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증권 홍춘욱 이코노미스트의 글을 공유한다.)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2016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8%로 1년 전인 84.3%에 비해 4.5%포인트 늘었다. 급격한 가계부채 증가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며, 필자 또한 이 부분에 대해 우려하는 마음은 마찬가지다.
다만, 이 컬럼을 쓰는 이유는 '부채 증가를 악(惡)한 것'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위함이다.
잠깐 시계를 돌려 5년 전으로 가보자. 당시에는 공기업 부채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2012년의 공기업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43.2%에 달했다. 2008년에 34.5%에 불과하던 것이 단 4년 만에 1/4 이상 늘어났으니, 공기업 경영 정상화를 언급하는 목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결국 2013년부터 공기업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한국전력이 삼성동 부지를 판 것, 그리고 LH공사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이는 한편 공공택지를 건설사에 대거 매각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일련의 조치 덕분에 공기업 부채는 2012년 GDP의 43.2%에서 2014년 41.7%로, 그리고 2016년 3분기 말에는 38.0%까지 낮아졌다. 공기업의 부채가 급격히 줄어들었으니, 좋은 일 아니냐고? 물론 대상을 공기업 부채에만 맞추면 좋은 일이 맞다. 그러나 국민 경제 전체 차원에서는 부작용도 꽤 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기업은 민간기업들이 하지 못하거나, 혹은 민간이 담당하기에 비효율적인 분야에서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은 산간 오지에도 전기를 공급하는 등 수지타산이 잘 맞지 않는 일을 한다. 또 LH공사는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여 저소득층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공공택지를 공급하여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문제는 공기업의 부채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상과 같은 기능이 크게 약화된 데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LH공사의 공공택지 및 공공임대주택 건설 기능의 약화다. 2013년 이후 전국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게 된 이유 중 상당 부분은 주택공급의 감소, 그리고 임대수급 불균형에 따른 전세가격의 급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공기업만 부채를 줄인 것이 아니다. 한국의 재정도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건전하게 유지되었다.
2007년 이후 세계 주요국은 ‘금융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쳤고, 이 결과 G20에 속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정부부채의 급격한 증가를 경험했다. 예를 들어 일본의 GDP 대비 정부 부채는 67% 포인트 증가했으며, 미국도 44% 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은 위기 이전에 비해 단 10% 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다시 말해,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정부 재정지출을 덜 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대신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의 역할을 짊어져, 2008년 9월 5.25%에 달했던 정부 정책금리는 최근 1.25%까지 떨어졌다. 공공부문의 주택 및 택지공급이 감소한 데다 금리마저 인하되니, 주택 가격이 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최대 골칫거리’로 취급 받고 있다.
가계 입장에서는 전세금을 계속 올려주느니,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었을까? 더 나아가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이는 마당인데? 왜 합리적인 선택을 한 가계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공기업 부채의 축소가 다양한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가계 부채를 급격히 줄임으로써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부채 감축을 요구하기에 앞서, 가계부채의 증가를 유발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분석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된다.
▶▶▶ 이와 관련해 필자의 글도 참조 바람 ⇒ 『가계부채를 위한 변명 (Ⅱ)』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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