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에서 2018년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효과적 대응을 위해서는 공급증가, 가계부채, 미국發 금리인상 등 단기적 충격요인과 고령화에서 비롯되는 장기적 요인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기적 충격은 국내 시장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고령화는 점차 누적되며 오랜 기간 시장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은 물론 고용・금융・세제 등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을 통해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2018년 부동산 위기론의 대두
2018년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고령화로 주택수요가 축소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KDI는 최근에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고령화 효과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 실질주택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 수 있다고 보았다. 한국 주택시장이 약 20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을 따라가고 있는 만큼 고령화가 버블 붕괴로 이어진 일본과 유사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KDI의 보고서 이전에도 2018년 부동산 위기론이 제시된 적이 있었다. 인구통계학으로 美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견했던 해리 덴트는 2018년 이후 한국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기에 진입하고 소비규모가 줄면서 부동산 시장도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최근 호황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부동산시장의 수급상황에도 암운이 있다. '14~'15년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은 연평균 33.8만호에 이른다. '11~'13년의 연평균 26.9만호에 비해 1/4이나 늘었다. '15년 수도권 분양물량은 19.7만호에 이르러 '11~'13년의 연평균 10.9만호 대비 거의 두 배로 증가하였다. 2~3년 후 입주물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금융위기 이후 가계 소득은 정체된 반면 가계부채는 가처분 소득의 164%에 이르렀다. 대출을 늘려 주택을 구매하고는 있지만 원금상환 능력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셈이다. 미국發 금리인상도 향후 리스크 요인이다.
※ 가계부채 위험국인 캐나다와 호주에서는 주택가격 상승세 지속
부동산시장 위기론은 대체로 인구구조의 변화에서 근거를 찾는다.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경제활력이 감소하고 소비가 줄어든다. 주택시장에서는 주택의 주 수요층인 30~50세 인구, 특히 신규 주택수요를 형성하는 30대 시장진입세대가 줄어들면서 주택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이민 등으로 새로운 수요가 유입되거나, 소득 증가와 주택금융의 확대 등으로 구매력을 늘려 유효 수요층을 넓히지 못한다면 주택거래 규모는 축소될 수 있다. 고령화의 속도, 주택시장의 구조 등에서 현재의 한국과 유사했던 일본은 중장년층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1990년대 초반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었고, 가계소득 감소가 겹치면서 주택가격이 10년 이상 하락하였다. 신규주택 착공 규모도 약 20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그러나 일본 사례는 가능성의 하나일 뿐 결정적 미래는 아니다. 긍정적 사례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캐나다와 호주의 가계는 가처분소득 대비 각각 163%, 154%의 부채 를 보유하고 있어 한국과 함께 가계부채 위험국가로 분류된다. 그러나 두 국가의 주택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2014년에도 4~7%의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단기적 충격요인과 중장기 위기 요인을 구분할 필요
부동산 위기론을 다룰 때 주의할 점은 단기적 충격요인과 중장기 요인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 지속 기간, 대응 방식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공급 과잉이나 미국發 금리인상이 단기적 충격이라면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는 부동산시장의 체력을 서서히 갉아먹는 장기적 트렌드이다. 단기적 충격요인에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으나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오랜 역사를 통해 정부는 물론 시장 참여자들 역시 주기적인 수급 불균형, 건전성 악화에 대응하는 방식을 익혀 왔기 때문이다. 한국 주택시장은 1990년대 후반의 외환위기, 2000년대 중반의 신용카드 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2011~13년의 수도권 주택가격 하락 사태 모두 비교적 순조롭게 극복해 왔다. 또한 일련의 위기들을 견뎌내면서 경각심을 높인 소비자들로 인해 최근 부동산시장에는 과거와 같은 과욕과 비이성이 상당부분 사라졌다. 최근 주택거래가 사상 최고 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주택가격은 차분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 고령화로 인한 중장기 위기는 예측 가능한 상시적 과제
해리 덴트나 KDI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단기적 충격보다는 고령화 등으로 인한 부동산시장의 체력 약화다. 1990년대 말의 외환위기,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매우 성격이 다른 위기이다. 과거의 두 위기는 예측하기도 어려웠거니와 단기간에 위기 상황으로 발전했기에 대응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2018년 이후의 위기는 그렇지 않다.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대응 가능하다. 실제로 이미 다수의 기관에서 향후의 위기 가능성을 진단해 경고하고 있고 두 차례의 위기로 경각심을 높인 시장 참여자들도 위기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알려진 위기라는 점에서 위기보다는 과제라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한 셈이다. 또한 미래의 위기는 순간적 이벤트로 촉발되고 대규모로 확산되기보다는 고령화와 같은 중장기 트렌드가 쌓이면서 점차 시장을 압박하는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 순간적 충격은 약해도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여진을 일으킬 수 있다. 위기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위기와 더불어 사는 것에 익숙해질 필요도 있다.
※ 부동산을 넘어선 종합대책으로 미래 위기에 대응할 필요
최근 정부와 업계를 중심으로 미래 부동산시장의 위기 가능성과 파급효과를 줄이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을 위해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의 비중을 늘리도록 독려하고 있고, 중장기 주택 수급균형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 개발사업도 당분간 중단할 계획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주택사업 이외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으며, 금융권 또한 주택금융의 리스크를 관리하고 해외 시장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려 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고령화라는 사회・경제적 변화에서 비롯되는 장기적 부동산시장의 위기는 부동산 시장을 넘어서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주택연금・임대사업 등을 통해 노년층의 생활자금을 확보해 주택매각 규모를 조절하고, 30대 사회진입세대의 유효수요를 확대해 매물소화능력을 키우고, 실물자산 위주인 가계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가계의위기대응 능력을 강화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은 물론 고용・금융・세제 등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 단기적・일시적・부분적 대응으로 넘어서기에 고령화라는 파도는 너무 높고 거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