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AI 전문 인력이 해외로 떠난다는 보고서를 공유한다.
한국에서는 전문가나 전문가 집단을 홀대하는 문제가 심각하다. 해당 분야 종사자들이 인정하는 전문가나 전문가 집단은 스스로 "힘 있는" 네트워크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한 소외되는 일이 많다. 누구나 인정하는 전문가나 전문가 집단이 아닌 사람들이 "힘 있는" 네트워크로 가는 길목을 독점하며 그들을 배제하기 때문인 경우도 있다.
권력이 있는 곳의 구성원은 철저하게 공채로 채용하고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스승과 제자처럼 오랜 기간 "끈끈한 정"으로 관계를 유지하면서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식으로 진급이 이루어지다 보니, 해외 유학파나 그런 "끈끈한 정"을 형성하는 데 서툰 능력자들은 소외되기 마련이다. 특히, 새로운 기술과 이론이 전 세계적으로 떠오를 경우 이런 구조는 적응하기 어렵다.
상식적으로는 전혀 새로운 기술과 이론이 떠오를 경우 해외든 국내든 위에 언급한 "끈끈한 정"으로 관계를 맺지는 못했어도 진정한 실력자라면 중요한 자리에 채용돼 국가에 기여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 그런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외부에서 전문가를 채용하려 해도 기존 구성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제대로 대접을 받으며 들어오기는 힘들다.
결국 기존 구성원 가운데 이런저런 경험을 억지로 살려 그런 중요한 일을 맡게 된다. 십수년 전에 우연히 해외 지사에 근무했는데, 그 근무지가 새로운 기술의 근거지이므로 그 사람이 적임자라고 결론짓는 것과 같은 사례도 있다. 따라서 한국은 한국계 인재 가운데 적임자가 엄연히 있는데도 이들을 멀리하고 엉뚱한 사람을 재교육하느라 엄청난 자원과 시간을 낭비하곤 한다.
지난 1997/98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 정부는 적잖이 당황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한국인들의 근면하고 성실한 국민성을 믿어주지 않고 '한강의 기적'을 일군 한국민의 바람에도 원화 자산에 일제히 숏 베팅을 걸고 나선 것이다. 그러자 소통 노력이 부족했다면서 주요 정부 부처에서는 이른바 '외신 대변인' 등 '외신 담당자'를 채용하는 붐이 일었다.
당시만 해도 휴대폰이나 이메일이 널리 쓰이지 않았고, 출입기자단은 철저하게 국내 기자들 위주로 운영돼 왔기에 외신 기자들이 주요 정책 당국자들과 대화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찌 유선 전화 번호를 알아내도 자리에 없다고 하면 그만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외신을 전담할 외신 담당자를 채용한다고 하니 외신 기자들로서는 희망을 갖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확인할 때는 도움이 되기도 했다. 물론, 그런 경우에도 외신 담당자에게 문의 내용을 전달하면 그 담당자가 실무 부서나 공보관실에 확인한 뒤 외신 기자에게 알려주는 절차 때문에 지금처럼 곧바로 무언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실무 내용이 논의되는 고위급 회의에 참석할 수 없어서 외신 기자의 문의를 받아도 즉답할 정보도 없고 권한도 없었던 것이다.
국제 교류가 늘면서 웃지 못할 일이 또 벌어지곤 했다.
영어권에서 유학한 사람을 공채로 뽑아서 영어 관련 업무를 맡기는 일이 있었다. 이 사람은 당연히 편지를 영어로 쓰거나 받은 편지를 한글로 번역하는 등 업무를 주로 맡게 됐다. 그러던 중 해외에서 열린 국제회의 취재 중 그 사람을 만나게 됐다. 반가운 마음에 "드디어 영어도 잘하는 직원이 회의에 오셨군요?"라고 말했더니, 그 사람은 "회의 참석자는 다른 분이고 나는 통역과 번역 업무를 지원하러 왔다"라고 답했다.
그 사람은 근거도 없이 처음부터 "영어만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취급돼 실무를 익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얼마 지나서 실무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결국 진급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됐다. 처음부터 "영어도 잘 하는" 실무자를 양성하면 될텐데 왜 그랬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이런 일이 지금은 거의 사라졌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대기업이나 전문 분야 정책 결정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여전히 전문가들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공채로 입사하지 않았으나 나중에 전문가로 성장한 "외부인"을 홀대해 해외로 나가는 일이 벌어지면 인재를 한 사람 놓친 것 이상의 문제가 생긴다. 그 인재는 결국 해외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조직에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합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재를 한 사람 놓치면 우리 경쟁 상대는 우리 덕분에 인재 두 사람을 보강하는 것과 같다.
아래는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글로벌 은행그룹의 AI 역량 제고 노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 주요 내용이다. 보고서 원문을 보려면 맨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된다.
