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도의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동향이 거의 실시간 집계되고 활용되는 것은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행태가 주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것이 과연 옳으냐를 따지기에 앞서 엄연한 사실이기에 주가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외국인 매매 동향을 무시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역량이 외국인 기관들에 뒤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아직 주지 못하는 데다가, 국민연금 같은 대규모 투자기관이 국내보다는 해외 투자에 집중하니 규모 면에서도 외국인 자금 흐름이 중요한 상황이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분석 능력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분석이 완전히 투자 고객의 이익을 위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의심도 작용한다.
그런데, 어느덧 국내 원화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흐름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닌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원화 채권시장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외국인 투자가 전무했다가 이후 구제금융 협상 과정에서 외국인에 개방됐다. 그런 만큼 외국인 투자 비중이 주식시장과 비교해 크지 않았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 정도의 신용등급을 가진 나라의 자국 통화 채권 물량이 충분치 않은 가운데 한국 정도의 경제정책 안정성을 가진 나라도 드물다는 인식 등에 외국인 투자 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 더구나 3년 및 10년 만기 국고채 선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참여가 심화하면서 국내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매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 아닌지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심층 분석한 결과를 보고서로 발간했다. 『국채시장의 외국인 투자자 행태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 요약 부분을 소개하고 보고서 링크는 맨 아래 공유한다.
우리나라 국채현물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1.6%에 불과했으나 2023년 2분기에는 20% 수준까지 크게 확대되었다. 특히 3년물 및 10년물 국채선물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 비중은 2022년 기준 각각 44% 및 53%를 차지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채시장에 주요한 행위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앞으로 재정적자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기관들의 전망과 함께 국민연금 등 주요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해외투자 비중을 늘릴 것이라는 계획을 밝힘에 따라 국채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갖는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국채투자에 대한 행태분석은 안정적인 재정운영과 금융안정 차원에서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본고는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국채시장의 가파른 외국인 비중 확대가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 실증 모형을 통해 설명 가능한 수준인지를 판단해 본다. 아울러 외국인의 투자행태를 금융안정 측면에서 파악하기 위해 국채현물시장과 선물시장으로 구분하여 외국인 매매가 국채 수익률 및 수익률의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신흥국 현지통화 국채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비중을 설명하는 계량 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 글로벌 유동성 확대 및 한국의 높은 국가신용등급을 고려할 때 국채현물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 비중 확대는 모형에 부합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물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매 행태가 지금까지는 국채 수익률이나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외국인의 비중이 현물에 비해 훨씬 큰 선물시장에서는 외국인의 국채선물 순매수(순매도)가 국채금리 하락(상승)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10년물 국채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수 영향력이 크게 나타났으며, 표본 기간을 나누어 추정해 본 결과 최근 표본에서 외국인 국채선물 영향력이 더욱 커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외국인 참여 증가에도 불구하고 만기일에 국채 가격 및 거래량이 급변하는 만기일 효과(wag-the-dog)는 유의미하게 관찰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주가지수 선물‧옵션의 최종결제가격과 달리 국채선물 시장의 최종결제가격이 만기일 평균가격 산출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종합적으로 국채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을 감안하여 외국인 투자자의 이상거래 행태를 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유사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군집행위 및 추종매매 가능성 등에 대비하기 위해 국채선물 시장에서 연기금, 보험회사, 시장조성자 등 국내 기관투자자의 참여 확대를 독려하여 투자자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반면, 외국인과 달리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이 국채선물 시장에서 손실을 보는 것으로 분석된 만큼 국채선물 시장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주의가 필요하다. 30년 국채선물 상장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초장기 국채선물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개인투자자 교육을 강화하고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