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집값은 비싼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수십, 수백 가지 개념에 대한 개념이 우선 확정돼야 한다. 한국은 전국을 뜻하는지, 집값은 어떤 자료를 기준으로 하는지, 비싼 것은 얼마부터 비싼 것인지 등등 무수히 많은 차원에서 개념을 확정하지 않는다면 저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성실히 일하는 서민이 열심히 저축하면 자기 집을 장만할 수 있는 가격"이라는 표현도 얼핏 들은 것 같은데, 이 문장 자체도 다시 수백 가지 개념 확정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한국 집값이 가계 가처분소득보다 너무 빨리 올랐다는 말을 들은 것이 생각나서 통계를 찾아봤다. 물론 이 통계를 믿지 못하겠다면서 음모론을 제기한다면 할 말이 없다. 참고로 아래 2장의 그림은 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통계와 통계청 가계소득 통계를 기초로 기준년을 100으로 환산해 변화 추이를 표시한 것이다. 편의상 해당 연도의 1월 주택가격지수를 3/5분위 가구의 전년도 연간 월평균 가처분소득과 비교했다.
첫 번째 그림은 2000년 이후 2019년(1월 현재)까지 3/5분위 가구 가처분소득과 서울 및 전국 주택가격 변화를 함께 표시한 것이다. 이 그림에서 보면 전국 주택가격은 가구 소득 증가에 미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서울 주택가격은 가처분소득보다 결론적으로는 다소 빠르게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자료에서 가구 소득은 전국 단위 통계라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될 것이다. 서울 주택을 거래하거나 거래할 가능성이 있는 가구들의 소득은 전국 가구 소득 통계로 나타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얼른 생각해 보면 전국 가구 가운데 3/5분위 가구의 가처분소득보다는 다소 빠르게 증가했을 것 같다.
여기서 두 번째 그림을 보면 전혀 다른 차원의 의문이 생긴다.
이 그림은 첫 번째 그림과 같은 통계를 사용했지만, 시작 연도를 1991년으로 앞당긴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이 기간에 전국 및 서울 주택가격은 3/5분위 가구의 가처분소득 증가를 훨씬 따라가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즉 1991년 이후 전국 3/5분위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4.6배로 증가했지만, 전국 주택가격은 2.8배로, 그리고 서울 주택가격은 2.1배로 각각 증가했다. 이런 현상은 1997 외환위기 직후를 제외하고 가계 가처분소득이 꾸준히 증가한 반면 주택가격은 1990년대 내내 횡보 내지 소폭 하락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이 통계를 정리하면서 발견한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3/5분위 가구 가처분소득이 명목 기준인데도 지난 2년간 연속 감소했다는 점이다. 소득은 증가했는데 조세와 사회보험 등 비소비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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