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2009 미국발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거의 매일, 매시간 들은 표현이 '비전통적'이라는 말이었다. 비상한 상황이니 비상한 대응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세계가 다시 코로나19 팬데믹, 공급망 재편을 둘러싼 미-중 대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충격을 잇따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2024년 세계경제 환경을 설명하면서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첫째는 '혼돈의 시대', 둘째는 '분절화', 그리고 셋째는 '고비용 고착화'다. 여기서는 세계 경제 환경 부분을 소개하며, 주요국 및 국내 거시경제 전망 내용은 보고서를 참조하기 바란다.
⓵ 상식을 벗어난 현상(Abnormal)이 빈번히 발생하는 혼돈의 시대 도래
- (비전통적 통화정책)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 YCC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 도입 → 경제적 파급효과 예측력 저하
- 수익률곡선 억제정책(Yield Curve Control)은 장기 금리를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정책
- (통상적 상관관계 변화) 유가-달러, 주식-채권 관계 등 기존 경제이론 및 통념 변화 →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 유가와 달러가치, 채권(안전자산)과 주식(위험자산)은 통상 반비례 관계였으나, 최근에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
- (아노말리 증후군) 가상화폐 투기열풍 등 비이성적 행동 보편화 → 정책대응 실패 우려
- (인간과 닮아가는 AI) 창작, 연구 등 인간 고유의 영역까지 기술이 인간을 대체 → 고용 불안, 사회적 갈등 발생
⇒ 예측 가능성은 낮아지고 불확실성은 증가하여 합리적 의사결정이 어려워진 상황 “Where should we go?”
⓶ 미국-유럽과 중국-러시아 중심의 양대 블록(Bloc) 형성되며 국제교역 질서에 균열 발생
- 中 WTO가입(’01년)으로 시작된 美·中 경제적 공생관계가 러-우 전쟁을 계기로 급속히 해체되며 분절화 가속
- ’22년 이후 중국 견제를 위한 협의체만 3개 이상 결성 :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핵심광물 안보파트너쉽(MSP), 인도·중동·유럽경제회랑 등
- 두 블록간 교역은 러-우 전쟁(‘22.2월)을 기점으로 블록 내 교역보다 4~6% 느리게 증가(‘23.9월 WTO)
⇒ 세계경제 성장을 저해할 뿐 아니라, 국가간 성장의 양극화 초래
- 교역 분절은 양대 블록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으로 세계 성장을 0.33%p 하락시키는 효과
- 교역 분절에 따른 블록별 장기 GDP 손실(%p, IMF) : 세계 △0.33, 미국-유럽 블록 △0.14, 중국-러시아 블록 △0.67
- 특히 식량자급률이 떨어지는 저소득 국가는 식량 안보에 위협을 받으며 장기 성장에 큰 타격을 받을 전망
- ’22년 식량안보지수(’20년 호주=100) : 북미 78.6, 유럽 74.8, 아시아 63.4, 남미 63.4, 중동북아프리카 63.0,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47.0
⓷ 공급망 재편, 자원 무기화, 환경 규제 등으로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될 전망
- (공급망 재편) 생산시설을 우호국가로 이전하는 프렌드쇼어링 확산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 비용 발생
- 현재 글로벌 공급망은 美∙中 양국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고 양국간 상호 의존도도 높아 공급망 분리·재배치 시 비용 高
- (자원 무기화) 자국 이기주의 확산으로 각국이 핵심자원 수출을 제한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 중국의 반도체 원자재(갈륨, 게르마늄 등), 인도의 전기차 원자재(리튬, 베릴륨 등) 및 설탕 수출 제한 등
- (친환경 비용) 환경규제 준수에 필요한 비용 증가 및 기존의 값싼 화석연료 신규 투자 축소로 공급가격 상승
-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10.1)으로 탈탄소에 따른 비용부담 증가 현실화, 이상기후로 인한 원자재 및 식료품 공급 차질 장기화 우려
⇒ 높은 물가 수준이 지속되며 고금리도 장기화할 가능성: 미국은 ’24년에도 5%대 기준금리 유지 전망,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팬데믹까지 10년 이상 지속된 저금리 시대 종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