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2013년 3월 장기간 이어져 온 디플레이션 탈출 및 일본경제 회복을 목표로 내세우고 금융완화정책에 돌입하였으며, 이후에도 대내외 경제 상황에 따라 정책을 변경하면서 금융완화정책을 현재까지 약 10년 이상 지속해오고 있다. 급기야 2022년 하반기부터 2% 이상을 상회하는 인플레이션 국면이 이어지고 2023년 1/4분기 경제성장 지표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일본경제의 회복 및 하반기 이후의 정책 변경 가능성에 대한 견해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 코로나 팬데믹 충격이 있었기에 현재의 경제 반등 추세가 정책 효과에 기인한 것인지 분명치 않고, 그동안의 정책이 오히려 일본 경제에 부담만 지우는 데 그쳤다는 혹평도 있다. 이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는 『일본은행의 금융완화정책 10년의 평가와 향후 전망』이라는 방대한 보고서를 발간해, 그동안 일본이 도입한 각종 금융완화정책을 정리하고 설명하면서 향후 일본 경제 정책의 전망도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몇주 전에 발간된 것이지만, 3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일본 금융완화정책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본 블로그 독자들에게 꼭 전문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여기서는 보고서 내용의 극히 일부만 소개하고 보고서 원문 링크는 맨 아래 공유한다.
(총정리: 그림 클릭) |
[기존 통화정책(2012년 이전)]
■ 2009년 11월 일본 정부가 디플레이션을 선언한 데 이어, 2010년 10월 일본은행이 물가안정을 위해 ‘포괄적 금융완화정책’을도입하였으나 효과가 미미했음.
- ‘포괄적 금융완화정책’은 ① 0~0.1% 수준의 정책금리(콜금리), ② 금융완화정책의 지속 약속(포워드 가이던스), ③ ‘자산매입기금’ 신설을 통한 자산매입 시행의 세 가지로 이루어짐.
- 일본경제가 장기적인 디플레이션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미 0%에 가까운 정책금리로 인해 전통적인 금리조작 방식의금융완화책으로는 한계가 존재함에 따라 당시 일본은행은 ②, ③과 같은 비전통적인 금융완화 방식을 추가로 도입함(표 1 참고).
- 특히 ③의 매입 대상으로 ETF나 J-REIT와 같은 위험자산을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는 의견도 존재함.
[양적·질적 금융완화정책(’13 도입)]
■ 2013년 3월, 일본은행은 아베노믹스의 3개의 화살 중 첫 번째 화살로서 이른바 이차원(異次元) 완화정책이라 불리는 ‘양적·질적 금융완화정책’을 도입하며 대규모 금융완화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함.
- 2013년 1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디플레이션 타개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정책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공동선언을 발표하며, 물가안정 목표를 ‘소비자물가지수 전년대비 상승률 2%’로 보다 명확히 함.
- 공동선언을 기반으로 일본은행은 2년간 ‘본원통화량 2배 확대(양적완화)’와 ‘매입 국채의 평균 잔존만기 연장 및 자산(ETF 및 J-REIT) 매입 확대(질적완화)’ 등을 골자로 한 ‘양적·질적 금융완화정책’을 발표함(표 2 참고).
- 동 정책은 2001년 ‘양적 금융완화정책(조작목표를 금리에서 통화량으로 전환)’과 2010년 ‘포괄적 금융완화정책(특정자산 매입)’에서 시행된 바 있으며, 2013년 ‘양적·질적 금융완화정책’은 과거 정책들을 총동원하는 종합정책이라고 볼 수 있음.
- 일본은행은 금리 하락 및 자산가격 상승과 더불어 기대 인플레이션율 상승을 통한 △기업 및 가계의 자금 조달비용 인하 △리스크 자산에 대한 투자 촉진 △은행의 대출 확대 △주가 상승 △엔화 약세 등 실물경제로의 파급효과를 기대함(그림 12 참고).
