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2

(책소개) 파시즘과 포퓰리즘, 무엇이 더 나쁜가? 같은 거 아닌가?

재선에는 실패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격적인 행태로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충격을 주었으나 결국 견고한 지지층을 유지한 채 임기를 무사히 마쳤고 세계 각지에서도 민주주의 제도와 관행은 물론 반대 세력이나 언론을 무시하고 지지층만 상대하는 지도자들이 등장하면서 파시즘과 포퓰리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와 관련해 파시즘과 포퓰리즘에 관한 역사적 배경에서부터 실제 사례와 특징 등에 이르기까지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책 가운데 최근 흥미 있게 읽은 두 권(『From Fascism to Populism in History』 by Federico Finchelstein,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및 『How Fascism Works: The Politics of Us and Them』 by Jason Stanley, Random House Trade Paperbacks, Reprint edition)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블로그 글은 별도의 구분 없이 위의 두 책에 소개된 내용 가운데 기억에 남는 부분들을 위주로 구성한 것이다.

파시즘은 1차와 2차 세계대전 사이에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등장했던 정치 사상으로 다양성을 배제한 강력한 전체주의를 표방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대표적인 파시스트로는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와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그리고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프랑코 등이 꼽힌다. 

이들은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초래한 책임자로 비난을 받았고 결국 전쟁 뒤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 지역에서 원래 의미의 파시즘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에도 파시즘 세력이 사용했던 전략과 전술 등은 사라지지 않았으며, 급기야 최근에는 많은 나라에서 집권자들이 이를 활용하는 모습도 보인다.

파시즘이 물러간 뒤 일부 지역에서 포퓰리즘 세력이 등장하고 집권하기에 이른다. 포퓰리스트들은 소수 엘리트나 기득권 세력이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통해 통치하는 동안 국민 대다수의 삶이 피폐해졌다고 주장하면서 대중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통치하겠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포퓰리즘 자체는 집권이나 통치 스타일에 관한 것이지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다만, 소수의 엘리트와 기득권을 자의적으로 지목한 뒤 이들을 절대 악으로 매도하고 철저히 배제하면서 자신들만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절대 선이라고 강조하는 만큼 포퓰리스트들은 국가나 국민의 미래보다는 지지층의 즉흥적인 이익을 중요시할 위험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긍정적인 사례도 있을 수 있기에 여기에서는 파시즘에 버금가는 해악을 끼치고 있는 포퓰리즘의 문제를 설명하기로 한다.

앞에서 파시즘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멸했다고 소개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소멸했다기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포퓰리즘 세력이 파시즘 전략을 철저히 활용하면서 통치하고 있기에 파시즘은 포퓰리즘으로 부활했다고 해야 맞다. 파시즘은 반대 세력을 악으로 규정한 뒤 폭력을 사용해 이들을 모두 처형하거나 사회에서 축출하고 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파괴하려 했으나 포퓰리즘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파시즘의 핵심 행태는 포퓰리즘이 그대로 계승하거나 더 악용하고 있다.

포퓰리스트들은 대부분 민주주의 제도 자체의 파괴를 기도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포퓰리즘이 파시즘보다 나을 것도 없다. 포퓰리스트들은 선거나 권력 분산 등 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파괴하지 않지만, 오히려 이런 제도를 사유화해서 자신들의 사상과 이념을 실천하려 한다. 이들은 일단 집권하면 국민을 지지층과 '나머지'로 철저히 구분해 '나머지'에 속하는 사람은 모든 면에서 인간이 아닌 것처럼 무시하는 전략을 취한다.

무시는 하지만 포퓰리스트들은 이들 '나머지' 사람들을 제거하거나 사회에서 축출하지는 않는데, 그 이유는 이들 '나머지' 사람들이 항상 지지층의 공공의 적으로 존재하며 선거 때마다 패배하는 역할을 해야 포퓰리스트들이 정당성을 획득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서 포퓰리즘 체제는 파시즘과 차별성을 가지면서도 파시즘보다 나을 것도 없다.

