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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이번 인플레는 연준 때문에 잡힌 게 아니라 원래 일시적 현상이었다 - 스티글리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급등하기 시작하자 처음에는 이를 '일시 과도기적(transitory)' 현상이라며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 않을 듯한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율이 갈수록 높아지자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금리 인상에 나섰다. 이제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낮아지는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연준에서는 "역시 금리를 올리기 잘했네!"라고 자화자찬할 수 있다. 하지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는 처음부터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은 일시 과도기적 현상이었으며 일시적인 공급 차질과 수요 패턴의 변화로 인해 발생한 현상인데 쓸 데 없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공급망과 소비 패턴의 변화라는 새로운 현상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제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스티글리츠 교수가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기고한 글을 번역해 소개한다.

(사진 출처: medium.com/@Jennifer243)

전 세계가 팬데믹에서 회복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광범위한 차질과 갑작스러운 수요 패턴의 변화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급등했다. 수요 패턴의 변화는 아무리 좋은 시기에도 물가 안정에 도전이 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공급망의 붕괴까지 더해져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시장이 새로운 수요 패턴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한 측면이 있었다.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자동차 공급부족 사태를 겪었던 것을 상기해 보자. 이 문제는 해결되기까지 무려 18개월이 걸렸다. 자동차 생산 방법을 잊어버렸다거나 숙련된 노동자와 공장이 부족했던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핵심 부품 중 일부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공급이 재개되자 자동차 재고가 늘어나고 가격이 하락하는 디스인플레이션이 시작되었다. (디스인플레이션은 실제 물가 수준이 아닌 인플레이션율의 하락을 의미하며, 중앙은행이 물가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다만, 이 사례와 다른 여러 사례에서는 실제로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다.)

주택 부문은 이러한 일시적인, 자정 현상의 또 다른 예다. 인구 규모가 수요의 주요 결정 요인이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의 잘못된 팬데믹 관리로 100만 명의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었으면 전체 주택 가격이 하락했어야 한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 사람들이 더 나은 주거환경을 찾아 나서는 현상을 촉발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뉴욕과 같은 대도시보다 사우샘프턴이나 허드슨 밸리 같은 곳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지역의 주택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이들 지역의 주택 가격은 당연히 상승했다. 그러나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가격이 조정되는 방식에 비대칭성이 있어서 대도시 주택가격은 비례하여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 결과 주택 가격 지수(평균을 측정하므로)는 상승했다. 이제 팬데믹 영향은 사라졌지만, 대부분의 임대 계약이 최소 1년은 지속된다는 사실을 반영하듯 가격(지수로 측정한)은 서서히 하락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어떤 역할을 했나? 금리 인상이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동차 가격의 디스인플레이션에 연준이 한 역할은 없다. 더 나쁜 것은 금리 인상으로 인해 주택 가격의 디스인플레이션이 오히려 더뎌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주택 건설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모기지 금리도 올려 사람들이 주택을 구입하는 대신 임대를 선호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임대 시장에 더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면 소비자물가지수의 핵심 구성 요소인 임대료가 상승한다.

팬데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급등하면서 더욱 악화되었다. 그러나, 물가가 계속 그 정도로 빠르게 상승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했고, 많은 사람들은 디스인플레이션이나 유가의 경우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가 옳았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 인플레이션은 급격히 하락했다. 중앙은행들의 목표치인 2%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대부분 처음 예상치(미국 3.7%, 유로존 2.9%, 독일 3%, 스페인 3.5%)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게다가 2%라는 목표치는 아무 근거도 없는 수치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2%인 국가가 3%인 국가보다 더 낫다는 증거는 없으며, 인플레이션이 통제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오늘날은 분명히 그렇다.

물론 중앙은행 당국자들 스스로를 칭찬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에서 중앙은행들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 금리 인상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 즉 공급망 붕괴과  수요 패턴의 변화에서 오는 인플레이션 문제에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디스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들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것이지 중앙은행들 노력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시장은 이 기간 내내 이런 문제를 대체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기대는 의외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일부 중앙은행 경제학자들은 이것이 중앙은행의 강력한 대응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데이터로 보면 그렇지 않다. 시장이 공급 측면의 혼란이 일시적이라는 점을 이해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기대는 처음부터 약했다. 인플레이션 기대는 오히려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기대가 시작되고 있으며 고금리와 실업이 수반되는 장기 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를 거듭 제시하자 상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2021년 4월에 향후 5년 평균 기준 2.67%에 도달한 후 1년 후 다시 2.3%로 하락하는 등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최근 중동 분쟁으로 유가 상승의 공포가 다시 제기됐지만, 그 전에는 인플레이션 매파들이 주장했던 실업률의 급등이 없이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거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필립스 곡선으로 알려진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간의 표준 관계는 이번에도 입증되지 않았다.

필립스 곡선 '이론'은 지난 25년간 거의 신뢰할 수 없는 이론이 되어 왔으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거시경제 모델링은 상대가격이 일정하고 경제의 주요 변화가 총수요를 중심으로 일어날 때는 잘 작동할 수 있지만, 부문별 변화가 크고 상대가격에 수반되는 변화가 있을 때는 작동하지 않는다.

2년여 전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시작되자 이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과도한 총수요를 탓하는 쪽과 일시적인 현상이며 저절로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쪽의 두 진영으로 빠르게 나뉘었다. 당시에는 팬데믹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투명했다. 새로운 경제 충격에 직면한 상황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날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시장의 회복력 부족을 예측하거나, 공급 측면의 일시적인 독점적 공급 차질이 특정 기업들에 얼마나 타격을 줄지 제대로 전망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후 2년 동안 가격 상승 시점과 총공급과 총수요 변화의 상대적 변화 내용을 면밀히 연구한 결과, 인플레이션 매파의 총수요 과잉 "논리"는 대부분 맞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실제 발생한 일과 달랐기 때문이다. 그 논리의 신뢰성 여부와 관계없이, 이제 디스인플레이션이 시작되면서 그 신뢰성은 더욱 약화되었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었다는 주장이 맞는 것으로 입증돼 경제에도 다행스럽다. 이제라도 경제학계가 이번 사례로부터 올바른 교훈을 얻기를 바랄 뿐이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사진 출처: en.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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