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은 특정 사안에 대한 정보의 양이 불충분하거나 습득한 정보의 객관성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와는 달리 통계 당국은 정보의 양이 어느 개인보다 많고 생산하는 정보의 객관성도 어느 개인보다 높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통계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느냐는 경제전문가의 몫이 되며 그것을 다시 개인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언론이다.
시기에 따라 변동이 심하거나 개인에 따라 습득한 정보의 차이가 클 경우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정확한 상황 파악에 도움을 줘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그런데 지난 달 한 기사는 아무리 얌전하게 말해도 충격적이었다. 웬만한 정도가 아니어서 통계를 찾아보며 검증해 보았다. 일단 조금 길지만 전문을 인용한다.
'누가 식탁 물가 좀 잡아주세요!'
시장에 나가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얘기다. 올해 초 채소값이 폭등하자 당국은 이맘때 쯤이면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될거라고 자신있게 예측했었다. 노지재배 채소들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가격이 안정될 거라는 얘기였다. 실제로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에는 햇양파와 마늘, 감자, 장아찌용 오이 등 채소들이 본격적으로 출하되고 있다. 하지만 장을 보러나온 주부들의 손길은 연신 들었다 놨다는 거듭한다. 만만치 않은 가격탓이다. 한술 더떠 이제는 장마철을 앞두고 채소값이 불안정하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어 한숨만 절로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물가 상승률 상위 10개 품목 가운데 8개를 채소류가 차지했다. 양파가 1년 전보다 무려 111.3%나 뛰어 1위를 차지했고 배추(62.2%), 파(61.3%), 마늘(45.7%), 양상추(31.3%), 무(29.1%)가 뒤를 이었다. 피망(19.8%), 미나리(17.8%) 가격도 많이 올랐다.
도대체 뭘 먹어야하나?
채소값 뿐아니다. 쇠고기 가격은 올라도 너무 올랐다. 한우값이 뛰니 수입육 가격까지 덩달아 오름세다. 물가당국에따르면 지난 7일 현재 1등급 한우의 1㎏당 평균 도매가격은 1만921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 올랐다. 지난 2012년 한우 가격 폭락에 이어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한우 농가들이 사육 마릿수를 크게 줄인 탓이다. 실제로 2012년 301만7000마리이던 한우 사육 마릿수는 지난 3월 247만8000마리까지 줄었다. 한우 사육농가가 늘지 않는 한 한우가격의 고공행진은 계속되고, 한우 수요가 다른 육류로 몰리면서 전반적으로 육류가격이 오르고 있다는게 관계 당국의 설명이고 보면 소고기 먹을 일은 더 줄게 생겼다. 소고기의 대체육류인 돼지고기와 닭고기 역시 휴가철과 보양식 수요가 늘면서 8월 말까지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빵과 라면값이 불안하다?
국제 투기 세력이 개입한다는 설까지 나돈 원당가격은 한동안 안정되는 듯 싶다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좋지 않은 소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업계에 따르면 원당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저점 대비 65% 이상 올랐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5월 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2.1% 올라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가장 가격이 크게 뛴 품목은 설탕이고 육류와 곡물, 유제품 가격 순이다. 아직은 재고가 많아 안정세라지만 동남아 등 주요 생산지 작황 악화가 계속되면 소맥과 대두,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예상보다 빨리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자와 빵, 아이스크림,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이 오를 우려가 커진다는 얘기다. 농심, 오뚜기, 팔도 등 라면업체들은 "원가 압박 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며 물가당국과 시중의 분위기를 살피는 모양새다. 여기에 주거비 부담, 억 소리가 나는 전세값 상승세까지 보태면 서민들은 이내 고개를 돌리고 만다. 하지만 물가당국은 다른 걱정을 하고 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 내외에 머무는 저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0%대로 떨어졌다. 선진국에서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 밑으로 떨어지면 디플레이션 위험이 있다고 본다. 온도차가 큰 이유는 무엇일까. 통계청이 소비자물가를 집계하는 480여개 품목 중 소비자들의 체감도 높은 농축수산물과 서비스요금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집세 상승률은 2.9%로 3년 만에 가장 높았다. 공공요금 등 서비스 부문의 물가도 4년 만에 가장 높은 2.4%를 기록했다. 농축수산물 물가 역시 2.4% 올랐다. 반면 국제유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석유류 제품의 가격은 10.3% 떨어졌다. 지난해 0%대 물가 상승률이 지속된 데도 저유가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 물가당국의 분석이다.
