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견입니다)
한국 원화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원론적으로는 경상수지와 자본유출입 동향이 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대부분 그것이 맞는 것도 같다. 하지만 장기 추세를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어떤 때는 달러화의 가치, 즉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 변화가 원화 가치에 영향을 주고, 어떤 때는 이른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영향을 주기도 한다.
사실 한국이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긴급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달러 대비 환율 변동폭을 해제하기 전까지 원화 환율의 하루 움직임 폭은 아주 작게 제한돼 있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에 한도가 작게 설정돼 있고 채권시장에 대한 투자는 금지돼 있어서 자본유출입이 크지 않았다. 따라서 당시에는 유가 수준과 그에 따른 정유회사 달러 수요가 원화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 22년간 아주 기초 지식만 가지고 외신에서 경제 담당 기자로 근무해 오면서 지금까지 경제에 관한 한 수많은 일을 접했다. 기억을 바탕으로 원화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정리해 보면 경상수지, 자본유출입, 그리고 위험자산 투자심리 등을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요인이 원화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다음은 1997년 말 외환위기와 1998년 초 위기 정점 돌파 이후 원화 움직임과 다른 3가지 요인의 변화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기억에 더듬어 시기별로 어떤 요인이 원화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고 그에 대한 함의를 나름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 글은 다분히 기억에 의존한, 비전문가로서의 견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첫 번째 그림은 달러/원 환율, 달러인덱스, 그리고 이른바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VIX 지수의 3개월이동평균 움직임을 나타낸 것이다. 두 번째 그림은 한국의 분기별 경상수지와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입 현황(국제수지 기준)을 나타낸 것이다. 이 표를 바탕으로 달러/원 환율의 시기별 추세를 설명해 보려 한다.
1998년 초 한국 외환위기는 정점을 지났고 달러/원 환율은 1997년의 이상급등 이후 급락세를 보였다. 대체로 2008년 초까지는 증권투자자금 유입, 경상수지 흑자, VIX 지수 하향 추세 등이 어우러지며 달러/원 환율 하락에 영향을 주었다. 2002년 중반 이후 달러인덱스의 하향 추세도 눈에 띄지만 대체로 이 기간 중 달러/원 환율은 VIX 지수 추이를 따라다녔다.
2007년부터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VIX 지수가 급등하기 시작했지만 달러는 급락세를 보였고 달러/원 환율은 하향안정세를 지속했다. 이후 2008년 들어서면서 한국의 경상수지 악화와 당국의 고환율 선호 발언 등으로 달러/원 환율은 상승하기 시작했고, 2008년 가을 들어서는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 미국발 금융위기 본격화로 VIX 지수가 급등하면서 증권투자자금 유출도 급증했다. 달러/원 환율도 급등했다.
이후 2009년 중반 이후 VIX 지수는 급격히 하향안정되기 시작했고 증권투자자금 유입도 늘어 달러/원 환율도 급격히 하락했다. 이 때까지는 대체로 달러/원 환율이 VIX 지수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전형적인 위험자산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문제는 2011년 말경 이후 나타나는 특이한 움직임이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고조되면서 VIX 지수가 급등했는데 달러/원 환율은 상대적으로 소폭 상승에 그쳤으며 크게 보면 달러인덱스 움직임과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큰 폭의 증권투자자금 유입과 확대되기 시작한 경상수지 흑자도 눈에 띈다. 그 이후 달러/원 환율은 VIX 지수와 달러인덱스 사이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감안하면 달러/원 환율은 VIX 지수보다는 달러 인덱스 움직임에 더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원화가 선진국 통화(달러 제외)와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즉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VIX 지수의 하향안정세 에도 불구하고 달러/원 환율 하락이 제한적이라는 점과 글로벌 달러 가치 변화에 민감해진 점 등을 새로운 특징으로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앞으로 달러/원이 이렇게 많은 요인들 가운데 어느 요인에 더 큰 반응을 하는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내 기억에 기초해 비교해 보자면 달러/원의 2012년 이후 움직임은 분명 이전 시기와는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 = =
= = =
▶블로그 검색◀
▶최근 7일간 많이 본 글◀
-
《책 소개: The Singularity is Nearer》 인공지능(AI) 기술이 오늘날 보여주고 있는 혁신을 지속한다면 20년 뒤 인류에게는 어떤 변화를 주게 될까? 득이 될까, 독이 될까? AI 기술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
-
AI 정책와 규제 등에 관해 '루이자 뉴스레터'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루이자 하로브스키가 자신의 "AI 북 클럽" 활동을 통해 2024년 소개된 책에 관한 반응 등을 고려해 15권을 추천했다.
-
트렌드포스, IDC, 가트너 등 3개 주요 시장조사 기관이 2025년 주요 기술 트렌드 전망 보고서를 각기 발표했다. 이들은 모두 올해 전 세계 기술 발전을 주도한 AI가 새해에도 핵심 키워드가 되리라고 전망했는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이 3개 기...
-
나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 마지막 페이지까지 차근차근 읽어야 다음 책을 읽기 시작하는 편이다. 이런 습관 때문에 정기구독 중인 계간지가 배송되어도 읽고 있는 책이 있으면 때를 놓쳐 나중에 읽는 경우가 잦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습관 덕분에 우연히 ...
-
(※ LG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미래지향적인 의사결정, 직관에 대한 경계와 의심부터』라는 제목의 보고서 가운데 직관 및 인지적 오류의 문제에 관한 부분을 소개한다. 보고서가 길어서 나머지 부분은 생략했다. 인간은 다양한 요인 때문에 알고 보면 어처구니...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fb
KoreaViews
*스크랩
부동산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미국경제
통화정책
공유
무역분쟁
아베노믹스
가계부채
블록체인
가상화폐
한국은행
환율
원자재
국제금융센터
외교
AI
암호화페
북한
외환
중국
반도체
인공지능
미국
인구
한은
논평
에너지
정치
증시
하이투자증권
코로나
금리
자본시장연구원
연준
주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출
중동
산업연구원
생성형AI
채권
한국금융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
일본은행
BOJ
자동차
칼럼
ICO
국회입법조사처
한국
KIEP
미중관계
삼성증권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인플레이션
전기차
지정학
IBK투자증권
TheKoreaHerald
분쟁
브렉시트
현대경제연구원
BIS
CRE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KIET
NBER
OECD
대신증권
무역
미국대선
배터리
상업용부동산
수소산업
원유
유럽
유진투자증권
자본시장
저출산
전쟁
ECB
EU
IBK기업은행
IEA
LG경영연구원
PF
PIIE
경제학
공급망
관광
광물
규제
기후변화
로봇
로봇산업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생산성
선거
신용등급
신흥국
아르헨티나
엔
연금
원자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연이자율
중앙은행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패권경쟁
한국무역협회
혁신
환경
AI반도체
Bernanke
CBDC
CEPR
DRAM
ESG
HBM
IPEF
IRA
ITIF
KDB미래전략연구소
KISTEP
KOTRA
MBC라디오
NIA
NIPA
NYSBA
ODA
RSU
SNS
Z세대
iM증권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특구
고용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금융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제유가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금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트윈
러시아
로슈
로이터통신
말레이시아
머스크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방위산업
버냉키
법조
복수상장
부실기업
블룸버그
사회
삼프로TV
석유화학
소고
소비
소통
수출입
스테이블코인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싱가포르
씨티그룹
아이엠증권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예금보험공사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인재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참고자료
철강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테슬라
통계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트럼프
팬데믹
프랑스
플라자합의
피치
하나증권
하마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해리스
해외경제연구소
홍콩
횡재세
휴머노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