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 지도체계가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변화하면서 공교롭게 중국 경제의 어려움이 날로 커지는 분위기다. 한두 가지 사건이 모든 문제의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겠으나, 항간에는 중국 경제 발전을 시작한 덩샤오핑이 1990년대 초 제시한 대외정책 기조였던 '도광양회(韬光养晦)' 지침을 시진핑 주석이 사실상 철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도광양회는 덩샤오핑이 밝힌 중국의 대외관계 지도방침으로, 28자로 구성되어 있는 소위 ‘28자 방침’의 일부다. 이 28자 방침은 冷静观察 稳住阵脚 沉着应付 韬光养晦 善于藏拙 决不当头 有所作为로, 어떤 입장을 내거나 행동을 취하기 전에 국제정세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또 변화되어 가는지를 냉정하게 관찰해야 하며, 스스로 내부의 질서와 역량을 공고히 하고, 국력과 이익을 고려해 침착하게 상황에 대처하며, 밖으로 능력을 드러내지 않고 실력을 기르면서 능력이 없는 듯 낮은 기조를 유지하는 데 능숙해야 하고, 절대로 앞에 나서서 우두머리가 되려하지 말되, 꼭 해야만 하는 일은 한다는 것이다.([네이버 지식백과] 도광양회 [韬光养晦] (중국현대를 읽는 키워드 100, 유희복)
이렇게 도광양회에 관해 길게 설명한 이유는 『사라져가는 도광양회』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대신증권 보고서를 소개하기 위한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 경제가 처한 여섯 가지 핵심 리스크를 소개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 경제가 당장 국가적 위기로 심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단기간 급격한 회복 기회도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는 6대 리스크 부분을 소개한다.
중국 6가지 구조적 문제, 금융시장 위축과 실물경제 전이 우려 확대
중국의 실물경기 회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금융시장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실물경제는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생산 및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는 등 부진을 보이고 있다. 올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총수요 부족에 따른 디플레이션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중국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신흥국 금융시장 위축 및 실물경제로의 전이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이에 본 리포트는 중국의 구조적 문제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를 전망하고자 한다.
중국에 드리워진 6가지 구조적 문제는 1. 중진국 함정, 2. 누증된 기업부채, 3.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계부채, 4. 지방정부 재정의 부실화, 5.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는 그림자금융, 6. 미국과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위안화 캐리 드레이드 청산이다.
먼저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이다. 중진국 함정은 1인당 소득이 4천~1만 달러 범위에 속하는 중진국의 성장이 장기간 정체되는 현상이다.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진입해 외국인들의 투자유인이 감소하면서 전반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중국의 잠재성장률은 2008년 9.9%를 기록한 후 2023년 5.4%로 하락이 추정된다. 향후에도 자본 생산성 하락과 함께 핵심연령인구(25~49세)의 감소로 노동생산성 역시 추세적으로 둔화될 것이다. 이처럼 중국은 자본과 노동의 생산성 하락이 지속되면서 중진국 함정에 진입할 가능성이 상존해 있는 상황이다.
둘째, 누증된 기업부채이다. 중국의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누증된 기업부채가 기업 활동 및 성장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중국의 기업부채(비금융기업 기준)는 2022년말 기준 GDP 대비 158.2%를 기록하면서 선진국(90.8%)과 신흥국(107.1%)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중국 국유기업의 경우 전체 기업 수 대비 6.0%로 낮은 수준이나 부채 비중은 42.6%(2023년 6월 기준)를 기록하는 등 부채비중이 높아졌다. 최근 경기둔화로 중국 국유기업의 자산 수익률 하락으로 인해 기업의 부채상환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도 그만큼 확대되고 있다.
셋째,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계부채이다. 금융위기 이후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이 높아져 리오프닝과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부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중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2006년 3월 11.5%에 불과했으나, 2022년 말에는 61.3%까지 확대됐다. 또한 중국의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등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소비 회복이 기대되지만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이 높아 소비 회복이 예상보다 미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넷째, 지방정부 재정의 부실화이다. 지방재정 건전성 저하 및 지방정부융자기구(LGFV, 이하) 채무상환 부담의 확대로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지역 내 인프라 투자 등 지방경제 개발 과정에서 지방정부 및 지방정부융자기구 부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LGFV의 채권(2023년 기준)은 GDP 대비 53%를 기록하면서 중국 재정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정부 세수의 40%를 차지하는 부동산시장 부진 등으로 지방정부 재정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8년 만기 채권 비중이 높은 LGFV 채권 특성상 부동산 시장 부진이 장기화되는 경우 부실화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
다섯번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는 그림자금융이다.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유동성 위험에 자주 노출되고 투명성이 낮아 금융시스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그림자금융의 자산 규모는 금융안정위원회(FSB) 기준 GDP 대비 2021년 63.4%를 기록하며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그림자금융에서 자산관리상품(WMP)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자산관리상품은 롤오버 위험에 자주 직면한다. 또한 자산관리상품의 70%가 공식적인 보증이 없이 발행되어 관련 상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투자자들의 손실위험이 클 수가 있다.
여섯번째, 미국과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위안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다. 미중 양국간 금리 역전으로 위안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자본유출이 확대되고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간 통화정책 기조 차이로 2022년 11월 이후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한 이후 최근까지 금리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이 중국보다 금리가 높다는 점을 이용한 위안화 캐리-트레이드 청산으로 위안화 가치 하락은 물론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