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투자증권 보고서 내용 일부)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인플레 기대감》
지난 주말 미국 고용지표는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금리와 기대 인플레는 상승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민간부문 신규 일자리는 14만 8천명을 기록해 월가 전망치인 18만명을 밑돌았고 임금 상승률도 전년동월대비 2.5%로 전월과 비슷했다.
그러나 발표 직후 국채금리는 오히려 상승했고, 채권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재차 슈팅했다. 세제 개편안 통과 이전 데이터인데다 유가 상승, ISM 제조업 지수 호조 등을 감안하면 고용 상황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당사의 스타일 국면 모델도 실로 오랜만에 4사분면에서 1사분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4사분면은 경기는 바닥을 쳤지만 수요가 부족해 물가와 금리 상승 압력은 적은 국면이며, IT와 바이오 등 성장주 중심으로 시장이 전개된다. 2017년이 전형적으로 그랬다. 그러나 1사분면은 수요 회복으로 물가 압력이 전방위로 확산, 금리 상승에 대한 시장 기대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2018년은 시클리컬과 경기 소비재 등 전통적인 경기민감 업종이 우위를 점하게 될 것으로 본다.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 고용부진, 저물가를 탈피하기 위한 정부 정책 변화, 기업투자 육성
물가 압력은 크게 1) 지정학적 불안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나타나는 공급발 인플레와 2) 경기회복, 레버리지 등으로 초과 수요가 발생해 나타나는 수요견인 인플레로 나뉘는데 현재는 후자의 형태인 것 같다.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로 기업투자 활성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8년 동안 중앙은행이 돈을 풀었지만 자산가격만 올랐을 뿐 일자리 증가는 정체였다. 이에 작년부터 법인세를 인하하고 규제를 풀어 기업투자를 촉진하는 정부 정책들이 지속 발표되고 있다. 미국도 얼마 전 법인세를 인하했지만 영국은 이미 작년 4월 법인세를 19%로 내렸고 2020년에는 17%까지 인하할 계획이다. 일본도 30% 수준인 법인세 실효세율을 10%p 내릴 계획이다.
프랑스도 작년 5월 대통령에 당선된 마크롱 주도 하에 현재 33.3%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022년까지 25%로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프랑스공항공사(ADP), 르노, 프랑스전력공사(EDF) 등 81개 공기업 지분을 매각해 100억 유로 규모의 혁신 펀드를 조성, 스타트업 투자도 지원한다.
신흥국인 중국은 법인세율이 25%라 이러다 제조업 기반 유출이 심각해지겠다 싶었는지, 작년 말 외자기업 세제 혜택을 긴급 발표했다. 중국 내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중국에 재투자할 경우 원천징수 세율 10%를 면세키로 한 것이다. 2017년 1월 1일로 소급 적용되는데다 면세되는 산업의 대부분이 외상투자 산업지도 목록에서 권장 사업으로 분류된 348개 핵심 산업(반도체 LCD, OLED, 민영 항공기, 전기차 배터리, VR/AR 설비)들이며 중국 산업구조 고도화에 필요한 항목들이다.
한국의 경우 법인세 최고세율이 25%로 인상되었으나 현 정부의 기조인 중소기업 중심 혁신 성장은 기업투자라는 측면에서 글로벌 트렌드와 정확히 일치한다.
미국, 중국, 유럽 등 글로벌 전반적인 제조업 지표 강세는 이러한 흐름을 방증하고 있다.
당사 이코노미스트인 박정우 위원 역시 선진시장 투자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의 정책 방향이 기업 투자에 맞춰지고 있는데다, 실제 자본지출을 결정하는 CEO들의 서베이 지표도 회복 중인 것을 보면 글로벌 투자 사이클 전망이 매우 밝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글로벌 투자의 선행지표라고 볼 수 있는 독일 해외 자본재 주문지표, 일본의 공작기계 주문지표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며 선진국의 자본재 수입 동향과 신흥국 자본재 수출 동향 모두 회복 일로다. 글로벌 투자 사이클의 상승 추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명확해 보인다.
금융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 강화 조짐: TIPS로의 자금 유입 등
이에 오랜만에 인플레 기대가 강화되고 있다. 주식 투자자 입장에선 매우 반가운 일이다. 국제유가(WTI)가 오랜만에 60달러에 안착한 것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원자재 가격 강세도 수요 회복의 결과물이다. 최근 나타나기 시작한 인플레 기대는 지속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금융시장 내에서는 연초부터 인플레 베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1) 지난 주 인플레이션 헷지 채권인 TIPS로의 자금 유입은 1년래 최대치를 기록했고 2) CFTC가 집계하는 미국채 10년물 비상업성(non-commercial) 포지션이 순매도로 전환되었다. 트럼프 취임 직후였던 작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장기금리 상승에 대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증거다.
인플레이션 기대를 반영하는 시클리컬, 경기소비재 강세
지난 주 주식시장도 인플레이션 기대를 반영하는 주식들이 오랜만에 강세를 보였다. 현대중공업(+22.4%), 현대로보틱스(+16.3%), 두산인프라코어(+11.9%), 삼성엔지니어링(+11.7%) 등 산업재 종목 이외에도 POSCO(+10.7%), LG상사(+8.1%) 등 소재/상사주도 동반 상승하였다. 미국에서도 세제개편에 대한 기대감으로 Boeing, Caterpillar, Ford, Dell, Corning, VF, Dupont 등 소재/산업재와 경기소비재 업종에서 52주 신고가 종목이 다수 발견됐다.
강세장은 단순히 오래 지속됐다 해서 끝나진 않는다(Bull markets don’t die of old age). 핵심은 인플레이션이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강세장은 늘 인플레이션과 함께 찾아왔고, 인플레이션과 함께 종결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최근까지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없다는 사실에 환호했다.
그러나 과연 인플레이션은 사라졌는가. 기술 혁신으로 인한 구조적 가격 하락 압력, 노동가능 인구 감소 등 인플레이션을 가로막는 이유들은 여전히 상존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과 정책 변화에 좀 더 점수를 주고 싶다. 2018년은 이러한 역설적인 실타래를 풀어내는 첫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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