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블로그 검색◀

(책소개) "나는 부동산을 싸게 사기로 했다" 무도스런 저자의 고순도 작품

작가
김효진
출판
카멜북스
발매
2016.04.07.
평점

"무한도전" TV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됐을 때를 떠올려 본다. 연예인이라는 점만 빼면 신체 조건이나 다른 기준으로 보더라도 뭐 보통 이상이라고 하기 힘든 출연자들이 분명히 무모해 보이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출연자들은 꼼수를 쓰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 높은 인기를 끌었다. 대부분 목표 달성에 실패했던 것으로도 기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무도"라는 짧은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린다.

김효진 이코노미스트의 책 『나는 부동산을 싸게 사기로 했다』는 책을 읽고 난 뒤 소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고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 문득 이 TV 프로그램이 떠오른 것은 그만큼 이 책이 시중에 유행하는 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면서도 의외로 담담한 자세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나처럼 책을 아주 느리게 읽는 사람도 집중해서 읽으면 2~3시간 만에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짧고 간결하다. 심하게 말하면 말빠른 이코노미스트의 프리젠테이션 한 편을 보는 느낌이다. 물론 거창한 직책 이외에 신선한 내용도 없는 그런 프리젠테이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품질 프리젠테이션이라고 해야겠다.

그럴 정도로 이 책은 "도입 → 전개 → 결말"이라는 흔한 구성을 무시하고 매 페이지마다 고급 정보로 가득 채워 넣고 있다. 당연히 이 글에서는 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할 수 없다. 다만 막연히 공포스런 표현을 동원해 마치 협박하듯 자신의 논지를 강요하는 책을 보고 나서도 고개를 갸우뚱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무도"에 관한 얘기로 시작한 것은 저자가 그토록 무모해 보일 정도로 순수한 자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세상 월급쟁이들이 절대 부동산 부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비관적인 사람"이라고 책을 시작한 저자는 정신없이 사는 사이 "주변을 돌아보니 같이 전세로 시작했던 동료들은 이미 집을 샀더라. 배 아프진 않았지만 불안감이 엄습했다"고 실토한다.

이코노미스트를 직업으로 갖고 있는 저자가 이런 감정을 고백하는 것으로 책을 시작하는 것부터 저자가 무모할 정도로 솔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는 "부동산으로 떼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보다는, 전 재산을 모두 털어 집을 샀는데 집값이 빠져서는 '절대'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한 분석을 담아 보았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론은 조금 보여주고자 한다. 저자도 서문에서 이 책의 두 가지 큰 결론을 소개한다. 첫째, 살 것이나 안 살 것이냐 사이에 선택을 하라면 "집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그럼 지금 당장 살 것이냐고 따진다면 "집은 쌀 때 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결론을 미리 제시하고 저자는 빼곡히 국내외 데이터를 제시한다. 내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저자가 모든 설명을 데이터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냉정한 판단을 하기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래서 무기가 필요하다.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 내가 장착한 무기는 '데이터'다. 데이터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편견이 없으며 나보다 훨씬 객관적이다"

이 말은 저자와 이 책의 9할 이상을 설명하는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과 관련해서는 세상 누구보다 잘 안다는 위험한 착각을 하기 마련이다. 어느 유명인이 "내가 해 봐서 아는데"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생각은 위험천만한 것이다. "내가 해 본" 것은 지금의 비슷해 보이는 상황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차라리 안해 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어야 옳을 때가 더 많다.

막 결혼한 신혼부부들이 보통 저지르는 실수는 주변 "선배"들의 말에 너무 휘둘린다는 점이다. 대부분 선배들은 "내가 해 봐서 아는데"라며 "기선을 제압하라"부터 시작해서 이런 저런 충고를 한다. 하지만 "내가 해 봐서 아는데"라는 문구를 쓰는 사람들 말은 무시하면 대충 맞다. 물론 데이터나 다른 근거를 함께 제시하는 사람들은 예외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나 스스로도 1988년 결혼해서 2006년 현재 주거지에 정착하기 이전까지 이사한 횟수만 대략 15회 정도 된다. 그 가운데 주택을 사고 판 것은 3회 정도가 된다. 전세와 월세, 반전세 등 모든 형태의 계약을 해봤다. 그야 말로 "해 봐서 아는" 사람이라고 해야겠다. 하지만 나는 나의 경험보다는 데이터를 믿는다. 내가 경험한 것은 매 순간 "과거"의 "특정한" 사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정도라면 애써 TV 프로그램을 들먹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 생각에 이 책에서 저자가 보여 준 가장 무모한 행동은 자신이 언제 집을 살 것인지 공개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2018년을 전후해서 집주인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은 망한다"는 종류의 협박을 정말 망할 때까지 할 것같은 종류의 사람들과는 분명 다르면서 분명 무모한 저자의 솔직함이다.

대단한 책이다.

(※ 참고로 2014년에 내 블로그에 썼던 글도 살짝 소개하고자 한다 ▶ (斷想) 주택시장 논의를 대하는 한 가지 방법)


= = = = = = =

▶최근 7일간 많이 본 글◀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fb KoreaViews *스크랩 부동산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미국경제 통화정책 공유 무역분쟁 아베노믹스 가계부채 블록체인 가상화폐 한국은행 환율 원자재 국제금융센터 외교 AI 암호화페 북한 외환 중국 반도체 인공지능 미국 인구 한은 논평 에너지 정치 증시 하이투자증권 코로나 금리 자본시장연구원 연준 주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출 중동 산업연구원 생성형AI 채권 한국금융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 일본은행 BOJ 자동차 칼럼 ICO 국회입법조사처 한국 KIEP 미중관계 삼성증권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인플레이션 전기차 지정학 IBK투자증권 TheKoreaHerald 분쟁 브렉시트 현대경제연구원 BIS CRE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KIET NBER OECD 대신증권 무역 미국대선 배터리 상업용부동산 수소산업 원유 유럽 유진투자증권 자본시장 저출산 전쟁 ECB EU IBK기업은행 IEA LG경영연구원 PF PIIE 경제학 공급망 관광 광물 규제 기후변화 로봇 로봇산업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생산성 선거 신용등급 신흥국 아르헨티나 연금 원자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연이자율 중앙은행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패권경쟁 한국무역협회 혁신 환경 AI반도체 Bernanke CBDC CEPR DRAM ESG HBM IPEF IRA ITIF KDB미래전략연구소 KISTEP KOTRA MBC라디오 NIA NIPA NYSBA ODA RSU SNS Z세대 iM증권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특구 고용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금융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제유가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트윈 러시아 로슈 로이터통신 말레이시아 머스크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방위산업 버냉키 법조 복수상장 부실기업 블룸버그 사회 삼프로TV 석유화학 소고 소비 소통 수출입 스테이블코인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싱가포르 씨티그룹 아이엠증권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예금보험공사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인재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참고자료 철강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테슬라 통계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트럼프 팬데믹 프랑스 플라자합의 피치 하나증권 하마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해리스 해외경제연구소 홍콩 횡재세 휴머노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