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24

(스크랩) 이쯤에서 알아보는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 건의/의결권의 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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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국무위원 해임 건의/의결권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제 권력구조를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에 남아 있는 의원내각제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제헌헌법부터 쭉 한 번 찾아 보았다.

1) 제헌헌법

제69조: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국회의원총선거후 신국회가 개회되었을 때에는 국무총리임명에 대한 승인을 다시 얻어야 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내각제적 성격이 강했던 헌법이다. 대통령의 국무총리 임명에 있어서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함은 물론, 국회의원 총선거로 새 국회가 개회될 때마다 국무총리 임명 승인을 다시 받아야 했다. 다만, 국무총리와 국무원(내각)의 연대 불신임, 그리고 국회 회기 중의 국무원(내각) 불신임에 대한 조항이 명시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본격적인 내각제라고 하기도 곤란하다.

1951년 말 이순용 내무부장관에 대한 불신임결의가 통과된 적이 있으나 이는 헌법상의 근거가 없었고 1952년 초 그가 체신부장관에 임명된 것을 보면 '불신임'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석해야 할 듯하다.

2) 제1차 개헌 헌법 (1952년 발췌 개헌)

제70조의2: 민의원에서 국무원불신임결의를 하였거나 민의원의원총선거후 최초에 집회된 민의원에서 신임결의를 얻지 못한 때에는 국무원은 총사직을 하여야 한다.

국무원의 신임 또는 불신임결의는 그 발의로부터 24시간이상이 경과된 후에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행한다.

민의원은 국무원의 조직완료 또는 총선거 즉후의 신임결의로부터 1년이내에는 국무원불신임결의를 할 수 없다. 단, 재적의원 3분지 2이상의 찬성에 의한 국무원불신임결의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총사직한 국무원은 신국무원의 조직이 완료될 때까지 그 직무를 행한다.

대통령제도, 내각제도 아니었던 어정쩡한 제헌헌법에 대통령, 국회 다 불만을 가졌던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 국민 직선'이라는 대통령제의 핵심과 '의회에 의한 내각 불신임'이라는 내각제의 핵심을 '발췌'하여 하나의 헌법 안에 넣었기 때문에 '발췌 개헌'이었던 셈이다. 위의 조항만 보면 거의 완벽한 내각제이다.

3) 제2차 개헌 헌법 (1954년 사사오입 개헌)

제70조의2 민의원에서 국무위원에 대하여 불신임결의를 하였을 때에는 당해 국무위원은 즉시 사직하여야 한다.

전항의 불신임결의는 그 발의로부터 24시간 이상이 경과된 후에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한다.

흔히들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연임 제한을 폐지한 것만 알고 있는데, 사실 이 헌법의 핵심은 국무총리제의 폐지로 헌법상의 내각제적 요소를 거의 완전히 없앤 것이다. 그나마 국회를 설득하기 위해서 내각 전체 대신 개별 국무위원에 대한 불신임결의를 도입한 듯하다.

1955년 임철호 농림부장관에 대한 불신임결의가 의결되었으며, 헌법 규정대로 즉시 사직하였다.

4) 제3차, 4차 개헌 헌법 (1960년 제2공화국 개헌)

제71조 국무원은 민의원에서 국무원에 대한 불신임결의안을 가결한 때에는 10일이내에 민의원해산을 결의하지 않는 한 총사직하여야 한다.

국무원은 민의원이 조약비준에 대한 동의를 부결하거나 신연도 총예산안을 그 법정기일내에 의결하지 아니한 때에는 이를 국무원에 대한 불신임결의로 간주할 수 있다.

민의원의 국무원에 대한 불신임결의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국무원에 대한 불신임결의안은 발의된 때로부터 24시간이후 72시간이내에 표결하여야 한다. 이 시간내에 표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불신임결의안은 제출되지 아니한 것으로 간주한다.

국무원은 국무총리가 궐위되거나 민의원의원총선거후 처음으로 민의원이 집회한 때에는 총사직하여야 한다.

제1항과 전항의 경우에 국무원은 후임국무총리가 선임될때까지 계속하여 그 직무를 집행한다.

(거의) 완전한 내각제 헌법으로, 국무위원에 대한 불신임결의는 당연히 없어졌으며, 대신 1952년 발췌 개헌 헌법의 내각제 성격 조항이 다시 살아났다.

