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경제연구원의 『한계 드러낸 마이너스 금리 정책 통화 완화 경쟁 격화시킨다』 보고서 내용 중 일부를 공유한다.)
▣ 유럽에서 나타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부작용
(전략)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긍정적 효과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하락하던 유로화, 스웨덴 크로나, 덴마크 크로네의 가치는 2015년 상반기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BIS가 발표하는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2015년 4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유로화, 스웨덴 크로나, 덴마크 크로네의 가치는 각각 6%, 3.9%, 3.4% 상승했다. 높아지던 대출 증가율 역시 2015년을 지나면서 낮아지기 시작했다. 2016년 들어 유로존의 대출 증가율은 0%대로 둔화되었고 덴마크의 대출은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 국가들에서 나타났던 통화 가치 하락, 대출 확대 등의 효과가 1년 남짓 밖에 지속되지 못한 셈이다.
실상 이 기간 동안 유럽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었다. 금융기관들의 중앙은행 예치자금에 적용되는 금리(deposit facility rate)는 2014년 6월 -0.1%로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한 이후, 2014년 9월, 2015년 12월, 2016년 3월에 각각 0.1%p씩 추가 인하되어 -0.4% 수준까지 낮아졌다.
주목할 대목은 유럽 경제가 마이너스 금리의 영역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경제 주체들의 심리는 더욱 악화되었다는 점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조사하여 발표하는 소비자 심리 지수(consumer confidence indicator) 기준으로, 유로존의 소비자 심리 지수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 이전에는 꾸준히 상승하여 2014년 5월 -7.1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2014년 6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발표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서 2014년 11월에는 -11.5까지 낮아졌다. 독일의 경우에는 심리 악화가 보다 뚜렷하게 나타났다.
유럽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 직전인 2014년 5월 5.5까지 상승했던 독일의 소비자 심리 지수는 이후 하락 추세로 전환되어 올해 들어서는 지속적으로 (경제 주체들의 향후 경기 둔화 예상을 의미하는) 0 미만에 머물러 있다. 이는 유럽의 경제 주체들이 마이너스 금리 상황이 심화될수록 새로운 경제 상황을 돈을 더 빌리고 소비와 투자를 늘릴 기회라기보다는 대비해야 할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였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마이너스 금리 환경 하에서 가계의 심리가 악화된 것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시행을 경기 악화를 알리는 신호로 해석한 결과일 수 있다.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검증되지 않은 통화 정책을 펴야 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증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계 측면에서 시중금리 하락으로 인해 향후 이자 수입 및 연금 소득이 줄어들 것을 예상한 결과일 수도 있다.
유럽 주요국들의 국채 수익률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 시행 이후 하락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스위스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015년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졌고,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역시 올해 중반 들어 마이너스 수준에 진입했다. 대규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연기금 및 투자회사들은 주요국 국채에 자금의 상당 부분을 투자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국채수익률의 하락은 이들 금융기관의 운용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져 노년층에 대한 연금 지급액을 중심으로 가계 소득 감소를 초래한다. 예금금리 역시 지속적으로 낮아진 결과, 올해 7월 독일 도이치뱅크의 신규 취급액 기준 저축성예금 금리는 0.01%로 떨어졌다. 여타 유럽 국가들에 비해 저축 성향이 강한 독일에서 경제 주체들의 심리 악화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금융기관들의 수익성 및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높아졌다. 유럽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 이후 유럽 은행들은 중앙은행 예치 자금에 대해 26억4천만 유로, 약 3조3천억원에 달하는 부과금을 지불했다. 그 만큼 유럽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되었음을 의미하고, 이 규모는 마이너스 정책금리 수준이 낮아질수록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마이너스 금리 환경이 확산되면서 금융기관들의 자금 운용 수익률에 해당하는 국채 수익률, 모기지 대출 금리 등은 빠르게 하락하여 속속 마이너스 금리 영역에 진입하고 있지만, 자금 조달 비용에 해당하는 예금금리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금융기관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Benchmark middle rate 기준으로 덴마크의 모기지 대출 금리는 이미 2015년 초부터 마이너스였고, 독일의 모기지 대출 금리 역시 2016년 하반기 들어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마이너스 예금금리는 스위스, 덴마크 등 마이너스 금리의 폭이 큰 국가의 일부 은행에서 법인 예금, 부유층 거액 예금에 대해 적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지만 유럽 지역 전체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예금에 대해 보관수수료를 받는 셈이어서 원금 가치 감소에 강한 거부감을 지닌 가계의 자금 인출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결국, 마이너스 금리 상황이 심화될수록 유럽 은행들은 수입은 줄어드는데 비용을 낮추는데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러한 금융기관들의 수익성 및 건전성 악화에 대한 불안감은 올해 2월 도이치뱅크 사태로 표출되었다. 마이너스 금리가 은행권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던 상황에서 유럽을 지탱해 온 독일의 최대 은행이 거액의 손실을 발표하자 은행업종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락하고 CDS 프리미엄 등 위기 관련 지표들이 급등한 것이다. 그러나 2015년 도이치뱅크가 기록한 68억 유로의 순손실은 소송 관련 비용 31억 유로, 자회사 매각 관련 손실 58억 유로 등 일회성 손실에 기인한 바 컸다.
