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 성장은 말 그대로 경이적이라고 할 만하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한국의 1인당 GDP는 1997년 외환위기 시기를 제외하고 2002년까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증가했다. 참고로 아래 그림은 PPP 달러 가치로 측정한 1인당 GDP 액수를 미국 대비 비율로 계산한 것이다. 미국 대비로 계산하는 이유는 미국은 한 나라라기보다는 자본주의 경제를 대표한다고 널리 인정받기 때문이다.
미국 대비 비율로 본 한국의 1인당 GDP는 1980년 30%대 중반에 그쳤고 일본과의 격차는 50%포인트에 가까웠다. 그러던 것이 일본이 디플레이션에 빠져 미국 대비 1인당 GDP 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사이 한국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2002년경 양국 격차는 20%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한국은 이른바 신용카드 부실로 인한 미니 금융위기로 3-4년간 미국 대비 비율 기준으로 성장을 회복하지 못하고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한국은 다시 성장을 재개했고 2010년까지 다소 가파른 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미국 대비 1인당 GDP 비율은 4년 정도 하락하는 보기 드문 상황을 맞이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다시 성장을 재개하는 모습을 보여 다소 안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이렇게 성장을 재개했다고 해서 안심하기는 이르다. 그것은 바로 오랫동안 지적돼 온 생산성 부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국이 성공했다는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한국 경제의 생산성을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사용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취업자 당(점선) 및 근로시간 당(실선) GDP 생산액을 PPP 달러 가치 기준으로 측정한 뒤 미국 대비 비율로 환산한 것이다. 즉 똑같이 한 명이 혹은 한 시간 일할 때 GDP 기준 부가가치 생산액이 얼마나 되는지 미국과 비교한 것이다.
여기서도 미국과 비교하는 이유는 미국이 단순히 한 나라라기보다는 노동과 자본의 이동이 자유롭고 혁신이 가장 잘 일어나는 자본주의의 대표 격이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에서 우선 눈에 띄는 한국만의 특징은 근로자 당 GDP 산출액과 근로시간 당 산출액 격차가 지속적으로 넓게 벌어져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근로 시간 중 상당 시간은 제대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않고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생산성 문제의 본질이다.
아래 그림에서 눈여겨볼 점 가운데 하나는 일본이 미국 대비 비율 면에서 하락 추세를 마무리하고 이제 성장을 재개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아베노믹스 정책에 따라 일본 경제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보도가 많이 나오는데 사실 일본의 생산성 하락은 이미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에 바닥을 찍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G7과 비교해볼 때 일본의 생산성 격차는 크게 벌어져 있으므로 생산성 하락이 바닥을 찍은 것 자체는 엄청나게 고무적인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또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한국의 생산성이 근로자 당 기준으로 보나 근로시간 당 기준으로 보나 너무나 낮은 수준에서 성장을 멈추고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근로자 당 생산성은 심지어 (미국 대비 비율로 봤을 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 일자리 지키기에 정책을 집중하면서 일자리는 지켰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지켜진 일자리 가운데 일부는 부가가치를 전혀 만들어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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