포퓰리스트들은 늘 '국민'이나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행동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국민'은 지지자들이며 이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자신들과 지지층에게만 적용된다. 가만히 보면 이상할 것도 없는 이유는 이들에게 반대 세력은 '국민'이 아니며 '민주주의'는 원리나 내용보다 허울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포퓰리스트 지도자는 국민 전체를 대표하고 대변하는 역할을 저버리고 '국민'의 뜻을 완전히 대체하기에 이르며, 더욱 심각한 것은 이때마저도 '국민'은 지도자를 지지하는 사람들만 포함한다는 점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고려할 가치도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민주주의 체제에서 지도자는 지지자뿐 아니라 반대하는 사람까지 포함한 국민 전체를 대표하고 대변해야 하는데, 포퓰리즘 체제에서 '국민'이란 '지지층(국민)'과 '나머지'로 나뉘고, 지도자는 지지층만 대표하고, 더 나아가 아예 자신이 '국민'을 대체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국민이고 자신의 뜻이 국민의 뜻이므로 국민은 몰라도 되는 상황도 생기게 된다.

포퓰리즘 체제에서 지지층은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 부패한 언론이 지어낸 거짓말이며 '국민'들의 뜻에 거슬리는 음모라고 주장하고 또 진정으로 그렇게 믿는다. 이 과정에서 포퓰리즘 체제는 진실 여부를 실증적인 과정을 통해 결정하는 것을 거부하는 파시즘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인다. 전문가나 지식인, 그리고 중립적인 인사들이 '나머지' 세력과 공모한다는 핑계를 대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은 중립적인 전문가나 언론, 지식인을 언제든 인간 이하의 존재로 매도할 준비가 돼 있다.

포퓰리스트들은 자신들의 지도자는 곧 국민이므로 '국민'이 원하는 것을 국민보다 더 잘 안다고 주장하고 또 그렇게 믿는다. 이런 믿음이 강해지다 보면 포퓰리스트 지도자가 원하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것과 다를 때는 오히려 "국민이 잘 모른다"라고 떼를 쓰거나 "지나고 보면 그것이 진정 국민을 위하는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포퓰리스트들은 다양성과 정치적 관용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이들은 늘 구체적으로 규정되거나 확인된 바 없는 허구의 '국민 다수'라는 이름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자신들이 자의적으로 규정하는 '소수의' 반대 세력이 주장하는 견해는 묵살한다.

포퓰리스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반대파는 '국민'의 적이며, 이들이 집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장기집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퓰리스트들은 자신들이 '싫어하는' 정치 세력이나 언론, 심지어 사법부 구성원들을 '다양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로 여기지 않고 곧바로 '국민의 적'으로 선언하고 이들을 악마화하고 무시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통치에 기성 언론을 활용하는 데 큰 관심이 없으며 기본적으로 언론을 적대시한다. 이들은 선거에서 불리해질 경우에도 수구 언론이 여론을 조작해 '진실한 민의'를 왜곡하려 한다고 공격한다. 특히 현대에 와서 포퓰리스트들은 기성 언론이 '적대 세력'의 주장을 유포시키는 데 집중한다고 비난하면서 트위터 등 인터넷 수단을 통해 지지자들과의 직접 소통을 강화한다. 이렇게 되면 언론이 어떤 사실을 보도해도 포퓰리스트들과 지지자들은 자신들만의 소통 수단을 통해 '허락되지' 않은 정보는 거짓이나 음모로 치부한다.

한편, 파시즘과 관련한 다음 특징들은 포퓰리즘의 통치 행태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거대 IT 기업과 언론은 사실은 파시즘/포퓰리즘 세력이 적대 세력과 극한 대립을 하는 과정에서 이득을 본다. 이들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은 공포와 분노에 사로잡히게 되며, 그로 인해 국민들은 더욱더 자신들이 추종하는 세력의 입맛에 맞는 인터넷 공간과 언론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파시스트들은 오래 받아들여진 역사적 정설을 무조건 부인하고 검증되지 않은, '신화'에 더 가까운 이야기를 만들어내 역사적 사실로 둔갑시킨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지지자들이 여기에 익숙해지면 그때부터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음모론과 거짓 정보는 진실을 대체하게 된다. 이 점은 포퓰리스트들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너무나 널리 받아들여져서 도저히 대체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이들은 역사적 사건 가운데 자신들의 입맛에 맞을 듯한 일부 사건과 사례들만을 억지로 떼어 내서 자신들의 통치에 활용한다.