■ [금융완화정책의 강화: 위험자산 매입 확대 및 마이너스 금리 도입] 2014년 10월 일본은행은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수요 약화와 유가 폭락이 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함에 따라 기존의 ‘양적·질적 금융완화정책’을 보다 강화함. 또한 2016년 1월 ETF 연간 매입량 증액 및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한 양적·질적 금융완화’를 도입함.
- [위험자산 매입 확대] 연간 본원통화 증액량을 기존보다 약 10조~20조 엔 많은 80조 엔 수준으로 확대하였으며, 장기국채의 경우 보유잔액은 연간 80조 엔(기존보다 30조 엔 증가)이 되도록 국채 매입량을 늘리고, 평균잔존 기간도 7~10년으로 기존보다 최대 3년 정도 연장함.
- 다만 수익률 곡선 전체의 금리 하락을 촉진하기 위해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
- ETF와 J-REIT의 경우, 보유잔액이 각각 연간 3조 엔 및 900억 엔 수준(기존보다 3배 증가)으로 증가하도록 매입하고, 매입 대상에 JPX-닛케이 400에 연동하는 ETF를 추가함.
- [마이너스 금리 도입] 과거 금리인하 정책 도입 시 무담보 콜금리를 대상으로 했던 것과 달리, 당좌예금 중 ‘정책금리잔액’에 대해 마이너스 0.1% 금리를 도입함.
- 이 밖에도 장기국채 평균잔존기간을 7~12년으로 늘리고(2015년 12월 도입), ETF의 연간 매입량을 기존 3조 엔에서 6조 엔으로 증액(2016년 7월 도입)하며 기존 완화책들을 강화해 나감.
- 이처럼 금융완화를 확대한 이유는 유가 하락 및 신흥국발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디플레이션 기조의 전환에 어려움이 예상됨에 따라 경기침체 리스크를 방지하고 2% 물가안정 목표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함임.
■ [금융완화정책의 변경: YCC 도입] 2016년 9월 일본은행은 ‘장단기 금리조작을 포함한 양적·질적 금융완화’로 정책을 수정하고, 장단기 금리 조절(YCC: Yield Curve Control) 및 오버슈팅형 커미트먼트 정책을 새롭게 도입함.
- [배경]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수익률 곡선 평탄화가 진행됨에 따라 ‘단기조달·장기운용’을 수익구조로 삼고 있는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보험 및 연금 운용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
- 한편 일본은행은 2016년 9월 그간의 ‘양적·질적 금융완화정책’이 △엔화 약세 △주가 상승 △실업률 하락 △디플레이션 개선 등으로 이어진 점과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따른 금리 인하 효과가 확대되었다는 점을 들어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판단함.
- 이에 따라 일본은행은 금융정책 조절 목표를 ‘통화량’에서 다시 ‘금리’로 전환하여 수익률 곡선 평탄화를 해결하면서도 기존의 국채 매입액을 고정하는 방식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YCC 정책을 도입함으로써 금융정책 지속성을 확보하고자 함.
- [YCC 정책] 단기 정책금리를 마이너스로 하고,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수준을 유지하도록 장기국채 매입에 초점을 맞춤.
- 장기 국채 매입액은 현상 유지하되(보유잔액 증가액 연간 80조 엔 수준), 금리가 0%대를 유지하도록 국채를 매입하며, 기존의 평균잔존기간 규정은 폐지함.
- 장단기 금리 조절을 원활하게 시행하기 위해 일본은행이 지정하는 이율로 국채를 매입하는 ‘지정가격 오퍼레이션’ 제도를 신설하고, 기존의 고정금리 자금제공 오퍼레이션의 운용 기간을 기존 1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함.
- [오버슈팅형 커미트먼트 정책] 일본은행은 2%의 지속적인 물가상승률을 달성할 때까지 현 금융완화정책을 유지할 것을 선언함.
- 기대 인플레이션은 ①2%의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미래지향적(forward looking)인 기대를 의미하는 ‘합리적 기대’와 ②과거의 물가상승률이 지속된다는 ‘적응적 기대’의 두 가지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일본은행은 통화정책의 신뢰성을 토대로 ①을 보다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오버슈팅형 커미트먼트 정책을 도입함.
