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신증권에서 『주식과 부동산이 달라 보일 때』라는 제목의 흥미있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기 둔화 때문에 주요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일제히 인하하면 주식과 부동산은 어떻게 반응할까에 대한 보고서다. 보고서 주요 내용을 공유한다.)
뚜렷해지는 경기 방향성. 주식과 부동산의 동조성 강화 재현될 것인가?
글로벌 경기는 2017년 정점을 지나 둔화국면에 위치해 있다. 올해 들어 미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면서 경기 방향성은 더욱 명확해졌다. 주요국 경제 성장률이 과거 경기 하강국면과 비교해 점진적인 하향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앞으로 급격한 경기둔화를 우려하는 이유는 무역분쟁, 브렉시트과 같은 불확실한 요인들 때문이다. 미중, 한일 무역분쟁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브렉시트 협상 모두 각각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는(경제적 논리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의한) 정책결정을 단행함으로써 정책 불확실성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적어도 경기가 둔화로 가는 방향성이 바뀌기는 어렵다.
불확실한 경기상황에 대응해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하기로 접어들었다. 미국의 통화정책 스탠스 변화를 계기로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금리인하에 동조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금리인하를 시작한 이상 신흥국은 금리나 환율 차원의 금리인하 부담이 낮아졌고, 글로벌 경기둔화 압력에 따른 경기부양 명분은 커졌다. 지금의 경기 방향성이 바뀌려 하지 않는 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리인하 기조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통상적으로 경기가 둔화국면에서 경기 전망이 약화되는 시기에 자산가격, 특히 주식과 부동산 같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자산들이 동반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두 자산 모두 경기 방향성이 상승이나 하강으로 뚜렷한 시점에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주식가격이 2018년 고점에서 하락 폭을 키운 상황에서 이번 경기 둔화기에도 주식과 부동산의 동조성 강화 현상이 재현될 것인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결론적으로 이번 둔화기에는 주식과 부동산이 비 동조화될 것이고,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안정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경기 둔화기에 부동산은 유동성 환경의 수혜자산 될 것
부동산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것으로 보는 이유는 1)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금리인하 사이클에 접어든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과 2) 장기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금리수준이 유동성에 민감한 부동산에 우호적인 변화이기 때문이다.
향후 경기둔화 과정에서 유동성이 늘어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지금의 유동성이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낮아진 이자율로 자본조달비용이 감소한다면 이는 유동성 여건이 개선됨을 의미한다. 부동산은 레버리지를 일으켜야 투자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금리민감 자산이기 때문에 경기전망 이외에도 시장금리나 유동성과 동행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주식은 유동성 자체보다는 그로 인한 경기 방향성에 좌우되지만, 부동산은 당장의 유동성 여건이 나쁘지 않다면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변동성이 커질 유인은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전개될 유동성 환경에 부동산이 상대적인 수혜를 입을 자산인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 경기 둔화기의 부동산 가격하락 위험은 글로벌 금리상승(Interest rate shock), 유동성의 급격한 축소(Credit Shock), 불확실성 유입(Uncertainty Shock)의 세 가지 경로가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함으로써 발생했다. 위험의 시발점은 대개 경기 혹은 통화정책이다. 경기가 급격히 수축하면서 경제주체들의 유동성 선호(현금 보유)가 늘어나거나 중앙은행들이 통화긴축으로 자금흡수에 나서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 하지만 지금은 글로벌 경기가 수축이 아닌 둔화국면에 있고, 금리인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금리가 튈 가능성이나 유동성이 위축될 가능성은 낮다.
앞서 언급한 불확실성 요인(무역분쟁, 브렉시트 등)들로 인한 경제적 위험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유동성이 안정된 금융시장에서 불확실성 요인이 홀로 위기를 수반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금리인하 효과, 경기보다는 유동성 여건에 긍정적
이번 금리인하기의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해보면, 1) 경기상황이 급격한 수축이 아닌 둔화국면에 머물러 있다는 점, 이로 인해 2)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목적이 경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점, 3) 과거 어느 때보다 미국의 금리인하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이를 통해 도출해낼 수 있는 첫 번째 시사점은 지금의 통화완화 정책이 강도 높게 전개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경기 둔화압력을 높이고 있는 불확실성 요인의 영향력이 커서 통화정책이 경기둔화 속도를 제어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내긴 힘들다.
