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정책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는데 한국은행은 올해 초 이후 기준금리를 동결해오면서 미국과 한국의 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른바 "대규모 자본 이탈" 우려가 커지고, 그에 따라 환율도 폭등하리라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현실과 다른 부분이 많고, 그에 대해서는 본 블로그에서도 이미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대신증권에서 『한미 금리 차이: Good Bye? Good Buy!』라는 보고서를 통해 필자의 입장과 유사한 설명을 내놓았다. 본 블로그의 최근 관련 글과 대신증권 보고서 링크는 각각 이 글 맨 아래에 공유한다.
대신증권 보고서 요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이 공격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한국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은 강력한 금리 인상에 따른 긴축 효과만큼이나 대내외 금리 차이, 즉 미국보다 한국 금리가 낮은 상황에 집중됐다. 높아진 금리에 대한 매력으로 자금이 미국 채권으로 집중될 경우 상대적으로 한국에서는 자금이 유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그러나 단순히 금리 격차 만으로 급격한 자본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이론적이든, 실증적이든 크지 않다. 오히려 일부 언론에서 우려하는 급격한 자본 유출의 문제는 금리와 환율 변화를 활용한 증권투자의 개념보다는 해당 국가에 대한 신뢰나 장기 사업성에 입각해 투자하는 직접투자에 보다 유사하다. 따라서 자본유출이란 이슈를 개별 국가들이 자신들의 경기 여건에 맞게 결정하는 기준금리 결정과 연관을 짓는 것은 그리 적절한 접근이 아니다. 아울러 한국은 미국에 비해 주요 채권금리가 낮게 형성되더라도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굳이 금리 차이 만을 보고 자금을 인출할 유인이 없을 뿐만 아니라 환헷지 과정에서의 발생하는 스왑 레이트로 오히려 미국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금리 차이로 인한 자본 유출이 아닌 반대로 유입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인 셈이다. 이밖에도 부진한 경기 펀더멘털로 인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형성될 것으로 보이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 등과 같은 채권 가격 상승 요인까지 감안 시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에 대한 매수 유인은 여전히 탄탄하다는 판단이다.
<주요 내용>
과거 기준금리 역전기: 실제 채권에서 자금이 유출된 적은 없다
과거부터 한국과 미국 간의 기준금리가 역전됐던 국면에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변화를 주식과 채권으로 각각 나눴다. 그 결과 흥미로운 것은 금리에 민감한 채권 투자의 경우 기준금리 역전 국면에도 한 번도 자금이 유출되지 않았다.
다음은 국면별 외국인 증권자금의 유출입 내역이다. 최근(2022년 7월 이후)을 포함해 한국과 미국 간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국면은 총 4시기로 나뉜다.
첫째, 2000년 이전이었던 1999년 6월부터 2001년 3월까지 총 22개월 간으로 당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주식과 채권 모두 유입을 보였다(최대 금리 역전 폭은 1.50% 포인트였다). 금액 상으로는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유입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으며, 채권 역시 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소폭이나 자금 유입이 나타났다.
둘째, 2005년 8월부터 2007년 9월에 이르는 26개월 간의 기간이다. 당시 최대 기준금리 역전 폭은 1.00% 포인트에 달했는데 외국인 주식자금이 큰 폭의 유출됐던데 반해 채권자금은 주식에서의 유출액에 절반 정도 규모로 오히려 자금이 유입됐다. 금융위기 직전 금융시장이 극도로 혼란했던 당시 우려했던 자금 유출이 주식에서는 나타났지만 채권에서는 전체 유출액을 크게 줄이는 자금 유입이 있었던 셈이다.
셋째, 2018년 3월부터 코로나19가 발발했던 2020년 2월까지로 23개월 간의 기간이다. 당시에도 최대 기준금리 역전 폭은 앞선 역전기와 동일한 1.00% 포인트였으며, 주식자금이 유출된 반면 채권자금은 크게 유입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주식자금의 유출에 비해 채권자금의 유입 규모가 매우 커 전체적인 증권자금의 이동은 순(純) 유입을 기록했다.
넷째, 지난 2022년 8월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금리 역전기로 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 간의 금리 역전 폭이 사상 최대치인 2.00% 포인트까지 확대된 국면이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외국인들이 보여준 증권자금의 매매 동향은 주식과 채권 모두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냈다.
지금까지 기준금리 역전이 이뤄졌던 네가지 시기를 모두 종합한 결과 한국과 미국 간의 기준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주식은 국면 별로 들쭉날쭉한 동향을 보였으나 금리에 가장 민감할 것으로 보이는 채권에서는 오히려 자금유출이 이뤄지지 않았다.
스왑 레이트의 숨은 진실: 한국은 금리 낮아도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
이제 보다 현실적인 논의를 위해 스왑 레이트가 이론적으로 추산된 값이 아닌 실제 외환스왑시장에서의 거래된 값들을 통해 자본이동의 유인 여부와 이동 방향에 대해 살펴보자.
주지하다시피 이론적인 스왑 레이트는 각 국가별 금리 차이에 따라 미리 정해지는데 반해 실제 스왑 레이트는 금리 이외의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그 숫자가 달라진다.
바로 여기서부터 실제 자본의 이동 여부가 달라지는데 요약하면 금리 격차에 비해 스왑 레이트가 높으냐 낮으냐에 따라 실제 자금 이동의 방향이 변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스왑 레이트가 금리 격차에 비해 낮은 것이 보통이다.
그 원인들로는 보험사 등에서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구조적인 외화자금 수요 우위(원/달러 Buy & Sell swap 또는 CRS receive), 국내은행들의 달러 자금조달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 등이 꼽힌다(이 원인들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른 자료들을 통해 다시 논의키로 하겠다).
스왑 레이트가 금리 차이보다 낮은 경우 달러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환위험을 헷지하고 원화채를 매입하면 기대수익률이 단순히 미국 국채에 투자할 때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투자할 유인이 존재한다.
(중략)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외환시장의 수급 여건 등으로 인해 스왑 레이트가 이론적인 스왑 레이트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준금리 격차가 발생하고 시장금리 역시 미국 금리가 더 높다고 하더라도 한국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더욱 유인이 큰 구조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미국보다 한국 금리가 낮다고 국내 채권에 대한 투자할 유인이 떨어진다거나 자본유출을 우려하기보다는 해당 거래가 원활하게 작동될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이 잘 정비됐는지 아니면 이러한 투자 유인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울 만큼 해외 투자자들의 자체적인 문제는 없는지를 살피는 것이 자본유출 문제를 바라보는 보다 정확한 접근이라고 하겠다.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미국보다 빠른 기준금리 인하 기대 가능
(전략) 본 장에서는 채권 자체적으로 미국에 비해 가격 상승(금리 하락)에 대한 유인이 존재한다는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필자가 예상하는 한국 채권이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다고 평가하는 금리 하락 유인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한국 기준금리가 먼저 하락될 수 있다는 기대다.
한국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미국에 비해 반년 이상 빠르게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먼저 개시한 국가다. 아울러 2023년 1월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인상 사이클이 중단된 상황인데 반해 미국은 7월까지 인상 사이클이 이어졌고 물가 및 경기 여건 등을 감안할 때 당장 기준금리 인하 논의나 기대 형성이 매우 타이트해진 상황이다.
반면 한국은 인상 사이클이 대체로 빠르게 마무리됐고, 경기 펀더멘털 부진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물론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사이클이나 기조에 상당수 국가들이 자신들의 정책 행보를 연동하고 있지만 결국 각국의 기준금리 결정은 해당 국가의 경기나 물가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한국의 조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지나치게 논리적인 비약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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