■ [정책 지속성 확보] 2018년 7월 일본은행은 소비세율 인상(2019년 10월)을 앞두고 ‘경제 물가의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매우 낮은 장단기 금리 수준을 유지’한다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천명하였으며, 2019년에는 강력한 금융완화의 ‘지속성’에 초점을 맞춘 각종 조치들을 발표함.
- 세부 조치는 △일본은행 적격담보 확대 △‘성장기반 강화 지원 자금공급’의 편의성 향상 및 이용 촉진 △국채 보완공급(SLF) 요건 완화 △ETF 대출 제도 도입 등으로 구성됨.
- [일본은행 적격담보 확대] 회사채에 관한 신용도 요건을 기존의 신용등급 A 이상에서 BBB 이상으로 완화하는 등 일본은행의 적격담보 대상을 확대함.
- [성장기반 강화 지원자금]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대출 및 투자를 시행하는 금융기관에 대해 일본은행이 저금리 또는 장기로 자금을 공급하는 ‘성장기반 강화 지원자금’의 시행기간을 연장하고, 기존 이용처에 대해서는 공급실적을 근거로 이용 범위를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편의성을 제고함.
- [국채보완공급(SLF) 요건 완화] 일본은행이 보유한 국채를 시장참가자에게 일시적으로 빌려주는 제도(국채의 매입 조건부 매각)인 국채보완공급(SLF: Security Lending Facility)을 시행함에 있어 역일보 인하 및 종목별 매각 상한액 철폐를 시행함.
- [ETF 대출 제도 도입] 일본은행이 보유한 ETF를 시장참가자에게 일시적으로 공급해 주는 ETF 대출제도를 신설함.
- 이러한 조치들은 ‘양적·질적 금융완화정책’으로 인해 일본은행의 보유 비율이 높은 자산(주식의 경우, 부동주(浮動株)가 적은 종목)을 중심으로 시장 기능 및 유동성 저하 등이 확인됨에 따라 일본은행이 금융완화를 지속하고 부작용을 완화할 목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볼 수 있음.
- 예를 들어 국채의 경우, ‘양적·질적 금융완화정책’ 도입을 기점으로 일본은행의 보유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반면, 기타 금융기관의 보유 비율은 정책 도입 이전에 비해 1/3 정도 감소하여 국채 판매자가 부족한 현상이 발생함.
- 이로 인해 국채 시장의 기능이 저하되고 일본은행이 대규모 국채 매입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발생함.
■ [코로나19 대응] 2020년 3~5월, 일본은행은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고자 △ETF 및 J-REIT 매입 확대 △적극적인 국채 매입 △코로나19 대응 자금융통 지원 특별 프로그램을 골자로 한 금융완화의 강화책을 발표함.
- [ETF 및 J-REIT 매입 확대(3월)] 연간 매입상한액을 각각 6조 엔과 900억 엔에서 2배인 12조 엔과 1,800억 엔 수준으로 확대함.
- [적극적인 국채 매입(4월)]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저하된 가운데 정부의 코로나19 긴급경제대책으로 국채발행액이 증가하게 됨에 따라 채권시장과 수익률 곡선 전체를 안정시키기 위해 장단기 국채 매입을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하기로 결정함.
- 장기 국채의 경우, 연간 매입상한액 기준(약 80조 엔)을 철폐하고 무제한으로 매입하기로 결정함.
- [코로나19 대응 특별 프로그램(3~5월)] CP 및 회사채 매입을 확대함과 더불어 금융기관의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두 가지 오퍼레이션(코로나19 오퍼레이션, 새로운 자금공급수단)을 도입함(표 3 참고).
- 두 가지 오퍼레이션 중 하나는 가계 및 기업 채무를 포함한 민간 채무를 담보로 금융기관에 대출 재원을 제공하는 ‘코로나19 오퍼레이션’이며, 다른 하나는 정부의 긴급경제대책과 연계한 중소기업 대상 자금 조달책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자금공급수단’임.