5) 제5차 개헌 헌법 (1963년 제3공화국 개헌)

제59조 ①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

②전항의 건의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③제1항과 제2항에 의한 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

내각제적 요소가 거의 없어진 대통령제 헌법으로, 단적으로 국무총리 임명에 대한 국회 동의가 없다. 국회에 대한 '마지막 성의 표시'로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해임 '건의' 조항을 집어넣었지만, 당시 신문을 보니 헌법 개정에 참여한 전문위원은 '별 의미 없는 조항'이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이후 큰 정치적 파란을 일으키게 된다. 공화당이 원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1969년 권오병 문교부 장관, 그리고 1971년 오치성 내무부 장관이 각각 국회에 의해 해임 건의되며, 두 장관 모두 사임하긴 했지만 여당 내의 '분란'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오치성 장관의 해임 건의의 경우 유명한 공화당 '항명파동'으로 이어졌으며, 결국 10월 유신으로 가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해석된다.

6) 제7차 개헌 헌법 (1972년 유신 개헌)

제97조 ①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그 해임을 의결할 수 있다.

②제1항의 해임의결은 국회재적의원 3분의 1이상의 발의에 의하여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③제2항의 의결이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국무총리 또는 당해 국무위원을 해임하여야 한다. 다만,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의결이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전원을 해임하여야 한다.

의외로 유신 헌법에서 꽤 강력한 내각제적 요소가 발견된다. 국무총리 임명의 국회 동의가 다시 부활하였으며, 사실상의 내각 불신임으로 해석할 수 있는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 의결도 등장한다.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 의결은 덤이다. 다만, 당시 통일주체국민회의/유신정우회에 의해 사실상 국회의원의 1/3을 대통령이 지명하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는 오히려 내각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대통령이 국회를 통한 '친위 쿠데타'로 싹 뒤집어엎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 아닌가 나는 해석한다.

7) 제8차 개헌 헌법 (1980년 제5공화국 개헌)

제99조 ①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그 해임을 의결할 수 있다. 다만,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의결은 국회가 임명동의를 한 후 1년이내에는 할 수 없다.

②제1항의 해임의결은 국회재적의원 3분의 1이상의 발의에 의하여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③제2항의 의결이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국무총리 또는 당해 국무위원을 해임하여야 한다. 다만,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의결이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전원을 해임하여야 한다.

유신헌법의 내각제적 조항은 제5공화국 헌법에도 그대로 계승되었다.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 헌법이기 때문에 특히 기억에 남아 있다. (어 이거 내각제네! 하고 나름 신기하게 생각했다는...) 통일주체국민회의가 없어지고 제1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의 2/3을 가져가는 조항만 있을 때이기 때문에 '여소야대'가 실현되었을 경우 꽤 강한 갈등이 발생했을 소지가 있었던 듯하다. 물론 그런 일은 없었지만.

8) 제9차 개헌 헌법 (1987년 개헌, 현행 헌법)

제63조 ① 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

②제1항의 해임건의는 국회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에 의하여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3공화국 헌법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3공화국 헌법과 비교할 때 국무총리의 국회 동의가 들어간 대신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의 해임 건의에 있어서는 '대통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삭제되었다. 당시 신문을 보면 이 조항에 대해서는 다들 큰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야권 개헌안에 원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조항이 들어 있었지만 여권과의 협상 과정에서 이 조항을 없애는 데 합의하였다.

1988년 여소야대 국회가 성립된 이후 국무위원 해임 건의안이 여러 차례 제출되었지만 통과된 사례는 없다. 그리고 1990년 3당합당으로 여소야대 상황이 해소되었다.

현행 헌법 하에서 이제까지 국무위원 해임 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2001년 임동원 통일부장관, 2003년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 때 두 번이다. 2001년 임동원 장관의 해임 건의안 통과는 소위 DJP연합의 종료를 상징하는 사건이었으며, 2003년 김두관 장관의 해임 건의안 통과는 당시 원내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노무현 대통령 '길들이기'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결국 다음해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로 이어진다. 두 사례 다 장관의 사임으로 종결되었다.

현행 헌법 조항을 그대로 해석한다면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 건의를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아도 위헌이 아니다. 하지만, 헌법을 자구 하나하나에 얽매여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60여년 역사 속에 알게 모르게 형성된 정치적인 전통과 관습을 지켜 나가는 것이 진짜 민주주의다. 그동안 네 차례에 걸쳐 있었던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 건의안 통과는 모두가 국회의 대통령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지만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고 대상이 된 장관들은 모두 사임하였다. 이번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이 전통과 관습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이 모든 논란에 대한 최종 해결책은 전면 내각제로의 개헌이다. 현행 헌법이 계속되는 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미명 하의 대통령과 국회의 대립 역시 지속될 것이다. 되지도 않는 3권분립 이제 지겹다. 나는 '의회 독재'를 강력하게 원한다. 의회의 우위 내지 입법부의 행정부 지배를 보장하는 '2권분립' 체제인 의원내각제 말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대통령 직선보다는 의회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의회민주주의라는 말이다. 5년마다 국민 직선으로 '왕'을 뽑아서 '역성혁명'을 정례화한다고 해서 민주주의는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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