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세기 동안의 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열광은 종종 대규모 투자 열풍으로 이어진다. 기업들은 미래 수익의 몫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과도한 투자를 단행하고, 그 결과 투자 붐은 결국 급격한 붕괴에 취약해질 수 있다.
이러한 붐-버스트(boom-bust) 사이클은 19세기 운하·철도 투자 열풍부터 1990년대 말 닷컴 버블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현재 진행 중인 인공지능(AI)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열풍은 이미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기술 주도 투자 붐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이번 AI 붐이 과거와 같은 파국을 맞이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런 의문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국제결제은행(BIS)의 푸리차이 룽차로엔킷쿨(Phurichai Rungcharoenkitkul)은 『The AI investment race』라는 보고서를 통해 발표했다. 보고서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본 연구는 AI 투자 붐을 승자독식에 가까운(winner-take-most) 시장에서 기업들이 벌이는 경쟁으로 모델링한다. 경쟁에서 발생하는 외부효과(contest externalities)는 기업들로 하여금 기술이 창출하는 사회적 수익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자본을 투입하도록 만든다. 또한 부채와 순환적 지분관계(circular equity ties)를 활용한 투자 방식은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키우며, 경기 하락 시에는 특수 목적 자산의 헐값 매각(fire sale) 을 초래할 위험을 높인다.
연구진은 기업 재무제표와 공개된 거래 데이터를 활용해 모델을 보정(calibration)하고 정량적 분석을 수행했으며, 나아가 업계 내 순환적 금융 연결고리가 시스템 리스크를 어떻게 전염시키는지도 분석했다.
연구 결과 AI 경쟁은 사회적으로 효율적인 수준보다 훨씬 많은 투자를 유발하며, 보수적인 기준 시나리오에서도 과잉투자 규모가 약 50% 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 붐이 클수록 이후의 붕괴 역시 더욱 심각해진다. AI 하드웨어는 범용성이 낮은 특수 자산이기 때문에, 부채 규모가 클수록 헐값 매각으로 인한 손실도 커진다.
또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초기 단계에서 투자를 서두를수록 시스템은 더욱 취약해지고 버스트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결국 AI 투자 붐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기술이 매우 높은 생산성 향상을 실제로 실현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특히 산업 내 금융 네트워크가 소수 기업에 집중되어 있다면 한 기업의 실패가 다른 기업들로 연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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