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투자증권 보고서 내용 중 원화 강세를 전망하는 부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와 제조업 고용 기반 약화는 주로 중국과 한국 등 신흥국과 관련된 이슈이다. [그림23]에서 보듯이 미국이 다른 선진국과의 무역에서 입는 적자 규모는 GDP를 감안해서 보면 1980년대보다 더 줄어들었다.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이 미국에 대한 수출을 크게 늘리다보니 다른 선진국보다 신흥국과의 무역에서 입는 적자가 크다.
따라서 미국에게 DXY, 혹은 Major 지수와 같은 선진통화대비 달러화지수를 하락시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이보다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크게 흑자를 보는 신흥국 일부 국가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거나 그 나라의 통화가치를 절상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 또는 외환시장 개입을 투명하게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미국에 이익이 된다. 통화가치 절상이나 외환시장개입의 투명성 제고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미 재무부가 나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무차별적이고 누구에게 이익이 될지 불명확하고 거시정책인 달러화지수를 움직이는 것보다 제한적이고 효과가 예측가능하고 미시정책인 관세 및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쓴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6년 선거 때부터 중국에 대해 두 가지 미시정책을 쓰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미 중국에 대해 철강 및 첨단제품에 대해 대규모 관세 부과를 결정했고,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할 의향은 없는 것 같다. 철강에 대한 관세를 면제했고, FTA 재협상도 큰 변화없이 타결됐다. 대신 미국은 환율조작국 지정을 무기로 한국에 대해 외환시장개입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현재 다른 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는 2015년에 제정된 교역촉진법(Trade Facilitation and Trade Enforcement Act)인데, 이 법에 따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는 나라는 지난 4월에 발표된 환율보고서에는 없다. 이 때문에 미국은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1988년 종합무역법(Omnibus Trade and Competitiveness Act)을 다시 꺼내들 준비를 하고 있다.
2015년 교역촉진법에 따르면 세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환율조작국에 지정된다. 1)연간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달러를 넘고, 2)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3%를 넘고, 3)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GDP의 2% 이상 달러화를 매수한 국가다. [표2]는 대미무역에서 무역수지 흑자를 많이 내고 있는 11개 국가들을 나타낸 것인데, 이 세 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하는 나라는 없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많은 흑자를 내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로부터는 수입을 많이 해 '통 큰 대국' 이미지를 만들면서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고 있다.
멕시코와 인도도 중국처럼 대미무역에서 흑자를 내고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에서는 적자를 내고 있다. 일본과 독일, 이탈리아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도 많고 전체 경상수지 흑자도 많은 편이지만 외환시장 개입을 하지 않는다. 스위스는 경상수지 흑자가 많고 외환시장개입도 많이 하지만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가 많지 않다.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달러가 넘고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3%를 넘지만, 외환시장 개입 규모를 공개하고 있지 않아서 역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 여의치 않다. 다들 2015년 교역촉진법의 약점 한 두 가지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1988년 종합무역법에서도 환율조작국 지정은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그 기준이 대미 무역수지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환율조작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규모에 상관 없이 흑자이기만 하면 조건을 충족할 수 있고, 뚜렷한 증거가 없어도 환율조작 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2015년 교역촉진법에 따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없지만, 우리나라와 대만은 1988년, 중국은 1992년에 1988년 종합무역법에 따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바 있다.
1988년 종합무역법은 미국 정부 마음대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이후 미국의 무역수지가 균형으로 복귀했기 때문에 이 법은 사문화됐다. 그러다가 미국이 2015년에 조건을 구체화해서 교역촉진법을 제정했는데, 조건이 너무 구체적이다보니 실효성이 없어진 상태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규칙이 명확히 정해져 있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반대하고 양자간 협정을 훨씬 선호한다고 했다. 강대국이 규칙에 따라 스스로의 손발을 묶을 필요가 없다는 것인데, 2015년 교역촉진법과 1988년 종합무역법 사이의 관계는 TPP와 양자협정 사이의 관계와 같다.
현재 한국의 GDP대비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7.8%로 과거 평균에 비해 크게 높다. 1990년 이후 평균치는 3.0%이다. [그림24]는 한국의 무역수지와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을 나타낸 것인데, 과거에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하락(원화절하)하면 무역수지 흑자가 늘어나고 실질실효환율이 상승(원화절상)하면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드는 구조였다. 그러나 2013년 이후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상승하는데도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더 커지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 현상이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개입으로 원화가 충분히 절상되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일부 품목의 수출이 호황이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북한의 핵개발 등으로 한반도의 전쟁 리스크 때문에 원화가 저평가되었기 때문에 생긴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처방은 분명하다.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투명하게 공
개하여 무역수지 흑자가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아니면 시장개입 때문인지 밝히는 방법
밖에 없다. 우리는 향후 한국 원화의 절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한다. IMF는 원화가
1∼12% 저평가되어 있다고 평가하는데, [그림25]을 보면 현재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원화는 1990년 이후 고점에 비해 약 6% 저평가되어 있다. 한반도의 비핵화 움직임과
남북 경제협력 등의 정세 및 대규모 무역흑자를 감안할 때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990년대 이후의 고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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