- 두 오퍼레이션을 활용할 경우, 이용잔액에 상응하는 당좌예금에 0.1% 이자를 지급하고 이용잔액의 2배 금액만큼을 매크로 가산잔액으로 가산하게 하여,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일종의 보조금처럼 플러스 이자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0.1% 금리가 적용되는 정책금리잔액이 줄어들어 금리 부담이 줄어든다는 인센티브가 있음.
■ [장기금리 변동폭 확대] 금융완화정책을 확대 및 지속해오는 가운데, 2018년 이후 일본은행은 금융정책을 더욱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장기금리 변동폭을 점차 확대해 나감.
- 일본은행은 2016년 YCC 정책 도입 당시 ±0.1% 수준이었던 장기금리 변동폭을 2018년에 ±0.2%로 변경한 것을 시작으로, 2021년과 2022년에 ±0.25%와 ±0.5%로 확대함.
- 일본은행은 국채시장의 기능 저하를 우려하여 장기금리가 적절한 수준에서 변동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으나, 실질적인 금리 변동폭이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2021년에는 변동폭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시장에 보다 확실하게 밝힘.
- 2020년 하반기 미국 장기금리가 상승했음에도 일본은행의 대규모 국채 매입을 지속하는 한 금리가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견해로 인해 일본의 장기금리가 0%대 초반에 머무르는 현상이 발생함.
- 한편 일본은행의 장기금리 변동폭 확대 조치는 언론과 금융시장에서 사실상의 금리 인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함.
■ [현황] 최근 일본은행은 코로나19 대응책들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면서도 2%의 물가안정목표 실현 및 지속을 위해 필요한 시점까지 기존의 ‘장단기 금리조작을 포함한 양적·질적 금융완화’를 유지하기로 결정함.
- [장단기 금리] 단기금리 –0.1%, 장기금리 0%의 금리 목표와 무제한으로 필요한 만큼 장기 국채를 매입한다는 현 방침을 유지할 계획임.
- [자산매입 방침] 2022년 3월 말을 기점으로 CP 및 회사채 매입 상한액을 약 20조 엔으로 증액했던 조치를 종료하고, 매입 속도와 매입 잔액을 팬데믹 이전 수준(약 2조 및 3조 엔 규모)으로 서서히 축소해 나가기로 방침을 수정함.
- 이 밖에도 코로나19 대응 금융지원 특별 프로그램 중 대기업과 주택융자를 중심으로 한 지원은 2022년 3월 말, 중소기업 대상 지원은 2023년 3월 말에 각각 종료함.
- 한편, 일본은행은 새로운 총재 취임 후 처음 개최되는 2023년 4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포워드 가이던스의 일부 내용을 수정하고, 향후 1년~1년 반 동안 90년대 이후 일본은행의 금융완화정책에 대해 다각도로 평가하기로 결정하며 향후 정책변경 가능성을 시사함.
-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코로나19 관련 내용과 ‘정책금리를 현재 수준 또는 이를 하회하는 수준을 상정한다’는 문구를 삭제함.
- ‘일본은행은 국내외 경제와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가운데, 경제·물가·금융정세에 따라 기동적으로 대응하면서도 끈질기게 금융완화를 지속함으로써 임금 상승을 동반하는 2%의 물가안정 목표를 지속적·안정적으로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문구를 새로 추가함.
[금융완화정책의 평가]
■ 이하에서는 구로다 전 총재가 언급한 경제 주요 부문별(실질 GDP, 소비자물가지수, 투자, 고용) 실질적인 성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앞서 살펴본 경제 현황을 총재의 발언과 함께 보다 자세히 그 이면을 분석함. 이를 통해 양적·질적 금융완화정책으로 인한 경제의 실상을 파악하고, 금융완화정책이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금융·재정 등의 분야에도 미친 영향을 통해 정책의 성과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하고자 함.
1) 실물부문
■ [디플레이션 탈피] 임금 인상 등 국내수요·소비를 진작시킬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지 않아 일본은행이 의도한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 가운데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이 먼저 발생하여 가계에 부담 요소로 작용함에 따라 가계소비가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관련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
- 구로다 전 총재는 “더 이상 디플레이션이 아니게 되었다”라며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취지로 발언함.