■ 글로벌 은행 AI 전문 조사 업체인 Evident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은행들의 AI 관련 인재 채용이 증가하고 있음.
- 전 세계 50대 은행들의 2024년 1분기 AI 관련 인재 채용 공고 수는 7,862건으로서 전분기 대비 14.2% 증가하였음.
- 2023년 50대 은행의 총채용규모는 전년 대비 23% 감소하였으나, AI 관련 인재 채용 비중은 11.9%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AI 관련 인재의 영입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AI 관련 인재 채용이 전략적으로 중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음.
* 총채용규모에서 AI 관련 인재 채용 비중은 13.6%(’23.Q1) → 11.0%(’23.Q2) → 11.4%(’23.Q3) → 11.5%(’23.Q4) → 11.1%(’24.Q1)로 11%를 조금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
- AI 인재 채용 공고 수(2023.10~2024.04) 상위 3사인 JP모건, 캐피털원(Capital One), 씨티(CITI)는 모두 미국계 은행으로서 미국계 은행그룹들이 AI 관련 인재 유치에 매우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음.
- 유럽 은행의 경우, 도이체방크(Deutsche Bank)와 포르투갈의 BPCE, 이탈리아의 인테사 상파올로(Intesa Sanpaolo)가 AI 관련 인재 채용 공고의 7.8%를 차지하며 점유율 측면에서 다른 유럽 은행들과 격차를 벌리고 있음.
■ 글로벌 은행들은 AI 관련 인재를 주로 경쟁 은행 등 동종업계에서 영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 은행 AI 관련 인재의 가장 큰 원천은 다른 은행으로부터의 영입으로서 은행에서 다른 은행으로 이직한 AI 관련 직원은 2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남.
- 이에 따라 은행을 이탈하는 AI 관련 인재 역시 경쟁 은행으로 대부분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업계 외부로는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으로 가장 많이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남.
* 예를 들어 HSBC는 CITI에서 CIO를 역임한 Stuart Riley를 AI 책임자로 영입하는 등 주요 글로벌 은행의 기술 임원들을 적극 유치해 오고 있음.
■ 글로벌 은행들은 AI 관련 인재 영입을 통해 확보한 AI 역량을 바탕으로 금융서비스 혁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음.
- (자산관리 지원 사례) JP모건은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투자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생성형 AI Moneyball을 개발하여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음.
* Moneyball은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인기 주식을 너무 일찍 매도하는 등의 잘못된 판단을 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생성형 AI 도구로서 Moneyball의 도입을 통해 펀드 성과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음.
- (의사결정 지원 사례) HSBC의 Quantexa는 Q Assist를 통해 의사결정 인텔리전스 플랫폼에 생성형 AI 기능을 추가하였음.
* Q Assist는 복잡한 판매 전략이나 자금 세탁 방지 업무를 수행할 때 유용하며 효율성 및 정확성 향상, 비용 절감(연간 최대 1,700만 파운드 절약) 등 효과가 기대됨.
■ 반면에 국내에서는 연간 거주자 1만 명당 0.3명의 AI 관련 인재가 미국, 중국 등 해외로 순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평가됨.
- 「한 · 미 · 중 인공지능 인재 확보 전략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AI 인재들은 미국, 중국, 독일, 일본 등으로 유출되고 있음.
- 「AI Index Report 2024」는 2023년 기준으로 외국인을 포함한 우리나라 거주자 1만 명당 AI 관련 인재 0.3명이 순유출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음.
* 우리나라 AI 관련 인재의 순이동 추이는 0.65명(’2020) → 0.54명(’2021) → 0.24명(’2022) → △0.30명(’2023)으로 2023년부터 순유출로 전환되었음.
- 한편, AI 관련 인재 영입에 적극적인 독일(1.04명), 미국(0.40명), 포르투갈(0.23명)의 경우 AI 관련 인재가 순유입되고 있으며, 이들 국가는 인도(△0.76명)를 중심으로 한국 등 IT 강국으로부터 인재를 영입하고 있음.
■ 향후 국내 은행그룹들은 기존의 공채 중심 인사관리시스템에서 벗어나 AI 관련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함으로써 경쟁우위를 확보할 필요가 있음.
- 국내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산업 트렌드에 맞춰 AI 관련 인재 확보에 집중하고 있으나, AI 관련 인재들은 은행보다는 IT 대기업이나 빅테크, 스타트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남.
- 은행을 비롯하여 금융회사들이 AI 관련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보수적인 조직문화, 성과를 반영하지 못하는 임금 구조, 직원의 경력 개발 경로의 불확실성 등에 있음.
- AI 관련 인재의 확보를 위해서는 성과 기반 보상 체계의 확립, 기술 중심의 업무환경 제공, AI 분야의 별도 채용, AI 전문 부서 신설 및 직위 부여 등의 개선 방안 마련이 요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