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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중국, 이번에는 AI 반도체와 HBM 육성에 집중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생각보다 치열해지고 점입가경이다. 이 경쟁을 누가 촉발했느냐를 두고도 많은 주장과 설명이 나오고, 연구가 이루어질 정도로 인류 역사상 큰 사건으로 기록될 자격을 이미 얻은 것 같다. 미국은 구 소련을 억제하고 견제하기 위해 중국에 막대한 지원을 제공했다. 국교를 정상화한 것은 1970년대지만, 그 이전부터 미국은 중국을 미래의 경쟁상대라기보다는 당장 수렁에서 건져 올려 소련과의 경쟁에 지렛대로 삼으려 했다.

1990년대 들어 소련이 '스스로' 무너지고 삽시간에 동유럽 국가들이 시장경제 체제에 편입됐다. 그러더니 어느새 중국이 경제 발전을 가속화하면서 더 더 더 많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들이게 됐다. 세계무역기구 가입과 각종 편의를 제공하면서 미국은 중국이 빨리 시장경제 체제에 편입되기를 바랐다. 돈 맛을 알면 중국인들도 소련 식 체제를 지지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 중국이 달라졌다. 

공공연히 미국에 반기를 들며 공산주의의 새로운 맹주로 등장하더니 리먼 사태 이후에는 알다시피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깜짝 놀란 미국은 각종 무역 제한 조치에 머물지 않고 세계 공급망 재편을 통한 중국 배제 전략을 펼치게 된다. 이 전략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독자 경쟁력을 강화하는 자극이 됐고, 일부 핵심 부문에서는 중국의 경쟁력이 놀랄 정도로 커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올해 5월 새로운 반도체 투자기금 조성을 발표한 모양이다. 지난 5월 24일 발표된 3기 반도체 투자기금은 이전 대비 투자 규모와 기간을 늘려 중장기 R&D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특히 반도체 부문은 한국도 한자락 한다는 부문이기에, 다른 말로 하면 한국이 지닌 얼마 안 되는 주력 부문이기에 긴장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보고서를 통해 핵심 내용과 의미, 그리고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했다. 여기에 보고서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보고서 전문 링크는 맨 아래 공유한다.

(사진 출처: www.digitimes.com)

■ 중국이 반도체 투자기금 조성을 통해 지난 10년간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레거시 칩 생산능력 확장 등을 제외하면 여전히 전반적인 반도체 산업기술 경쟁력은 높지 않은 편으로 평가됨. 
  • 중국 반도체 산업이 빠르게 성장했음에도 자체적으로는 여전히 장비, 재료, EDA 등 분야의 국제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이는 반도체 산업의 복잡성으로 인해 기술개발이 쉽지 않음을 의미함. 
  • [특허] 중국은 반도체 기술특허 분야 중 설계, 재료, 장비(노광, 증착, 식각, 패키징)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기업 대비 경쟁력이 낮으며, 핵심 기술에 대한 특허 보유수준은 낮은 편임. 
  • [제조] 중국은 레거시 칩, 메모리(NAND, DRAM) 제조, 로직 칩 설계 영역에서는 경쟁력을 보유하였으나 첨단공정과는 3~4세대 격차가 존재하며, 그 밖에 관련 장비, 재료 등에서도 모두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됨. 
  • [장비] 2022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등의 영향으로 신규 팹에 들어가는 장비 입찰에서 중국산 비중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으나 여전히 주요 장비는 해외에 의존함. 
- 2024년 1/4분기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전년동기대비 113% 증가한 125억 달러를 기록함.
  • [재료] 중국은 후공정에 필요한 반도체 재료는 자급화 비율이 높으나 전 공정에 필요한 포토레지스트(PR) 등의 재료는 여전히 대부분 수입에 의존함.
  • [EDA] EDA 툴은 해외 기업이 여전히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중국은 Empyrean(华大九天)이 빠르게 성장 중임. ◦ EDA은 고도의 기술력, 인력, 사용자 협정 등에 대한 장벽이 높으며, 중국은 아직 전 공정 분야에서 입출력의 정적 시간을 검증하는 STA(Static Timing Analysis) 외에는 기술 확보가 부족함.
  • 반도체 IP는 오랜 기간 축적되어온 특성 탓에 Intel, AMD 등 글로벌 팹리스가 독점적 지위를 보유하며 중국의 스프레드트럼(Spreadtrum)이 저가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유함. 

■ 3기 반도체 투자기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인내자본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이며, 기술 개발 난이도가 높은 영역에 대한 중장기 지원과 향후 미국과의 경쟁에 대비하여 AI 반도체 및 고대역폭(HBM) 메모리 제조기술 확보에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보임. 
  • 중국정부는 비용 투입 대비 반도체 기술 개발 성과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의 목표 달성을 위해 반도체 투자기금 등을 통한 지원을 지속할 것으로 보임. 
  • 특히 반도체 미세화 공정에 필요한 노광장비를 비롯하여 관련 반도체 재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시일이 소요되더라도 수입대체를 위한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됨. 
  • 다만 이러한 기술 개발은 기술적 어려움이 많고, 실제로 상용화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었기 때문에 중국도 단기간에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 
- 5월 30일 화웨이 클라우드의 장핑안(张平安) CEO는 향후 3/5nm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음을 언급하는 등 추가적인 공정 미세화는 첨단장비 확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려운 상황임.
- 중국 반도체 장비사 AMEC의 설립자 Gerald Yin(尹志尧)은 2022년 10월 미국의 광범위한 대중 수출통제 조치로 인해 중국의 반도체 칩 제조기술, 장비가 5세대 이상 뒤처질 것으로 평가
  • 한편 중국은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하지만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GPU 등을 수입하기 어려워지면서 AI 반도체의 국산화를 촉진하기 위한 투자를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됨.
- 중국 화웨이는 2023년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Ascend 910B’를 생산하였으며, 2024년 중에 후속 모델인 ‘Ascend 910C’가 출시될 것이라고 보도된 바 있음.
- 화웨이는 후속모델에도 7nm 노드 공정을 적용한 AI 반도체를 제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문제는 HBM 메모리가 확보되지 못하면 연산성능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임. 
- 따라서 중국은 중장기 차원에서 HBM 메모리 제조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보임. 
- 또한 해당 기술에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한국 및 대만의 반도체 생태계에 진입하기 위해 기업 인수와 인력 유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우회적으로 첨단반도체 기술 확보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음. 
■ 한편 중국은 자국 내 수요 대응 차원에서 반도체 투자기금을 통해 생산능력 확대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레거시 칩 분야에서 가격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함. 
  • 중국 내 수요가 증가하는 전기차, 태양광,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의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는 전력반도체는 레거시 공정에서 제조되며, 특정 유형의 고객과 장기계약을 통해 생산되는 특징이 있음. 
  • 이에 따라 중국 로컬 파운드리는 자국 내 기업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이며, 최근 중국정부는 상하이자동차(SAIC), 비야디(BYD), 둥펑(东风)자동차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에 10%에 불과한 자동차 반도체 국산화 비중을 2025년 25%까지 늘리도록 요청함.
  • SMIC 수석집행관 자오하이쥔(赵海军)은 ‘지정학적 긴장으로 글로벌 반도체 생산 과잉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향후 중국 반도체 수요는 현지 생산능력 확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속적인 생산능력 확장에 투자할 것이며, 평균단가 하락 등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함.
  • 중국 로컬 파운드리의 레거시 칩 생산능력은 3년 내 약 60% 가량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공급과잉(oversupply) 및 비용우위를 통해 전 세계 레거시 칩 시장에 가격 하락 압력을 줄 것으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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