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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수와 인구만으로 주택 시장을 평가할 수 없는 이유

주택 관련 통계를 언급할 때는 흔히 주택 수와 인구에 집중하곤 한다. 하지만 주택 시장을 규정짓고 주택 시장 변화를 논의할 때는 이 두 가지 이외에 훨씬 많고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소득이 늘면서 주택 소비자들의 기호가 양적, 질적으로 계속 변한다는 점이다. 30년 전만 해도 중간 소득 수준의 아기 있는 신혼부부(3인 가구)가 단칸방이나 방 2개짜리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례도 많았고 거주자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소득이 늘면서 요즘에는 중간 소득 수준의 아기 있는 신혼부부는 방 3개짜리 작은 아파트는 좁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좁아서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방 4개짜리나 3개라도 넓은 크기의 아파트로 이사하는 데 돈을 지불할 의향이 과거보다 크다는 것이다. 이런 특성을 무시한 채 주택 수와 인구 만으로 논의를 제한한다면 제대로 된 논의를 할 수 없다.

국내 통계만 보더라도 소득 수준이 늘면서 1인당 주거 면적이 느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1인당 주거 면적은 수도권의 경우 2006년에 1인당 24.4㎡에서 2014년 31.3㎡까지 매년 늘었다. 이후 등락을 보이면서 2018년 28.5㎡까지 소폭 낮아졌지만, 증가 추세가 꺾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인당 방 수 통계를 보면 한국은 하위권에 속한다. G7 국가 가운데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모두 한국보다 주거 면적이 넓다. 1인당 주거 면적은 각국 가족제도와 문화적 특성 등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의 국민 소득이 정점에 달했다거나 다른 확실한 문화적 특성이 아니라면 증가 추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주거를 소비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주거의 양과 질에 대한 성향이 고급화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인구와 주택 수가 특정 수준에 도달했다고 해서 더이상 주택을 지을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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