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최근 통화정책 방향 관련 기자회견 내용이 도비시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시장은 환호하고 있지만, 오히려 내년 전망과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이라는 목소리도 많다. 연준 위원들은 점도표를 통해 내년 3차례 금리 인하를 전망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모두 6차례까지 인하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다. 과연 이 차이가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연준 위원들이 결국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변화를 보일까?
이에 대해 하이투자증권에서 전후 상황을 잘 정리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실업률 상승은 금리 인하의 필요조건이 아닌 충분조건
11월 소비자물가까지 확인한 이후 통화정책의 주안점은 이제 ‘인플레이션 파이팅’에서 ‘고용 안정’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보임. 특히나 경기는 한 번 추세를 바꾸면 그 추세가 이어지는 관성을 보인다는 특징을 염두에 둘 필요. 대표적인 지표가 바로 실업률인데, 실업률은 한 번 상승으로 방향성을 전환하면 그 상승세가 매우 가팔라지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 고용 안정과 실업률 안정은 동시에 달성하기 까다로운 두 가지 목표인 만큼 과잉긴축의 대표적 부작용. 경기에 후행한다는 점도 적정 수준의 통화정책 강도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그렇다면 실업률 상승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 금리 인하가 가능할지 여부를 과거 사례를 통해 확인
1987년부터 금리 인상 사이클 5차례를 되돌아보면(1987, 1994, 1999, 2004, 2015년) 금리 인상 종료 이후 실업률 반등으로 이어진 사례는 3차례(1987년, 1999년, 2004년). 실업률이 반등한 3차례 중에서 1번은 동결 직후, 나머지 2번은 동결 3개월 이후부터 실업률이 반등하기 시작. 그렇게 반등한 실업률은 그 폭은 다르지만 약 36~39개월간 각각 2.8%p, 2.3%p, 5.3%p 상승. 실업률이 반등한 후에는 이후의 금리 인하 여부와 관계없이 상승세는 쉽게 반전되지 못했다는 특징
물론 금리 인상이 모두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음. 5차례 중 2차례는 실업률이 안정세를 이어갔는데, 94~95년 인상 사이클에서는 실업률이 안정된 만큼 동결 기조가 유지되었으며, 2015년 인상 사이클에서는 동결 이후 실업률 안정에도 불구하고 2019년에 보험성 인하를 선제적으로 단행한 경험. 즉, 실업률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때 이는 94년과 같이 H4L로 이어질 수도, 혹은 2019년의 보험성 인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
파월, ‘폴 볼커’인가 ‘아서 번즈’인가
물론 아직까지 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이번 파월 의장의 도비쉬한 발언들이 성급한 피봇 시그널이라는 주장도 있음. ‘아서 번즈’ 전 연준 의장처럼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섣부른 승리를 선언했다가 더 큰 피해를 야기한 사례가 있기 때문. 실제로 11월부터 나타난 금리 하락세는 모기지 금리 급락(11월 1일 이후 100bp 하락, 12월 19일 기준 7.08%)으로 이어지며 최근 모기지 신청건수가 반등하는 모습 나타남. 여전히 주택공급 부족한 가운데 자칫하면 부동산 수요 회복이 주택가격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며 디스인플레이션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
약화된 성장동력 고려 시, 물가 반등 조짐 없다면 연준의 선제적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고려할 때 현재는 1994년보다 (2019년의 보험성 인하 사례로 이어지는) 2015년에 견주어 보는 것이 조금 더 적절하다는 판단. 2019년 당시 미-중 무역갈등, 브렉시트 등이 일어나며 연준 뿐만 아니라 ECB도 선제적인 완화 정책에 나선 바 있음. 2019년부터 나타난 주요 선진국들의 빠른 정책 기조 전환은 글로벌 성장동력이 이전에 비해 약화되어 중앙은행 혹은 정부의 정책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음
