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사회기반시설 투자정책 평가』 보고서의 결론 부분을 소개한다.
보고서는 정부가 사회기반시설 즉 SOC 투자가 현재 상태에서 적정하다고 보고 점차 축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정부가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SOC에 대한 민간 투자를 활용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지만 계획처럼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규모 SOC 투자 사업은 항상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고 또 일부 사업은 정치적 목적이 개입되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한 대규모 SOC 투자는 철저한 준비 속에 정부가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언제부터인지 정부의 SOC 투자 사업이 발표되면 언론은 일제히 "삽질"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이를 정치적 논쟁거리로 삼는 것이 습관처럼 돼 버렸다. 하지만 문제는 사전 준비의 부실이지 사업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실제로 최근 서울 시내 도로 용량과 품질은 상당히 낙후된 것을 느끼고 있다.
직접적으로 이 주제에 대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부분적으로 본 블로그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을 한 적이 있다. (☞ "그래프로 살펴 보는 한국 경제에 관한 편견과 이상한 진실" 참조) 한편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 전문은 정책처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사회기반시설 투자정책 평가: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전략) 평가결과에 따르면, 국내 사회기반시설 규모가 선진국 수준이라는 주장은 단편적 측면에 근거하여 제기된 것이며, 경제구조 고도화에 따라 한정된 재원여건 하에서 향후 사회기반시설 투자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사회기반시설 확충이 2000년 이후 GDP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여, 사회기반시설 투자 확대의 필요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재정투자 축소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투자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은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사회기반시설의 확충·운영을 위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입법취지와 부합하지 않았다.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재정투자를 줄이기 위해 추진되는 민간투자사업은 일정한 원칙과 객관적 기준에 근거하여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공공투자관리센터의 자체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고 있었다. 특히 정부가 재정사업 사용료를 공공요금으로 관리하면서, 민간투자사업 사용료를 이용자가 지불 가능한 범위내로 올리겠다는 것은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경제성장에 바람직한 적정 사회기반시설 확충 규모를 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회기반시설 스톡의 적정 규모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회기반시설은 시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 요구에 부응하여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었으며, 20세기 말부터 KTX, 부산신항 및 인천국제공항이라는 거대한 사회기반시설 사업을 추진하였다. 또한 기술발전에 따라 정보통신, 전력, 상하수도 및 도시가스 네트워크 등도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여 구축한 사회기반시설 스톡이다. 또한 경제성 측면 외에도 지역균형발전 및 국민 후생을 위해 사회기반시설 확충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목적으로 계량분석을 통해 사회기반시설 투자규모를 산정하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으나, 연구 결과를 국가재정 배분의 자료로 활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계량분석은 기본적으로 사회기반시설 투자의 효율성 혹은 생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형평성 혹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사회기반시설 투자규모를 고려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투자는 효율성만을 고려하여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계량경제학적 방법론으로 산정된 적정 사회기반시설 투자 규모는 추세를 보기 위한 참고자료로 한정될 필요가 있다.
또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사업은 국회의 통제 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주도적으로 민간투자방식의 개별적인 사회기반시설사업에 대한 추진 여부를 결정하고 관리하는 것은 지양될 필요가 있다.
사회기반시설은 우리 사회가 더 풍요롭고 안전하기 위해 구축되어야 하는 자본재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아직까지 건설된 바 없는 새로운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해야 한다. 또한 사회기반시설 투자는 이동권과 생존권을 확보하는 생산적인 복지로 볼 수 있다. 건설업의 경우 고용과 생산유발효과가 타 산업보다 매우 크기 때문에 사회기반시설 투자는 사실상 일자리를 확충하는 복지 투자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부문 자본스톡을 형성하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는 총요소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민간투입요소에 의한 생산활동에 양의 외부성을 가져오는 간접적인 효과도 있다.
국내 여건상 사회기반시설 투자 규모를 축소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기반시설은 경제학자들이 계량화할 수 없는 총요소생산성을 구현하는 실체로 간주되기도 하므로, 총액을 줄이거나 축소의 폭이 지나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효과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일부 사회기반시설의 투자는 부적절하게 이루어졌을 수 있다. 그러나 이에 근거한 사회기반시설 전반에 대한 재정 투자 축소는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기반시설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회기반시설 관련 중장기 계획 수립 및 예비타당성조사 방법론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부적절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관련 법률을 보완하고,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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