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 블로그에서 소개한 자본시장연구원의 『고령화와 가계 자산 및 소비 (Ⅰ): 고령화가 가계 자산구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독자들 반응(여기를 클릭)이 뜨거웠다. 하루에 하루씩 늙고 1년에 1년씩 늙어가는 것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현상이기에, 자신이 어떤 연령대에 있든 노후 세대의 자산구조 현황과 그렇게 된 배경 등에 관심이 큰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보고서 제목에 숫자(Ⅰ)가 붙은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자본시장연구원의 이 보고서는 한 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예상대로 이번에 같은 주제에 관한 보고서 2편이 발간됐기에, 본 블로그에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과 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는 링크를 소개한다.
이번 보고서 2편의 제목은 『고령화와 가계 자산 및 소비 (Ⅱ): 고령가구의 소비와 자산 적정성』으로, 1편에서 자산구조를 분석했다면, 이번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이런 자산 구조와 고령가구의 소비활동 및 자산 구조 적성성을 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연구원이 제시한 정책 방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주택연금 가입률 1%대에 불과, 가입자 불편함 해소와 주택연금 유동화 제도 노력 필요
- 고령가구 금융자산 예적금에 편중,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고 수익률이 안정적인 금융투자상품을 충분히 활용하도록 유도
- 고령층 맞춤형 금융 교육 프로그램 강화, 디지털 금융 지원 서비스 확대, 즉시연금 상품 다변화 필요
- 현재 청년 및 중년세대의 퇴직자산 축적 적극 유도, 근로 연령층의 퇴직자산 운용 효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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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www.caixabankresearch.com) |
본 연구에서는 재정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2008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 고령
가구의 소비와 자산 적정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였다. 65세 이전 예비 고령가구 표본을
기반으로 고령가구의 적정소비지출 산출 모형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65세 이상 고
령가구의 적정소비를 추정하였다.
▣ 고령가구 소비 행태 분석 결과
첫째, 가구 소비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를 통제해도 고령가구의 소비 축소는 뚜렷하게 관찰된다. 고령가구는 의료비 지출 외 모든 유형의 소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작고, 주거비, 식료품비 등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를 제외하면 지출 규모를 상당히 줄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둘째, 소비지출함수를 통해 추정한 적정소비와 비교하면 고령가구의 실제 지출 수준은 적정 수준 대비 –10~30% 정도 작다. 가구별 이질성이 존재하고 최근 기간으로 올수록 소비 감소율이 완화되고 있지만, 대체로 소비를 줄이는 고령가구가 더 많이 관측된다.
셋째, 이러한 소비의 축소는 고연령대 가구일수록 현저하게 나타난다.
넷째, 고령가구의 소비 축소는 보유한 순자산, 소득 규모 모두 유의미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소득이 주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득 중에서도 연금소득, 사적이전소득의 역할이 중요하며, 자산 내에서는 금융자산이 많을수록 소비 축소가 어느 정도 완화된다.
마지막으로, 고령가구의 적정소비와 소득 수준을 비교한 결과, 연금 및 금융‧재산소득으로는 줄어든 실제 지출도 커버하기 어렵고, 이전소득과 경제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이 있어야 어느 정도 적정소비를 충당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고령층의 경제활동 지속가능성이 불확실하므로, 고령층에 진입한 가구는 지출을 줄이며 저축을 유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모형을 통해 추정된 적정소비 수준은 고령가구가 응답한 최소생활비와 유사하다. 즉, 보수적인 추정치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실제 국내 고령가구의 소비 축소에 따른 삶의 질 저하는 본 고에서 나타난 결과보다 더욱 심각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 고령가구 자산 적정성 분석
첫째, 전반적으로 고령가구의 자산규모는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며, 고령가구가 보유한 자산을 잘 활용한다면 유용한 소비 재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구 간 자산 격차도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자산 격차의 절대적인 수준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판단되며, 이에 따라 순자산 하위 고령가구의 경우 소비를 충당할 자산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고령가구가 보유한 자산은 대부분 부동산, 그중에서도 거주 주택의 비중이 상당하며, 금융자산의 비중은 작고 금융자산 내에서는 예적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연금 및 이전소득이 부족할 경우 고령가구는 자산소득을 토대로 노후소득을 충당해야 하는데, 고령가구의 자산 구성상 유용한 소득원의 비중이 작다.
