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핵 추진 압박을 받고 미국 경제지표가 갑자기 악화하면서 중국과 이른바 스몰 딜 추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래 소개하는 보고서도 그런 맥락에서 미-중 무역 갈등이 조만간 스몰 딜 타결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나는 이와는 다르게 생각한다. 강대강 맞대결하던 두 나라 가운데 한 나라가 갑자기 입장이 바뀌어 수세로 전환하면서 급하게 중간 타결을 시도한다고 생각해 보자. 나머지 한 나라는 "잘 됐다"라면서 이를 덜컥 받아들일 것인가?
나는 이럴 경우 상대방은 "저쪽이 다급해진 것 같으니 더 밀어붙여서 큰 것을 얻어 내자"라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 더구나 이 두 나라 지도자들이 들여다보는 시계는 현격하게 차이가 있다. 상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크지만 하원이 탄핵안 마련을 위해 공식 조사 절차에 들어가고, 탄핵안을 발의한 뒤 이를 심의하고 표결하면서 엄청난 정치적 압박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하게 될 것이다. 내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경제지표 악화가 맞물리면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절감할 것이다.
반면에 중국의 최근 움직임은 특유의 '만만디' 전략을 취하는 모습이다. 앞으로 몇년간 임기가 보장된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누릴 수 있다. 더구나 미국과는 달리 국내 정치와 관련한 언론 등의 압박에서 자유로운 시진핑 주석은 상대가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스몰 딜이든 빅 딜이든 조속한 타결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전쟁을 시작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충분할뿐더러 중국 경제가 수출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고 양국 교역에서 중국의 대미국 수출이 수입보다 많다는 점 등을 들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수출 부진이 심화하고 내수도 신통치 않아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데도 적극적인 부양책을 펴지 않고 있다. 최근 만난 S&P 아시아 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중국 당국이 성장률 추가 하락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것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민들은 오랫동안의 고성장 결과로 소득이 크게 는 상태여서 성장이 둔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이해를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당국으로서도 트럼프 대통령 재선을 배제할 수 없고 세계 경제 둔화세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정책 수단을 소진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결국 거의 무한한 시간을 가진 중국 지도부가 이미 쫓기는 기색을 들켜 버린 미국 지도부보다 유리한 위치에 놓인 상태에서 이번 전쟁을 시작한 미국 쪽이 원하는 대로 스몰 딜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역시 비전문가 입장에서 한 것이고, 아래 소개하는 하이투자증권 보고서 내용에 일단 더 귀를 기울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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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갈등 영향권에 진입한 미국 제조업 경기》
미국 ISM 제조업 지수가 2개월 연속 쇼크를 기록하면서 미국 경제의 침체 우려를 재차 자극했다. 9월 ISM 제조업 지수는 47.8로 전월 대비 1.3pt 하락하면서 10년여 만에 최저치 수준까지 하락했다. ISM 제조업 지수가 성장률과 높은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음을 감안할 때 미국 성장 둔화세가 본격화될 것임을 의미한다. 물론 ISM 제조업 지수가 위축국면, 즉 50선 이하로 진입했다고 미국 경제가 침체에 진입한 것은 아니다. 가까운 사례로 15년 말~16년 초 ISM 제조업 지수가 48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ISM 제조업 지수가 40 초반 수준까지 하락할 경우 미국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침체 여부를 차치하면 관심사는 ISM 제조업 지수가 급락하고 있는 배경인데, 9월 지수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은 미중 무역갈등 영향이다. 그동안 여타 주요국의 제조업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미국 제조업 경기는 견조한 흐름을 유지해왔지만 갈등 장기화의 영향으로 미국 제조업 경기가 이를 더 이상 피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9월 ISM 제조업 지수의 세부 지수 중 신규수출주문 지수의 급락이 무역갈등 장기화의 여파를 잘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10월 고위급 협상을 앞두고 기업들의 관망세가 짙어진 점 역시 ISM 제조업 지수의 급락을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GM 파업 사태의 영향으로 자동차 부품업체, 즉 자동차 Supply Chain 업체들의 조업 차질 등도 9월 ISM 제조업 지수의 또 다른 급락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10월 무역협상, 즉 스몰딜 협상이 더욱 중요해져》
9월 ISM 제조업 지수의 급락은 미 연준 정책, 달러화 및 미중 무역협상, 특히 10월 초 스몰딜 협상 등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ISM 제조업 지수 급락은 미 연준의 연내 추가 금리인하 압력을 높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당초 9월 FOMC 결과 연내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ISM 제조업 지수 급락은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변수로 작용하게 되었다. 최근 미국 단기 자금시장 경색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어 미 연준의 연내 추가 금리인하와 더불어 미니 양적완화(QE) 실시에 대한 고민이 높아질 전망이다.
ISM 쇼크가 달러화 기조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당장은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강화로 일시적으로 달러화가 강세 압력을 받겠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화 강세를 방관만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내가 예상한 대로 제롬 파월 의장과 Fed 는 달러화가 이렇게 강세를 보이도록, 특히 모든 다른 통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해지도록 방치했다"면서 "우리의 제조업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경기 불안, 특히 제조업 경기 둔화를 방어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의 달러 약세 정책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10월 초 고위급 협상의 중요성 역시 한층 높아졌다. 이번 협상에서 시장이 기대하는 스몰딜이 성사되지 못하고 갈등이 재차 증폭될 경우 미국 제조업 경기는 더욱 위축될 공산이 높다. 이는 글로벌 경제에 악재인 동시에 미국 경제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다. 가뜩이나 탄핵사태 등으로 지지도가 소폭이지만 하락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10월 무역협상이 차질을 빚을 경우 팜 벨트와 러스트 벨트 지지율에 큰 악영향을 주면서 재선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
요약하면 ISM 제조업 지수 쇼크는 미국 경제의 경고등이 켜졌음을 의미하며 통화정책 및 달러화 흐름에 변화를 줄 수 있고 10월 초 무역협상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무엇보다 10월 초 고위급 회담에 이번 ISM 쇼크가 긍정적 영향을 줄지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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