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복합적인 경제 상황을 모두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다. 물론 자본시장의 폭과 깊이, 그리고 개방 정도에 따라 환율이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속도와 정도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국은 시장의 폭과 깊이는 제한적이지만 경제 규모는 크고 시장 개방도는 높은 편이다. 세계 통화 가운데 주요 10개 통화로 꼽히는 경우도 있고 아직 신흥국 통화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확실한 지위는 차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런대로 경제 상황을 잘 반영하는 통화다.
한국 원화는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PPP 환율보다는 만성적으로 저평가돼 있다. 그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아무래도 북한과의 관계가 애매하다는 점과 경제 제도가 신용등급 수준보다는 미흡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환율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최근 원화의 가치는 시계열 및 G20 국가들 사이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궁금해져서 몇 가지 기준으로 원화의 가치를 비교해 보는 그림을 만들어 보았다.
지난 5월까지 원화는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G20 통화 가운데 터키 리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절하했다. 물론 5월 한 달간 환율이 급등했고 6월에 급락했으니 6월 통계가 나오면 순위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다만 5월까지 환율 추세를 보면 러시아, 멕시코, 영국, 인도 일본 순서로 절상했다. 한국 원화의 경우 경제 성장률의 급격한 악화에 따른 금리 인하 전망 속에 성장보다 분배, 자본보다 노동에 더 가치를 두는 정책 기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20년 평균과 비교해 지난 5월 현재 한국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소폭 절하했으나 G20 통화 가운데 가장 평균에 가까운 통화였다. 가장 가치가 올라간 통화는 단연 중국 위안화였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인도의 통화도 장기 평균보다 절상했다. 가장 절하한 통화는 아르헨티나 페소화와 터키 리라화, 일본 엔화 순서였다.
지난 2008년은 20세기 미국에서 시작한 대공황에 이어 가장 큰 위기 중 하나였던 만큼 그 시점 이전과 이후 변화는 막대했다. 위 그림은 2007년 연평균과 올해 5월 현재 실질실효환율을 비교한 것이다. 한국 원화의 현재 가치는 2007년 평균보다 20% 가까이 낮은 상태로 비교 대상 가운데 6번째로 큰 절하 폭을 나타냈다. 한국 원화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까지 절상 기조에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 가치가 떨어진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한국 원화의 올해 들어 7월 현재까지 명목 환율 변화를 중국 위안화 환율 변화와 비교해 보여주는 그림이다. 매일 매일 환율 기사에 보면 원화와 위안화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움직이는 것 같았는데 이 그림을 보면 원화가 지속적으로 위안화보다 약세를 보인 것을 알 수 있다. 미-중 무역 분쟁에도 위안화 환율은 현재 연초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원화 환율은 제법 큰 폭 상승을 기록 중이다. 특히 4월 하순부터 한 달간 급등세는 다소 의외였다.
환율 통계를 보는 김에 한국 주가 수준도 간단히 살펴봤다. 서울 유가증권시장 코스피는 2월 하순까지는 그런대로 MSCI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 지수와 같이 움직였으나 이후 3월 중순까지 갭다운한 뒤 지금까지 그 갭을 메우지 못했다. 더구나 코스피는 6월 중순부터는 세계적인 주가 상승세에 합류하지 못하고 하향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그림은 올해 들어 달러 기준 세계 주가와 한국 주가지수 변화를 보여준다. 주가 변화와 환율 변화가 함께 반영되는 이 그래프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주가에 대한 견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그림을 보면 달러 기준으로 한국 주가는 연초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세계 주가의 15% 상승에 크게 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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