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투자증권 보고서 주요 내용을 공유한다.)
1. 대내외 과도한 통화량 긴축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충격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대한 비관론은 커져가고 있다. 이것은 최근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아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정책은 기대를 넘어서는 그 무엇인가가 필요한데 이미 너무 늦거나 내용도 신선도가 떨어진다.
이처럼 정책효과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이유는 지금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다. 즉 과거 인플레이션 시대 경제정책과 디플레이션 하에서 경제정책은 엄연히 달라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지금 국내에서 거시정책을 담당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경제학을 공부할 때는 인플레이션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미국의 연준이나 독일의 분데스방크가 그토록 높은 명성을 자랑하는 이유도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중앙은행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인플레이션은 우리 곁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는 일본만의 특수한 현상이라고 생각했던 디플레이션이 어느덧 보편화되고 있는 중이다. 물가의 기조적 하락, 이것은 경제가 급속도로 쇠락한다는 뜻이다.
인플레이션은 경제가 일종의 흥분상태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진정시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돈을 쓰겠다는 것을 못 쓰게 하는 것은 안 쓰겠다는 것을 쓰게 하는 것보다 쉽기 때문이다. 이처럼 디플레이션은 일종의 무력증에 걸리는 것과 비슷하다.
지금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디플레이션 심리가 확대되는 국면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디플레이션 심리는 결국 대내외 통화충격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는 해외에서 유동성 유입이 매우 중요하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현금 유통을 보여주는 M1 통화량 증가율이 무역수지의 궤적과 유사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그림 1].
따라서 작년 하반기 미중 간의 무역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무역수지 감소에 따른 국내 통화량 증가율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물가하락을 가속화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그림 2].
2. 보수적인 통화정책 스탠스가 가져온 디플레이션 압력
이처럼 명목금리보다 물가 하락 속도가 빨라지게 되면 결국 명목에서 물가를 차감한 실질금리는 상승하게 된다. 실질금리 상승은 소비와 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나타나게 된다. 디플레이션 압력은 실질보다는 명목 성장률에 우선 영향을 준다. 아래 [그림 3]에서 보듯이 OECD 36개국가를 대상으로 살펴 보면 금융위기 전후 실질금리 변화와 명목성장률 변화가 뚜렷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이러한 디플레이션 충격에 대해 너무 무심하게 대응해왔다는 점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해야 하나? 가계부채라는 잠재적 리스크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디플레이션이라는 가까운 적을 방치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한국의 경우 금융위기 이전 기간인 2000~2007년 8.3%의 높은 명목성장률이 2012~2018년 사이에 4.5%를 기록 OECD에 속한 국가들 중에서 성장률 하락 순위로 12위를 기록했다[그림 4].
이처럼 명목성장률 하락이 큰 이유는 다름 아닌 보수적인 통화정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실제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국가가 매우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펼친 데 비해 한국은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국의 실질금리는 같은 기간 80bp 하락에 그치면서 OECD 국가들 중에서 상위 10위로 매우 보수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림 5].
3. 디플레이션 탈출의 경로, 행동하거나 기다리거나
현재 한국이 처한 디플레이션 위협은 단순히 재정으로만 해결되기는 어렵다. 통화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과도하게 높아진 국내 저축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매우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하다. 올해와 내년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다면 최소한 연내 50bp 금리인하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깜짝 인하에 나서면서 오랜만에 한국은행은 선제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특성상 앞으로 보다 더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이면 연내 디플레이션 압력이 심화되면서 한국은행은 연내 추가 인하에 나설 수 밖에 없으리라 판단된다.
만약 통화정책이 가계부채에 발목이 잡힌다면 소비와 투자 회복은 해외 경기 상황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소비 회복은 교역조건이 정상화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투자회복은 반도체 경기사이클이 돌아섰다는 확신이 들어야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회복의 경로는 자체적으로 한국은행이 50bp 금리인하에 나서거나 혹은 해외 여건이 우호적으로 돌아서기를 기다리거나 둘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안타깝지만 현재로서는 후자가 더 유력해 보인다.
= = = = =
※ 보고서를 공유하는 기회에 평소 필자의 생각을 덧붙이고자 한다.