- 금융완화정책을 도입한 2013~22년 연평균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약 0.5%로, 정책 도입 이전인 2000~12년 연평균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약 –0.2%였던 것과 비교하면 일본경제가 더 이상 디플레이션 상태가 아니라는 구로다 전 총재의 평가는 수치상 타당한 것으로 볼 수 있음.
- 소비세율 인상 및 그 영향이 나타난 2014·2015년과 2019·2020년을 제외한 연평균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약 1.7%임.
- 그러나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화 및 서비스 가격을 반영하는 물가지수인 GDP 디플레이터의 추이를 살펴보면, 금융완화정책 도입 이후인 2013~22년 연평균 GDP 디플레이터는 거의 제로 수준에 머물러 있음(그림 20 참고). 이는 일본은행이 약 10년에 걸쳐 금융완화정책을 추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요인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음.
- 2022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주로 비용 상승에 의한 것으로, 일본은행이 원래 의도한 임금 상승에 동반된 인플레이션(수요견인 인플레이션)과는 다소 거리가 있음.
- 임금인상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유발 인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가계의 소비 여력이 저하되어 식품, 가정용 내구재, 자동차, 통신 등 일상생활과 밀접히 연관된 품목의 소비가 감소하고 있음(그림 21 참고). 이에 5월 31일 우에다 총재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대응과 관련하여 “정책의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라고 발언함.
■ [기업 투자] 제조업을 중심으로 금융완화정책 추진 기간 동안 기업의 실적이 크게 증가하였으나, 정작 기업들은 일본은행의 의도와는 달리 해외직접투자를 늘리고 일본 국내에서의 투자를 늘리는 데에는 비교적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임.
- 구로다 전 총재는 “설비투자가 꽤나 증가했다”라며 금융완화정책이 민간의 설비투자 증대로 이어졌다고 주장함.
- 실제로 연도별 제조업의 경상이익은 2012~21년도에 걸쳐 2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설비투자도 같은 기간 약 30% 가까이 증가하였음.
- 제조업의 연간 경상이익은 15조 6,960억 엔(2012년도)에서 33조 1,940억 엔(2021년도)으로 증가하였고, 이에 따라 연간 설비투자 규모는 11조 135억 엔(2012년도)에서 14조 3,037억 엔(2021년도)으로 증가함.
- 그러나 기업의 현금흐름 증가율 대비 설비투자액 증가율을 살펴보면, 전기기계·정보기계·철강·석유 및 석탄 등 주로 제조업에서 설비투자의 개선이 다른 업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남.
- 이는 기업들이 금융완화정책 도입 이후에 사업 실적이 증가하여 투자여력이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일본 국내에서 좀처럼 설비투자를 늘리지 않았다는 점을 뜻함.
- 반면 같은 기간 일본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는 약 두 배 가까이 증가(1조 400억 → 2조 792억)한 것으로 나타나, 기업들이 국내 투자보다는 해외 현지법인에서의 생산 및 투자를 늘리는 것에 주력했음을 알 수 있음.
- 특히 같은 기간 대중국 직접투자는 약 53%, 대ASEAN 투자는 136% 증가함.
■ [고용] 취업자 수의 양적 증가는 주로 비정규직 증가에 기인하였으며, 임금 인상도 연평균 1% 수준을 하회하는 등 실질적으로는 고용시장의 개선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됨.
- 구로다 전 총재는 금융완화정책의 성과로 “400만 명이 넘는 고용 증가가 있었으며, 고용자 보수가 증가하였다”라고 언급하였음.
- 그러나 정책을 추진한 10년 동안 45세 이상 비정규직 고용자 수는 증가한 반면, 25~44세 정규직 고용자 수는 오히려 감소하는 등 질적인 측면에서 고용 상황은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보임.
- 2012~22년 기간 동안 전체 고용자 수는 510만 명 증가하였는데, 이 중 45세 이상 비정규직 고용자가 352만 명 증가하여 전체 고용자 수 증가분의 약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됨.
