장의 예상인 2015년 6월 정도보다 늦어진 2015년 4분기 정도나 가능할 것이다<그림 7>.
우리는 인상시기도 중요하지만 강도도 중요하다고 본다. 연준과 시장조사에 따르면 3% 중반 이상의 연방금리 정상화를 내다보고 있지만, 핌코의 주장대로 중장기 선도금리에 반영된 미국의 연방금리 기대치는 3%에도 못 미치고 있다. 때문에 IMF가 금리인상 사이클의 종료시점 연방금리기준으로 미국채 10년 금리경로 추정치를 보면, 내년까지도 10년 금리는 3%대 상향돌파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그림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