셋째, 앞서 살펴본 고령가구의 적정소비와 고령가구가 보유한 자산의 연금화 가치를 비교한 결과, 연금화 순자산의 적정소비 대체율은 연령에 따라 1에서 2사이에 중위값이 위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고령층이 보유한 순자산을 모두 연금화했을 때 여생 동안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적정소비 금액의 약 1~2배 가량을 순자산으로 보유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연금화 가치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상속 동기, 예비적 저축 동기, 연금화 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았으므로, 적정소비 대체율의 추정값은 실제치의 상단으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넷째,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자산규모의 증가로 인해 고령가구의 자산 적정성이 개선되고 있으나, 고령가구가 보유한 금융자산, 거주자산 외 실물자산으로는 적정소비를 여생 동안 충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우리나라 고령가구의 소비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거주하고 있는 부동산의 연금화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개별가구의 이질성을 고려하여 연금화 자산의 적정소비 대체율이 1 미만인 가구 비중을 살펴본 결과, 가장 최근 시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소비에 충당할 총 순자산이 부족한 고령가구는 전체 약 30%이며, 금융자산만으로 적정소비를 커버할 수 있는 가구는 약 23%에 불과하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앞서 소비 적정성 분석 결과와 같이 보수적인 적정소비 추정치에 따른 결과이며, 고령가구가 응답한 적정 수준의 생활비로 변경할 경우 자산규모 적정성은 악화된다.
그간 국내 고령가구가 소비를 줄여왔던 데에는 충분하지 않은 연금소득, 가구가 쌓아 온 자산의 형성 방식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고령화가 진전되더라도 고령가구의 급격한 자산소진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현재의 청년, 중년 세대가 고령 세대의 패턴을 답습한다면, 미래 우리 사회는 소비 둔화에 따른 활력 저하와 자본의 비효율적 배분으로 인한 생산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가계 자본의 한계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가계 자산구조를 효율화하고 고령층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 정책 방향
먼저, 현재 추진 중인 주택연금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이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패널회귀분석 결과에서 보여주듯, 고령가구의 소비는 연금소득에 민감하고 그중에서도 사적연금소득의 한계소비성향이 가장 크게 추정되었다. 주택연금제도의 활성화를 통해 고령가구의 노후소득원을 다변화한다면 고령가구의 소비 수준이 현재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주택연금은 2007년 제도 시행 이후 꾸준히 성장했지만, 가입률은 1%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자산이 부동산에 편중된 고령가구가 노후소득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거주자산의 연금화가 필수적이나 주택연금의 활용도는 낮은 수준이다. 현행 주택연금제도의 가입률이 저조한 요인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가입자의 불편함을 해소할 필요가 있으며, 주택연금의 적절한 유동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현재의 고령가구, 예비 은퇴가구의 금융자산을 효과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가계의 부동산 선호는 정책을 통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가계가 보유한 자산이 유동성이 낮은 실물자산에 계속해서 묶여 있다면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감소할 것은 분명하다.
코로나19 이후 자본시장 내 많은 시장참여자가 유입되었지만, 본 고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고령가구의 금융자산은 여전히 예적금에 편중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고령층은 위험회피 성향이 강하므로 안전자산을 선호하지만,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고 수익률이 안정적인 금융투자상품을 충분히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고령층은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경우가 많고 디지털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
현재 금융투자업자가 제공하는 다양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디지털 금융 교육 및 지원 서비스를 확대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고령층이 보유한 금융자산의 일거 소진을 방지하고 부분적인 인출을 유도해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도록 즉시연금 상품을 다변화하고 상품의 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청년 및 중년세대의 퇴직자산 축적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생산성을 높이고, 자본시장으로의 안정적인 장기자본의 유입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퇴직연금, 개인연금, ISA 등 관련 제도의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 고령가구의 항상소득이 부족한 요인 중 하나는 공적연금 외 사적연금의 활용도가 낮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래 고령층의 은퇴 이후 소득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소득이 사적연금에 축적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사적연금 기여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근로 연령층의 퇴직자산 운용을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 적립된 퇴직연금 자산 운용의 고도화, 사전지정운용제도의 개선 등을 통해 근로자의 퇴직자산이 효과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현재의 근로 연령층이 미래에 충분한 연금자산을 확보하여 노후소득원을 다각화하는 것이 미래 세대를 위한 무엇보다 중요한 정책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