보고서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창의력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대학 입학 수험생도 아니고 운동선수도 아니다. 창의력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은 바로 정책 당국자와 입법 담당자들이다. 한국에서는 언제부터인지 경제는 웬만하면 어느 정도 성장하는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 일환으로 정책 당국자들조차도 기업들은 상황이 어떻든 돈을 벌어온다고 믿는 것 같다. 따라서 고위 당국자조차도 성장률 숫자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우리만 저성장에 빠진 게 아니라서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말도 들린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좋게 말해서 무지의 결과이며 심하게 말하면 국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범죄행위와 다르지 않다.
2.7% 성장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잘못된 정책이나 접근으로 2.6% 성장하는 데 그쳤다면 그냥 멋쩍게 웃어넘기는 것으로 책임을 모면할 수 없다. 여기서 0.1%포인트는 영영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고, 국민들 가운데는 바로 이 0.1%포인트 때문에 고통에 빠지는 사람들도 나오게 된다.
심지어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런 식의 성장은 할 필요가 없다"라는 식의 발언도 들려온다. 위험한 생각이다. 정책 당국의 무능은 그저 "운이 없었다"고 하고 넘어갈 수 없다. 잘못된 경제 운영은 지지자들뿐 아니라 전체 국민, 나아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들의 삶도 피폐하게 만든다.
참고로 보고서 내용과 관련해 한국은행의 디플레이터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 및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모두 최근 한국에서 디플레이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
▶블로그 검색◀
▶최근 7일간 많이 본 글◀
-
국내 대표적 영자 신문 중 하나인 코리아헤럴드에 매주 경제 상황에 관한 칼럼을 올해 1월 말부터 기고하고 있다. 공인된 전문가 자격도 없는 필자에게 칼럼을 쓸 기회를 준 코리아헤럴드 측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이번 주 칼럼은 지난해 및 4분기 ...
-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 다툼이 무역 갈등으로 본격화하더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둘러싸고 대결이 심화하고 있다. 이들 두 대국의 대결이 일부의 전망대로 미국의 승리로 끝날지, 중국이 도광양회 충고를 무시하고 너무 일찍 고개를 든...
-
지난 1950-1960년대 처음으로 특허권이 주어진 이후 산업용 로봇 사용은 그동안 주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확산해 왔다. 최근에는 기술 발달과 함께 노동비용 상승, 그리고 노동력 증가세 둔화 등의 현상이 서로 맞물리면서 로봇 사용이 더욱 확산하...
-
일본은행은 무슨 수를 써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디플레이션을 이번에는 떨치겠다고 초완화적 금융통화정책을 펼쳐 왔는데, 최근 일본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며 물가상승률도 모처럼 목표를 달성해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올해 3월이나 4월...
-
자연이자율(중립금리, natural rate of interest, r*)은 경제가 과열(인플레이션)되거나 침체(디플레이션)되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단기 실질 금리를 지칭한다. 자연이자율은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지게 되므로 정확한 수치가...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fb
*스크랩
부동산
KoreaViews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미국경제
공유
통화정책
무역분쟁
아베노믹스
가계부채
블록체인
가상화폐
원자재
한국은행
외교
암호화페
국제금융센터
환율
북한
인구
중국
반도체
에너지
외환
정치
하이투자증권
한은
증시
코로나
AI
금리
연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미국
자본시장연구원
주가
논평
수출
중동
채권
일본은행
산업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
BOJ
ICO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
자동차
칼럼
삼성증권
생성형AI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인공지능
인플레이션
한국
IBK투자증권
국회입법조사처
미중관계
브렉시트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전기차
지정학
현대경제연구원
BIS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KIEP
OECD
TheKoreaHerald
대신증권
무역
분쟁
수소산업
원유
유럽
유진투자증권
저출산
전쟁
CRE
ECB
IBK기업은행
IEA
KIET
LG경영연구원
NBER
공급망
관광
광물
기후변화
배터리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상업용부동산
생산성
선거
신용등급
신흥국
아르헨티나
연금
원자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연이자율
중앙은행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패권경쟁
한국무역협회
환경
Bernanke
CBDC
DRAM
ESG
EU
IPEF
IRA
KDB미래전략연구소
KOTRA
MBC라디오
ODA
PF
PIIE
SNS
Z세대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학
고용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금융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규제
금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트윈
러시아
로봇
로봇산업
로슈
로이터통신
머스크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버냉키
복수상장
부실기업
블룸버그
사회
삼프로TV
석유화학
소비
수출입
스테이블코인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씨티그룹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엔
예금보험공사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자본시장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철강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테슬라
통계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팬데믹
프랑스
피치
하나증권
하마스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투자증권
혁신
홍콩
횡재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