도대체 식탁물가는 언제쯤 안정될 것인지...
산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회오리로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요즘 물가당국은 과연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것인지 서민들 밥상에 오르는 찬거리며 먹을 거리값은 언제쯤 안정을 되찾을지 여름장마에이어 일찍 찾아올 추석물가도 걱정이다. 현재로선 식탁물가가 안정될 가능성 보다는 오를 가능성이 커 보이는게 사실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서민들이 주머니 사정으로는 풍성한 한가위를 꿈꾸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기사 도처에 들어 있는 부적절한 표현이나 단어는 뒤에 살펴보기로 하고 일단 통계를 살펴보자. 즉 기사가 '한탄'하듯 채소 등 신선식품과 전월세 물가가 시민(여기서는 '서민'이라고 하지만 '서민'의 규정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의 생활에 위협이 되는 수준인지 살펴보자.
아래 그림에서 보듯 기사에 언급된 품목들 가격은 지난 5년간 크게 오른 것이 없다. 심지어 양파, 무, 양상추, 파 가격은 5년 전보다 낮은 상태다. 전월세 가격도 전국적으로는 5년 사이에 20% 미만 올랐다. 파 가격은 이 기간 중 한 번도 5년 전 시세를 넘은 적이 없다.
"그래도 최근 움직임은 부담이 될 정도다"라고 하려는 것일까? 아래 그림은 신선식품 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 그리고 생활물가지수 전년동월비 증가율 추세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 신선식품 물가는 날씨나 수급 문제 등에 따라 변동폭이 양방향으로 큰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물가 상승률은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둔화되는 모습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보다 낮다.
기사에는 또 한우쇠고기 가격이 급등했다는 표현이 있다. 아래 그림은 통계청에서 나타내는 국내산 쇠고기 및 수입 쇠고기 가격지수 변화 추이다. 그림에서 보듯 국내산 쇠고기 가격은 2009년 후반부터 2011년 중반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후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이다가 작년 중반부터 큰 폭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기사에도 나왔듯이 쇠고기 가격은 소 사육 현황과 수요, 가축 전염병 유무 등에 따라 큰 영향을 받고 장기간 시차를 두고 주기적인 움직임을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오랜 위축기 뒤의 급등기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는 다분히 정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기사에 포함된 통계 자체는 맞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즉 양파값이 전년동기대비 111% 상승한 것은 정상이냐고 물를 수는 있다. 하지만 과거 통계를 보니 양파값 역시 주기적인 변동성을 보인다. 즉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매분기 양파값은 오랜 동안 전년동기대비 30% 내외의 하락을 기록한 적이 있다. 그에 따라 지금은 기저효과에 따라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여기 언급된 일부 신선식품 가격 움직임이 정말 국민들의 삶을 위협하는가 하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솔직히 시장에 나가 보면 우리 나라도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많은 제품이 몇년 전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위 기사는 시작부터 "'누가 식탁 물가 좀 잡아주세요!' 시장에 나가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얘기다"라고 함으로써 독자들을 협박하는 듯한 느낌도 준다. 게다가 식탁물가란 무엇인지 그 의미를 한 번도 설명하지 않고 있다. 즉, 독자가 기사의 내용을 검증할 수 없다. 2분기 중 전분기보다 신선식품 전체 물가는 3% 이상 하락했다.
위 기사가 개인 블로그에서 나온 것이라면 내가 뭐라고 할 필요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 공영방송이고 국민들로부터 시청료를 징수하며 국가로부터 막대한 혜택을 받는 곳이기에 몇마디 한 것이다. 식탁물가 때문에 걱정이라는 위 기사의 결론은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가파른 식품가격 상승 때문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은 검증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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