파시스트/포퓰리스트들은 자신들은 더 큰 부패를 저지르면서도, 그리고 그런 줄 알면서도 이를 반성하거나 해소하려고 하지 않고 부풀려지거나 조작된 부패 프레임을 씌워 상대 세력은 "훨씬 더 부패했고 심각하다"고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맞불 작전을 편다. 결국 그들이 말하는 부패란 자신들과 지지자를 뺀 '나머지' 사람들에게만 적용된다. 

파시스트들은 자신들과 추종 세력은 '선택된, 절대 선한 존재'이므로 설령 부패 사례가 적발되더라도 단순한 실수이거나 부주의, 혹은 지극히 개별적인 일탈 사례라고 우긴다. 이들은 급기야 권력 분산과 상호 견제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도 부패 프레임을 씌워 무력화한 다음 장악한다.

예를 들어 자신들 지지 세력 가운데 초콜릿을 훔치다가 걸리는 경우가 발생하면 이들은 "초콜릿을 (어쩌다 보니) 허락 없이 가져갔다"라는 식으로 간략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상대방 세력에 속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악한 사람이 파렴치한 절도 범죄를 저질렀다"라는 식으로 감정적이고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다. 즉, 자신들은 "선한 사람이 실수한 것"이지만 상대편 사람은 "악한 사람이 범죄를 저지른 것"이 된다.

그들은 선전 선동을 통해 합리를 불합리로 덮고 이성을 감정으로 대체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선전 선동은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다. 고도의 선전 선동 기술을 활용해 어떤 일도 원하는 일로 둔갑시키며, 앞에 소개한 수단들을 활용해 지지자들이 이를 믿게 만든다.

인간은 어려움을 겪더라도 자신보다 열등한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알 때 고통을 덜 느끼게 된다는 원리를 파시스트들은 최대한 활용한다. 즉, 지지자들이 어떤 정책으로 피해를 보더라도 파시스트들은 "상대 세력은 우리보다 더 큰 고통을 당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 불만을 잠재운다.

이상과 같이 이 두 권의 책은 파시즘과 포퓰리즘에 관한 역사적 배경에서부터 실제 사례와 특징 등에 이르기까지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어느 정치 세력이나 정치적 행위도 파시즘 혹은 포퓰리즘에 가까운 요소가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경우만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 전체와 공동체를 아우르는 조직으로서의 국가의 이익을 자신들의 권력 유지보다 아래에 두는 포퓰리즘 세력은 겉으로 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지 않는다고 해도 큰 해악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는 엄밀히 말하면 어떤 의사 결정에 이르는 과정과 형식을 지칭할 뿐이다. 형식적 민주주의 절차를 지키는 자체가 중요했던 시기도 있었으나, 이제 전 세계 주요국은 절차를 넘어 그것이 지향하는 방향, 그리고 그런 절차가 만들어진 원리를 더욱더 중요시해야 하는 때가 왔다. 포퓰리스트들은 표면적으로는 '힘이 없는 다수'를 '힘을 가진 소수'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그런 명분을 통해 자신들의 영구 집권만을 목표로 한다.

민주주의가 뿌리내렸다는 시대에 살면서도 무언가 석연치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해 소개한다. 

책 정보:

From Fascism to Populism in History
by Federico Finchelstein

Publisher ‏ : ‎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First edition (August 20, 2019)
Language ‏ : ‎ English
Paperback ‏ : ‎ 371 pages
ISBN-10 ‏ : ‎ 0520309359
ISBN-13 ‏ : ‎ 978-0520309357
Dimensions ‏ : ‎ 5.5 x 0.93 x 8.25 inches

How Fascism Works: The Politics of Us and Them
by Jason Stanley 

Publisher ‏ : ‎ Random House Trade Paperbacks; Reprint edition (May 26, 2020)
Language ‏ : ‎ English
Paperback ‏ : ‎ 256 pages
ISBN-10 ‏ : ‎ 0525511857
ISBN-13 ‏ : ‎ 978-0525511854
Item Weight ‏ : ‎ 6.8 ounces
Dimensions ‏ : ‎ 5.2 x 0.55 x 8 in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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