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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한국 기업, ‘영혼을 담은 몰입’이 필요하다

(※ LG경제연구원이 발간한 『한국 기업, ‘영혼을 담은 몰입’이 필요하다』라는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관련 글과 보고서 링크는 맨 아래를 참조하기 바란다.)

(사진 출처: 네이버 『그녀생각's 생각』 블로그)
※ 영혼을 담아 일하기 어렵게 만든 3가지 위기

1984년 동아일보와 일본 아사히 신문이 공동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일에 대한 적극적 소명의식을 지닌 한국인은 72.1%로 일본의 60%보다 월등히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예전부터 우리 구성원이 일과 멀었던 것은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William A. Kahn 교수는 몰입의 전제 조건으로 일의 ‘안정성(safety)’, 일의 ‘의미 또는 중요성(meaningfulness)’, 그리고 일에 필요한 에너지와 지원의 ‘이용 가능성(availability)’을 꼽았다.

●안정성의 위기

19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장기고용이 주를 이루던 기업과 구성원간 관계가 유연성 중심으로 변화했다. ‘조직에 충성하고 열심히 일하면 평생이 보장된다’는 과거의 암묵적 계약이 유효성을 잃으면서 구성원들은 전에 경험하지 못한 안정성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후 과거의 우량기업들이 경쟁 속에서 도태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안정된 직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흔들렸다. 또한 기술 변화의 가속화는 보유한 경험과 기술의 가치를 빠르게 진부화시켜 이제 직업인으로서의 안정성도 보장받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거기에 조직의 성장이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승진 등 개인적 성장과 리더십 발휘의 기회 역시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조직 밖에서의 삶을 꿈꾸기도 어렵다. 사회 안전망이 아직 충분히 제 역할을 못하고 있고, 자영업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조직 외의 마땅한 대안도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눈 앞이 막막한 상황에서 구성원들은 실패에 따른 안정성의 상실이 두려워 조직 내에서도 하고 싶은 일을 과감히 추진할 용기를 잃고 소극적으로 움츠러들게 된다. 하지만 조직 역시 심화된 경쟁 속에서 구성원의 안정성을 높여줄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의미의 위기

환경의 변화는 성취감과 보람 등 구성원들이 일을 통해 얻기 바라는 ‘일의 의미’에도 위기를 불러왔다. 과거 복잡성이 낮고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자신의 일이 성과에 공헌하는 과정과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고, 지시에 따라 열심히 노력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와 능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업무의 분화가 심화되고 조직의 복잡성이 높아지면서 구성원들이 일의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경영환경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과거 관행에 의존한 업무 수행으로는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심지어 일의 내용이 환경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구성원들이 특정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성취감 등 고차원적인 의미 이전에, 일의 이유조차 납득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더해 아직도 남아 있는 위계적 조직운영 관행에서 비롯된 ‘하라면 하는 거야’라는 식의 리더십은 의미의 상실과 더불어 몰입을 더욱 저하시킬 수 있다.

●활력의 위기

Effectory International 사가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에너지 정도를 측정한 ‘구성원 활력도(vitality)’ 조사 결과를 보자.

한국 근로자들의 활력도는 조사 대상 52개국 중 51위로 바닥권이다. 우리 구성원들은 몰입에 필요한 활력을 지니고 있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낮은 활력은 표면적으로는 구성원들이 과다한 업무에 지쳤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단순히 일의 양과 관련된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 우리 구성원들이 활력을 잃은 근본 원인은 일하는 방식의 잘못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해야만 하고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 긴 시간 몰입하면서도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면서는 쉽게 지치게 마련이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과 구성원들은 ‘오래 일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는 투입량 중시 사고에 젖어 있다. 이러한 사고는 새로운 일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기 어려워지자 오래, 그리고 많이 일함으로써 저조한 성과를 무마하려는 방어적인 생각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가가치가 낮은 일도 과감히 제거할 수 없다. 가치 없는 업무는 계속 늘어나고, 구성원들은 그런 업무를 되풀이 하면서 활력을 잃게 된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여러 통계 자료는 우리가 하지 않아도 될 일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도 있다.

※ 몰입의 장애물들을 솎아내기 위한 조직의 과제:

●도전적인 일과 참여 기회 부여

조직은 열심히 하라는 독려 이전에 일 자체를 ‘맛있게’ 요리하는 솜씨 있는 요리사가 되어야 한다. 조직과 리더는 개인의 잠재력을 고려한 도전적 목표를 부여하여 구성원들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성취감과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을 맛볼 수 있도록 일을 설계해야 한다. 구성원 역시 도전적인 과업의 수행이 높은 수준의 인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임을 알고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도전적 목표와 참여 기회의 조화, 그리고 건전한 실패의 인정이다.

●일의 맥락과 의미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

조직의 상황을 이해하고, 일이 동료와 고객에게 어떻게 기여하는지 알 수 있을 때 일의 중요성과 보람을 찾고 스스로 해답을 찾으며 몰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충분한 정보의 제공을 통해 구성원들이 일의 흐름을 깨닫고 스스로 생각하는 자세를 갖도록 하는 의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일이 조직 내에서 어떤 공헌을 하는지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몰입의 발목을 잡는 비효율의 제거

구성원들의 집중을 위한 업무 효율화는 끊임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피터 드러커도 구성원들의 몰입과 성과를 저해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로 비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꼽고, 이러한 비효율을 없애 구성원을 꼭 필요한 일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 경영자의 주된 임무라 지적하였다.

※ 몰입은 마음으로부터

돈으로 살 수 없는 여러 가지 중 하나가 몰입일 것이다. 몰입은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몰입을 다룬 연구들도 하나같이 몰입을 높이는 데 있어 금전적 보상의 한계를 지적하며, 심리적인 요인 즉, 마음을 강조한다. 우리 구성원들의 몰입이 낮다는 것은 어쩌면 그 동안 조직이 구성원의 마음에는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마음은 마음으로 얻어야 하고 그 과정은 길고 지루할 수 있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마음으로부터 조직을 신뢰하고 일에서 보람을 느끼며 몰입한다면, 나아가 일에 영혼을 담는다면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조직을 구축할 수있을 것이다.

※ 관련 글 소개

☞ (보고서 전문) 한국 기업, ‘영혼을 담은 몰입’이 필요하다

☞ (본 블로그 과거 글) (斷想) 한국의 노동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한가지 방법

☞ (본 블로그 과거 글) 한국경제의 도전 과제: 뼈빠지게 일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 (네이버 블로그 글) 우리나라 직장인이 일에 몰입하지 못하는 이유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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