성장동력이 약해진 이유로는 대표적으로 투자 유형의 변화를 들 수 있음. 과거 투자 사이클은 유형자산 투자가 중심이 되었다면 이제는 무형투자가 중심. 과거 투자 사이클에서는 선진국의 경기 반등이 중국과 한국 등의 수출, 그리고 투자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원자재 수요 증가로 곧바로 이어지면서 이머징 경기 반등 등 글로벌 전반으로 낙수효과가 컸음. 최근은 무형자산 투자가 중심이 되면서 부양효과는 실물자산보다 금융자산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낙수효과도 일부 국가에 제한적인 모습. 특히나 미-중 패권전쟁으로 인한 탈세계화와 경제 블록화 현상이 이를 더욱 극대화하고 있음. 2021~2023년 나타났던 강한 경기 반등은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한 전세계 정부들의 막대한 재정지출이 이루어낸 결과로 자연스러운 경기 반등 흐름으로 보기 어려우며 이러한 재정 투입은 지속되기 힘듦
2019년에는 무역갈등과 브렉시트 등이 트리거가 되었던 것처럼 2024년에는 미국의 제한적인 재정지출, 대선 관련 불확실성, 더욱 격화된 무역갈등 등 성장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들 다수 존재함. 따라서 물가 반등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 한, 연준 점도표에 반영된 것보다 인하 폭은 클 수 있음. 실업률의 반등을 확인한 이후에는 그 속도를 제어하는 것이 굉장히 까다로운 작업이며, 특히나 구조적 노동공급 부족 문제는 실업률만 보고 경기를 과대평가하는 실수를 범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 또한 지난 18일 발간한 당사 자료 ‘단기적으로 미국 금리, 추가 하락할까?’를 통해 가파른 금리 인상과 가파른 물가상승률 하락세를 감안할 때 금리 인하 또한 자이언트 스텝으로 진행될 수 있음도 언급한 바 있음
물론, 최근의 시장금리 하락세는 매우 가팔랐으며 내년 6회의 금리 인하를 이미 선반영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현재의 시장금리 하락 속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긴 어려움. 연준 점도표의 Median은 내년 3차례 인하였지만, 1명만이 내년 6차례 인하를 반영한 가운데 2명의 위원은 여전히 동결을 전망했기 때문. 보험성 인하에 돌입하기 위해선 물가 안정 여부를 ‘확인사살’할 시간이 필요하며 이는 내년 1분기가 될 것. 하지만 1월말 발표될 미국 재무부 분기별 리펀딩 계획 등 재정적자와 국채 수급 관련 이슈가 재발한다면 금리 하락세를 제한할 수 있어 내년 1분기 중 금리 하락 폭이 일부 되돌려지는 상황도 주의할 필요
이 와중에 내년 트럼프 당선 확률은 높아지고…
이 와중에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음. 전일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지난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의 내란 선동 혐의를 인정해 그의 대선 경선 출마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음. 물론 이는 콜로라도주에 국한된 것으로 아직까지는 다른 주에서는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출마하는 데 제한은 없음. 하지만 현재 25개 이상의 주에서 트럼프의 후보 자격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이 제기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번 판결이 다른 지역에서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지 여부를 지켜볼 필요. 단 이번 조치의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①첫째로 지난 대선에서도 트럼프 후보는 콜로라도주에서 패하면서 콜로라도주 선거인단을 얻지 못했었고 ②트럼프 대선 캠프는 이를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인데, 대법원은 현재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다수(9명 중 6명)이며, ③대법원 상고 시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까지 이 조치의 효력 발생은 유예되기 때문. 오히려 이번 조치를 바탕으로 친트럼프 성향의 지지자들이 응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음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8.9%로, 역대 재선에 성공한 전 대통령들의 동일 기간 국정 지지도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 중. 미국 공화당 경선 후보 중에서는 트럼프가 66%로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음. 내년 1월 15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미국 대선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 아이오와주 코커스는 전통적으로 미국에서 가장 먼저 경선 레이스가 진행되는 주로, 미국 대선 레이스의 맛보기 버전. 트럼프가 대선 레이스를 펼치는 과정에서 바이든이 얼마나 국정 지지도를 방어하고 끌어올리는지 여부에 주목할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