- 2012~22년 기간 동안 산업 전체의 명목임금 상승률은 연평균 약 0.4% 정도에 그쳤으며,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함(제조업 –0.1%, 산업 전체 –0.6%).
■ [경제성장] 따라서 일본은행이 약 10년 가까이 양적·질적 금융완화정책을 추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그다지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보임.
- 구로다 전 총재는 “(정책 추진 이전보다) 경제가 활성화되었다”라면서 정책의 성과로 경제성장을 언급함.
- 그러나 2022년 실질 GDP는 545조 9,556억 엔으로, 금융완화정책을 추진하기 직전인 2012년과 비교했을 때 약 4%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연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성장률은 연평균 0.6% 수준에 그침.
- 2012~22년 실질 GDP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0.6% 수준이지만, 그 이전인 2000~11년 성장률은 연평균 0.7%로, 금융완화정책 도입 이전과 비교했을 때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오히려 소폭 하락한 것으로 보임.
- 또한 GDP 구성항목들의 성장률 기여도를 살펴보면, 수출·설비투자·공공투자는 증가하였으나, 개인소비·주택투자 등의 증가세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 경제 부문별로 성장에 편차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됨.
2) 금융·재정부문
■ [정책 부작용] 일본은행이 약 10년 동안 국채 및 ETF 등 위험자산을 공격적으로 매입함에 따라 일본은행의 자산이 급격히 팽창하였으며, 장단기 금리조절(YCC) 정책의 장기화로 인해 채권시장에서 수익률 곡선이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등 금융시장에서의 부작용이 가시화됨.
- 일본은행은 국채매입을 통한 본원통화 확대 정책이 한계에 직면함에 따라, 2016년 9월 장·단기 금리정책으로 정책을 도입하고 정책 목표를 통화량에서 금리로 변경하여 국채 매입량을 줄여나가면서 정책을 유지해 왔음. 그러나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2020년부터 다시 무제한적으로 장기국채를 매입함에 따라 국채 매입량이 급증함.
- 한편 일본은행이 매입한 ETF는 23년 3월 기준 약 28조 8천억 엔 규모로, 23년 하반기 이후 주가 하락 등이 발생할 경우 평가손실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됨. 또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대차대조표 상에서 ETF를 적절한 속도로 축소해 나갈 수 있을지의 여부가 불확실함.
- 한편 정상적인 국채 수익률 곡선은 만기에 비례하여 우상향하는 형태로 나타나야 하나, 2022년 하반기부터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2%를 초과하면서 일본은행의 정책변경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상환 기간이 더 짧은 국채 7~9년물 수익률을 하회하는 현상이 발생함.
- 일본은행은 수익률 곡선이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하자 2022년 12월 장기금리 상승 용인폭을 0.25% → 0.5%까지 한 차례 인상하였고, 2023년 7월에는 0.5% 이상 상승하여도 즉시 대응하지는 않고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형태로 정책을 일부 수정함.
■ [재정 악화] 일본은행의 장단기 금리조절(YCC) 정책은 국채의 이자비용을 낮춰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초래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임.
- 일본은행은 국채 매입의 주된 목적이 물가 목표 달성이며 재정 자금의 조달을 지원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함. 그러나 대량의 국채 매입 및 장기금리 조절로 인해 국채 금리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어 국채 비용이 거의 증가하지 않았으며, 이는 정부의 재정확장을 조장하여 재정 악화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견해도 존재함.
- 2022년 기시다 내각은 고물가 대응 등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총 31조 6천억 엔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였으며, 이로 인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25% 수준까지 증가함.
- 또한 일본의 기시다 내각은 23년 6월 새로운 저출산 대책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추가 세출로 이어져 정부의 재정 부담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임.
- 장·단기 금리조절 및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장기화됨에 따라 금융기관 수익성 악화 및 채권시장 수익률 왜곡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금리 인상에 따른 재정 부담 심화 가능성은 일본은행이 쉽사리 정책을 수정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