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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미국은 일본의 야욕을 방관 말라"...진주만 공습 직전 이승만의 경고

이승만 전 대통령은 논쟁적인 인물이다. 그의 정치적 성향이나 발언 내용 등을 언급할 때는 언급하는 대상인 '행위'가 늘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행위자'와 구별되지 않은 채 가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해서 그의 파란만장했던 90년 일생 중 행한 모든 행위를 매도할 필요는 없으며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본다.

(1941년 12월 7일 피격 당한 진주만. 침몰하여 불타고 있는 미국 전함 웨스트 버지니아. 사진 출처: terms.naver.com)

최근 그가 조선의 해방 직전인 1941년 저술한 것으로 알려진 『Japan Inside Out』이라는 책을 읽었다. "일본의 감추어진 속을 뒤집어서 드러낸다"는 제목처럼 이 책은 제국주의 일본의 정치적 야망과 이를 저지해야 할 필요성, 그리고 미국만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주장과 그렇게 해야 조선이 해방될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조선 고종 12년(서기 1875년)에 태어나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콜럼비아 과정 학사, 미국 하버드대학교 석사,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정치학 박사 등의 학위를 취득했다. 해방 후 1948년 제헌 국회의원과 초대 국회의장을 역임한 뒤 같은 해 초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등 수많은 '초대' 공직을 맡았다. 이후 한국전쟁 시기를 거치면서까지도 대통령직을 유지했으나, 1960년 제3대 대통령 재임 중 자진 사임했다.

제국주의 일본이 조선을 강제 병합한 1910년 45세의 나이였던 그는 미국에서 수학하며 독립운동에 가담했다. 이후 해방 전까지 독립운동에서의 역할, 정치적 입지 등에 관해서는 학계에서 연구를 계속할 정도로 시기적으로 간단히 규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미국에서 세계적인 차원의 국제 정세에 밝았고, 국제 관계를 이용한 조선의 독립을 위해 노력한 측면이 강하며, 조선 국내와 중국 지역 등지에서의 무력 투쟁 방식의 독립 운동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조선이 해방되기 4년 전인 1941년, 유럽 전역이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연합한 파시스트 세력이 주도한 2차 세계대전에 휘말려 있는 가운데 이승만 전 태통령은 미국에서 자신이 파악한 국제 정세 동향과 전망, 조선과 중국에서의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 행위, 그리고 미국의 고립주의 외교 정책 등에 관해 책을 저술했다.

이 책은 많은 오기(誤記)가 발견됐고 그대로 수많은 번역본이 출간되고 있는 문제를 바로잡기으려는 노력 끝에 광창미디어에서 '복간본(Restored Edition)' 형태로 발간됐다.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단순하게 평가하더라도 내용 면에서 당시 조선의 독립을 위해 노력한 운동가의 시선에서 파악한 국제정세가 아주 상세히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굵직굵직한 사건과 국가, 정치인 등의 이름으로만 세계사 수업을 통해 들었던 당시 상황이 이승만이라는 석학이자 정치인 눈으로 다시 설명되고 있어서 읽는 내내 느끼는 바가 컸다. 이 책이 1941년 발간됐으니, 같은 해 12월 제국주의 일본이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기습 공격한 사건이 발발하기 직전으로 이해된다.

다만 이 책은 발간되기 몇해 전부터 저술한 내용이므로 명백히 진주만 공습 이전에 쓰인 것인데, 책에서 이승만 전 태통령은 제국주의 일본이 아시아 전체를 유린하고 머지 않아 미국 관할지는 물론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경고는 미국이 당시에도 국내 정치적 입지 등으로 인해 고립주의 외교 노선을 취하면서 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나왔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감정에 기반해서 제국주의 일본을 비난하거나 미국의 조선 독립 지원을 호소한 데서 그친 것이 아니라 고종 19년(서기 1882년) 체결된 조미수호통상조약(朝美修好通商條約)의 합의에 따라 조선이 어려움에 처했으니 미국이 개입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고, 일본의 침략을 방관하는 것이 결코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문과 15개 장, 그리고 결론 부분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학자 답게 대부분 외교적, 법적, 정치적 차원에서의 논거를 바탕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이 국제 정세를 파악하고 전개 방향을 예측하고, 미국의 역할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를 제시한 부분 등이 눈에 띈다. 문장도 대부분 명문이고 글도 이해하기 쉽게 쓰였다.

결론 부분에서 저자는 "(미국이 회피한다고 해서) 미국과 일본이 충돌을 피할 가능성은커녕 충돌을 오래 미룰 가능성도 없다고 본다"라고 지적한다. 그는 이어 "조선의 운명은 세계 인민들의 운명, 또는 최소한 자유를 추구하는 인민들의 운명과 분리될 수 없다"라면서 "(미국이 현재는 방관할 지 몰라도) 결국 제국주의 일본은 전 세계 민주주의 세력의 힘에 의해 일본 본토로 쫓겨갈 것이며 태평양은 다시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 책을 소개한다고 해서 나는 이승만이라는 행위자에 관한 독자의 시각이나 판단에 영향을 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행위와 행위자를 구분하지 못하고, 혹은, 정치적 목적에 따라 고의로 혼용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행위에 집중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전 세계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박하게 전개되던 시기에 무려 90년간 생존하며 수많은 직책과 역할을 수행한 사람의 모든 행위를 하나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저자: Syngman Rhee
기획/제작사: 광창미디어
ISBN: 9788997948024(8997948024)
쪽수: 260쪽
크기: 160*233*24
출간일: 2017년 09월15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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