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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아베노믹스는 실패했는가? - 크루그먼과 구로다의 진단

(※ 키움증권 자료)

■ 마이너스 금리 정책 시행 후, 엔고·주가하락

1990년 자산시장 버블 붕괴 이후, 일본경제는 저성장·저물가·엔고로 대표되는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해왔다. 이에 2012년 아베 내각 수립 후, 아베 총리는 일본중앙은행의 소극적인 행동을 비판해온 구로다 하루히코를 새로운 총재로 임명하며 대규모 통화공급 정책 시행을 추진하였다.

2013년 4월과 2014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시행된 질적·양적완화(이하 ‘QQE’)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엔화가치 하락(=달러/엔 환율 상승)을 유발하여 일본 경제 부활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특히 2016년 1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하며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고삐를 더 쥐었다.

그러나 3차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오히려 엔화가치가 상승(=달러/엔 환율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주식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출현했다. 또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 이후 일본 시중은행의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예상 밖의 사건에 맞서, 아베 총리는 폴 크루그먼 교수와의 대담(3월 22일)에서 아베노믹스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에 이르렀다. 또한 구로다 총재도 3월 7일 요미우리신문이 주최한 컨퍼런스에 참석해 아베노믹스가 실패했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조목조목 반대 의견을 밝힌바 있다.

이에 크루그먼 교수와 아베 총리, 그리고 구로다 총재의 주요 발언 내용을 정리∙요약함으로써 최근 일본경제 및 향후 정책 방향을 예측해보고자 한다.
(원문 링크:
https://www.gc.cuny.edu/CUNY_GC/media/LISCenter/pkrugman/Meeting-minutes-
Krugman.pdf
https://www.boj.or.jp/en/announcements/press/koen_2016/data/ko160307a1.pdf)

■ 아베노믹스는 실패했는가? ① - 엔고 현상의 원인은 외부에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마이너스(-) 금리정책 시행 이후 출현한 엔화강세의 원인을 일본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찾고 있다.

유럽·중국 등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경제상황이 괜찮은 일본으로 자본이 유입된 결과라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미뤄지면서 미-일간 금리차가 축소되며, 일본으로 자본이 다시 유입되어 엔화가치를 상승시켰다고 설명한다.

자본이동(capital flow)이 활발한 오늘날에는 크루그먼 교수의 설명처럼 일국의 통화정책 효과가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 이에 크루그먼 교수는 한계에 부딪힌 통화정책을 도울 확장적 재정정책 시행을 강하게 주장하며, “아베노믹스의 초기 목적은 여전히 주요하다. 디플레이션의 덫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 목표이다(“Breaking out of that deflationary cycle is ‘Goal Number 1’.”)라고 지적한다.

물론 시장의 예상처럼, 올해 연준이 최소 두 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다시 미일 금리차가 확대되며 엔화의 강세가 약화될 수 있다. 그러나 크루그먼 교수가 지칭한 것처럼, 대외 여건이 다시 비우호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QQE 및 마이너스 금리정책의 효과가 약화되는 만큼 확장적 재정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높은 수준의 국가부채(2015년 기준, GDP대비 정부 부채 245%)를 지니고 있는 일본이 확장적 재정 지출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역시 많은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어, 크루그먼 교수의 주장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것으로 판단된다.

■ 아베노믹스는 실패했는가? ② - 일본 시중은행 건전성, 크게 개선

한편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3월 7일 가진 요미우리신문 컨퍼런스 연설을 통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일본은행들의 예대마진을 축소시켜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은행 수익성 악화는 결국 통화공급 축소로 이어지고 아베노믹스는 실패할 것이다”는 일각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한다.

그는 “유럽은행들은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며 재무상태가 좋지 않으나, 일본 금융기관들은 충분한 자본(sufficient capital buffer)을 가지고 있으며 건전한 재무상태를 지니고 있다”며, 일본 주요 시중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통화공급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참고로 일본 시중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은 10%~14%선을 유지하고 있어, 국제결제은행(BIS) 권고치인 8%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더 나아가 구로다 총재는 “일본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이유는(마이너스 금리 정책 때문이 아니라) 디플레이션 때문이다” 라고 주장한다. 20년 동안 이어져온 일본의 디플레이션이 예대마진을 축소시켰고, 장단기 금리격차를 줄여서 은행들의 수익창출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디플레이션 극복은 일본경제 부활에 좋을 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수익성 회복에도 좋다.”(Therefore, overcoming deflation is essential not only for the recovery of Japans economy but also for the full-fledged recovery of financial institutions’ profitability through an improvement in their profit margins) 라고 말하며, 현재 필요한 것은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아베노믹스 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이상과 같은 구로다 총재의 견해는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타당하지만,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시행되면서 일본 시중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될 위험을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시중은행이 BoJ에 예치한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0.1%)를 부과받기에, 시중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시중은행이 BoJ에 초과 지급준비금을 예치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선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이런 적극적인 대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시행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 두 가지 문제는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결정적인 변화의 포인트는 ‘시중은행 대출 태도의 변화’라고도 할 수 있다.

■ 아베노믹스 중단 가능성, 극히 낮아

크루그먼 교수와 구로다 총재의 반박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부분도 아베노믹스의 시행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지난 3년간의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일본경제는 실제로 꽤 놀라운 성공을 지속해 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3년 초 이후 지속적으로 양(+)의 값을 기록해오고 있다. 특히 소비세 인상이 단행된 2014년 중반에는 물가상승률 3%대를 5달 연속 기록하기도 했다.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급격한 유가 하락 영향으로, 물가상승률은 다시 1% 밑으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과거와 달리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

물가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여건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일본의 실업률은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줄곧 감소해왔고, 신규일자리는 계속 늘어왔다. 결정적으로, 지난 20년동안 하락해온 명목임금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2000년과 2007년의 출구전략(BoJ의 금리인상) 시행 이후, 일본경제가 극심한 디플레이션을 경험했던 과거 경험도 아베노믹스의 중단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상과 같은 정치 및 역사적 경험을 감안할 때, ‘정권교체’와 같은 돌발 이슈가 없는 한 일본 정책당국이 아베노믹스를 중단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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