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6

(스크랩) 재정건전성에 꼭 그렇게 목메야 하나?

(※ 홍춘욱 님의 블로그 글을 공유)

한국 경제가 예전에 비해 많이 불평등해졌다고 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통계에 따르면, 상위 10%의 평균 소득이 하위 10%에 비해 10.1배나 많다. 이렇게 소득 격차가 확대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에 대해 미국 캔자스 대학교 사회학과의 김창환 교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다른 선진국의 불평등은 소득 상위 10% 혹은 1%의 점유율이 끝없이 확대된 탓이지만, 한국의 불평등은 그 반대라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하위 10%가 지속적으로 몰락한 탓에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중위 소득에 비해 하위 10% 커트라인에 해당되는 사람의 소득 비율은 2.6배에 달한다.

참고로 1990년에는 이 비율이 1.9배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2000년에도 2.0배에 불과했다.

특히 하위 10% 가구의 몰락과 노인 빈곤은 매우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보건사회 연구원의 ‘빈곤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노인빈곤율은 42.9%에 달한다. 만일 1인 가구를 통계에 포함한 경우에는 그 비율이 51.2%까지 상승한다. 즉 우리나라 노인 가구 둘 중 하나는 빈곤층에 속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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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수 많은 요인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가장 주된 요인은 아래의 두 가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원인은 ‘조선족 이모’를 비롯한 외국인 인력의 수입을 들 수 있다. 1998년 31만 명에 불과하던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15년 190만 명으로 늘어났다. 상당수 중소기업은 외국인력 없이 사업을 유지할 수 없으며, 또 외국인력이 발생시키는 직간접적인 소비도 경제에 큰 기여를 한 게 사실이다.

다만 저임금/비숙련근로자 계층에게 외국인력의 유입은 무시할 수 없는 위협으로 작용한다. 공급이 넘쳐 흐르는 대학생 과외비가 20년째 제자리 걸음인 것처럼, 비숙련 근로자들의 임금도 정체상태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을 전후해 시작된 정보통신 혁명도 저소득층의 몰락을 가져온 요인이었다. 컴퓨터와 스마트 폰 등 다양한 신제품의 확산은 경제 전반에 큰 수요를 창출했지만, 이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한 노인 및 장년 계층은 도태될 수 밖에 없었다.

두 번째 이유는 한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 집착이다. 2007년 이후 세계 주요국은 ‘금융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쳤고, 이 결과 G20에 속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정부부채의 급격한 증가를 경험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 부채는 67% 포인트 증가했으며, 미국도 44% 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은 위기 이전에 비해 단 10% 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담배세 인상 및 조세감면 축소를 통해 조세부담율은 2013년 17.9%에서 2016년 19.6%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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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국의 조세부담율은 OECD에 가입한 35개 나라 중에 31위에 불과할 정도로 낮기 때문에, 세금을 더 걷을 것에 대해 문제를 삼을 생각은 없다. 특히 2016년을 고비로 15~64세 인구가 정점을 기록하고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 많은 세금을 걷어야 할지도 모른다. 다만, 이 자리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지난해 세금을 더 걷으면서도 정부의 지출은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16년 회계연도 국가결산’ 자료를 보면, 총 세입은 2015년에 비해 16.9조원이나 증가한 반면, 총 세출은 12.8조 늘어나는 데 그쳐 세계 잉여금은 5.2조원에 이르렀다. 물론 2016년 한국 경제가 호황이어서 세금이 더 걷히고, 또 특별히 세금을 더 쓸 이유가 없었다면 칭찬할 일이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한국경제는 중국의 THAAD(고고도지역방어) 관련 보복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줄어들고, 김영란 법 등으로 내수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었는데 긴축 재정정책이 꼭 필요했을까?

물론 한국의 국가부채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의 경제학자들은 한국 재정 상태에 대해 정반대의 의견을 제시한다. 23개 주요 선진국의 부채 수준과 이의 감당 능력을 검토한 이 보고서에서, IMF는 한국의 국내총생산대비 정부부채 비율의 한계가 200% 전후라는 결론을 내렸다. 참고로 2016년 말 현재 한국 정부부채 비율은 38.3%에 불과하다.

참고로 IMF가 "한국이 국내총생산의 200%에 이르는 정부부채를 감당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첫 번째는 한국의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주요 선진국 중에서 한국의 명목 경제성장률이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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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앞으로도 계속 저출산 흐름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인 재정 여건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세금을 낼 젊은 인구가 줄어든 반면, 노령화에 따른 정부 재정 부담이 빠르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저출산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서울대 이철희 교수의 논문 “한국의 합계출산율 변화 요인 분해”에 따르면, 한국 출산율의 하락은 기혼여성의 출산율이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고학력 여성의 결혼 기피에 의해 발생한다고 한다.

실제로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35~39세 인구의 26.2%가 미혼 상태일 뿐만 아니라 대학원 졸업 이상 학력 30대 이상 여성의 미혼율은 2010년 21.7%에서 2015년 23.4%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경기가 어려워지며 직업을 갖지 못한 고학력 젊은이가 늘어나고 이 과정에서 다시 결혼율과 출산율이 함께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정부재정 지출을 확대해 고령층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일은 20~30대의 실업문제를 해결함은 물론, 저출산 문제도 완화시킬 일석 삼조의 해결책이라 생각된다. 부디 ‘재정건전성’에 집착하다, 우리 경제의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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