정작 마이너스 금리의 영향을 받는 이자이익 부문에서 도이치 뱅크는 전년 대비 11.3% 증가한 159억 유로의 이익을 기록했다. 결국, 올해 초의 유럽 은행 관련 금융 불안은 세계 경제의 미약한 회복세, 고질적인 부실채권 문제, 코코본드 등 신종채권에 대한 위험성 인식 부족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되어 나타난 결과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 환경 하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유럽 은행권의 수익성 및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우려가 국제 금융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줄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
유럽 은행권에 대한 불안감은 이후에도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취약국들의 부실채권 처리 문제,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 금융시장 충격 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면서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는 연초 금융시장 불안 이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유럽 은행권 주가는 도이치뱅크 사태 과정에서 30% 가량 하락한 이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 역효과를 초래한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일본은 올해 1월 29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전격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을 발표하고 2월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과 유사하게 금융기관들의 중앙은행 예치자금 중 일정 수준 이상에 해당하는 자금에 대해 페널티 성격의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발표 직후 나타난 금융변수들의 움직임은 통화 완화를 통해 주가 상승, 엔화 약세를 노리는 아베노믹스의 바램과 정반대 방향으로 나타났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 발표 이후 2월 12일까지 약 보름 동안 일본 니케이 주가지수는 5.4% 하락했고 엔화 가치는 14.7%나 급등했다.
이러한 반응이 나타난 데에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 당시인 올해 초의 금융시장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는 1월 초부터 불거진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및 중국 증시 급락에 따른 불안감 고조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던 시기였다. 여기에 2월 들어 유럽 은행들의 실적 악화 및 부실화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외환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던 엔화가 일본의 추가적인 통화 완화 정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연초의 엔화 강세 움직임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의 배경이 되었지만,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은 엔화의 약세 전환에 실패한 셈이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의 방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정책 도입 직전인 1월 18일과 21일까지도 일본 중앙은행의 구로다 총재가 “현 시점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 가능성을 부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 중앙은행이 전격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을 발표되자, 일본경제의 상황이 긴급대책이 필요한 정도로 심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되었다. 이는 중국 증시 불안 및 유럽 은행 위기설로 불안해 하던 경제 주체들의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켰고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의 가치가 더욱 오르는 요인이 되었다.
주목할 대목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 이후 반년 이상 지났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긍정적 효과는 나타나지 않은 채 부정적 효과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엔화는 지속적으로 가치가 올라 8월 18일 기준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 발표 이후 15.6% 가치가 상승했다. 대출 증가세는 둔화되어 지난해 8월 2.8%였던 은행 대출 증가율은 올해 7월 2.1%로 낮아졌다. 소비자 심리 지수도 하락하여 올해 7월 경기 둔화 예상을 반영하는 41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의 영향으로 인한 일본 은행들의 실적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일본 5대 은행의 2016년 2분기(4월~6월) 실적을 집계한 결과, 연결최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7%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 대출 등 은행 본래 업무에서 벌어들이는 실질업무순익도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것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주력 사업인 대출 사업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중금리 하락을 반영하여 대출금리는 낮아지고 있지만 대출 규모는 크게 늘지 않아 수익성에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본 은행들의 실적 악화는 향후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있어 커다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를 미루게 되면 대출 확대, 이자 비용 감소로 인한 소비 및 투자 여력 확대 등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긍정적 효과들이 발생하기 어려워진다. 향후 일본 은행들이 악화된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대출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목표와는 정반대로 대출과 소비 및 투자가 위축될 위험성마저 있다.
또한, 통화 완화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제약하게 된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핵심은 여유 자금을 중앙은행에 예치할 경우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대출 또는 투자를 늘리도록 은행들을 압박하는 것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올해 2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하면서도 은행들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은행들의 중앙은행 예치금 중 일부
에만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약 10조엔 규모의 정책금리 잔고(중앙은행 예치금 중 2015년도 초과 지준의 평균 잔액을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서만 -0.1%의 금리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도 일본 은행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다면 추가적인 통화 완화 수단으로서 마이너스 정책금리의 추가 인하는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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