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영자 신문 중 하나인 코리아헤럴드에 매주 경제 상황에 관한 칼럼을 올해 1월 말부터 기고하고 있다. 공인된 전문가 자격도 없는 필자에게 칼럼을 쓸 기회를 준 코리아헤럴드 측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이번 주 칼럼은 지난해 및 4분기 국민소득 통계에서 나타난 우려스러운 조짐들에 관해 쓰면서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12일 공개된 금융통화위원회 2월 정책회의 의사록에도 비슷한 방향의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나타나 칼럼을 쓴 입장에서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달 회의에서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향후 금리 인하를 위한 조건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2월 정책회의 모습. 사진 출처: newspim.com) |
보도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완화 시점과 환율 움직임, 부동산 가격 등이 금리 인하 시점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연준으로부터의 '독립적 결정' 주장이 강화된 가운데, 물가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는 시기상조라는 뚜렷한 '매파' 위원도 여전했다. (※ 관련 기사 ⇒ '인하 조건' 논의 모드 금통위…연준·부동산 고차 방정식)
필자는 이번 칼럼에서 지난해 4분기 경제 성장률이 대체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내용을 보면 순수출이 경제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 기준)을 3.1%P 끌어 올린 덕분에 내수가 성장률을 0.8%P 떨어뜨린 효과를 상쇄하고도 전체 GDP 성장률 2.2%를 기록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올해에도 내수 부진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애초 올해 통화정책 운용 여건을 설명하는 가운데 올해에는 세계 각국이 과거보다는 국내 여건에 더 초점을 두면서 정책을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내수 부진을 더욱 심각하게 고려하면서 통화정책 변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필자는 강조했다.
한국은행법에는 한국은행의 목표와 관련해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면서도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할 때에는 금융안정에 유의하여야 한다"라고 정해 놓았다. 법은 그러면서 "통화신용정책은 물가안정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정부의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가도 덧붙이고 있다.
이 법 조항들을 바탕으로 한국은행의 정책 목표를 보통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두 가지라고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강조하는 가운데 경제정책 당국이 추구해야 할 더 중요하고 더 궁극적인 목표를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마로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항목이다.
순수출 회복이 최근 1년 이상 침체된 기저효과에 따른 것인 만큼 내수 부진의 심각성을 크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안정'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달성할 수 있다. 과연 축소 지향을 통한 '안정'이 바람직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은 궁극적으로는 성장세 유지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계부채 비율이 중요하다면 부채를 축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경제규모를 확대하지 않으면 가계부채 비율 관리도 날이 갈 수록 어려워진다. 정부도 지출을 줄이고 가계도 지출을 줄이면 각종 부채비율은 잘 관리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한국은행이 예상했던 대로 이제 국내 상황에 더 초점을 두는 통화정책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 코리아헤럴드 기고 칼럼 ⇒ Worrying signals from 2023 GDP d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