두 번째 시사점은 지금의 금리인하 기조가 유동성 환경에는 우호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과거 경기 하강기에 빠짐 없이 금리인하가 전개되었고, 대부분의 경우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이 축소되는 경험을 했다. 그 이유는 이미 경기가 수축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경기 하강을 제어하는 후행적 수단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글로벌 경기가 점진적 둔화국면에 있으며, 금리인하의 선제적 대응성격이 강해 과거에 경험했던 상황과는 다르다.
현재 경기 방향성이 바뀌려 하지 않는 이상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금리인하 기조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아직까지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은 대표적인 국가가 중국인데, 중국 역시 하반기 중에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경기 둔화압력이 커지고, 다른 국가들이 금리인하 사이클에 돌입했기 때문에 중국의 금리인하 명분은 더욱 강해졌다고 평가한다. 금리인하를 통해 인민은행이 위안화 약세를 간접적으로 유도할 수 있어 환율 개입 이외의 대안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부동산 비중 늘려도 되는 시점
세 번째 시사점은 금리인하 여력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유동성 팽창과 그로 인한 자산가격 버블이 형성될 가능성도 낮다는 점이다. 과거 경기 하강기에 부동산이 하락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는데, IT 버블 붕괴 사례다. 당시에는 95년과 98년 연준의 보험성 금리인하가 이루어지면서 늘어난 유동성이 오히려 부동산 가격상승을 이끌었고, 금융위기 때까지 부동산 버블로 이어지면서 붕괴를 경험했다. 당시 사례와 비교하면, 1) 앞으로 전개될 금리인하는 자산가격 버블을 만들 만큼 유동성 팽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낮고, 2) 금융위기 이후의 부동산 및 금융규제 강화로 부동산 가격의 상방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세 가지 시사점을 종합해보면, 앞으로 금리인하가 진행되더라도 경기 방향성은 둔화를 이어갈 것인 반면, 유동성 여건은 개선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는 경기 방향성이 바뀌어야 모멘텀을 갖는 주식에는 비우호적이지만, 부동산에는 우호적인 변화다.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유동성 환경 하에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예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부동산 비중을 늘려도 되는 시점이라 판단한다.
부동산 하강 동반되지 않는 경기 둔화라면? ‘Mild Recession’ 확률 높여
이번 경기 둔화기에 부동산이 이전과 달리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간다면, 이는 앞으로 경기 둔화국면이 예상보다 완만하게 전개될 확률을 높인다. 부동산 시장은 경기가 둔화하는 시점에 경기둔화의 진폭이나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판단 기준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과 경기 사이클 혹은 민간부문의 경제활동 간의 연관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가장 최근 위기 사례였던 금융위기 당시 주거용 투자가 급감하고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경기의 급격한 위축이 미국의 전체 경제성장을 저해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금융위기 이후에 미국 주거 투자가 제한적으로 늘었을 뿐더러 가처분소득대비 부동산가격(Valuation)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부동산을 제외하더라도 기업들의 재고축적 상황이나 투자를 늘린 정도가 위기 이전수준과 비교해 제한적이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나서서 경기 충격을 방어하기 위한 통화완화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체감하는 위기상황이 현실화될 가능성이나 각국의 경제 성장률이 급락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한다.
앞으로 각국의 금리인하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경기전망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제한적인 금리인하 여력과 그로 인한 통화정책 역할 감소도 있지만 경기 불확실성을 높이는 무역분쟁, 브렉시트 등 요인들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도 있다. 미국, 일본, 영국과 같은 선진국들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자국이익을 앞세우는 정책 결정을 단행함으로써 정책 불확실성의 경기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앞으로도 이러한 요인들이 경기전망에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는다면, 지금의 경기 방향성은 바뀌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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