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회의에서는 3명의 위원이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했으나 임승태ㆍ문우식ㆍ박원식 위원이 동결을 주장해 3-3의 상황이 되었고 여기에 의장인 김 총재가 동결 표결을 함으로써 금리가 동결됐는데, 이달에는 임 위원이 인하 표결을 하고 문 위원이 동결 표결을 함으로써 대세가 인하로 모아졌고 결국 김 총재와 박 부총재도 인하에 동참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표결 내용은 4월의 4-3 동결 우세에서 5월 1-6 인하 우세로 바뀌었지만 결정적인 것은 임 위원의 표결이었다. 그 동안 줄곧 정책여력 확보를 강조하며 금리 인하에 반대했던 임 위원이 5월에 금리 인하에 찬성한 배경을 알아 보는 것이 향후 금통위의 정책 방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임 위원의 발언 내용으로 판단되는 부분을 인용하고자 한다.
- 이번 달에는 경제주체의 심리 개선이 절실하다는 점과 정부 추경 집행과의 정책 조화에 중점을 두고,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시까지는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여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나타내었음.
- 이번 달에는 경제주체의 심리 개선이 절실하다는 점과 정부 추경 집행과의 정책 조화에 중점을 두고,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시까지는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여 운용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임.
- 금리정책보다는 취약부문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가능한 신용수단 활용이 보다 유효한 정책수단이라는 믿음에도 변함이 없음. 그러나 지난달 기준금리 유지결정시 재정을 통한 경기대책과의 정책조합 차원에서 채택했던 총액한도대출 증액이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음.
- 현 시점에서는 정책여력이 25bp 축소되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보다는 거시정책 간 부조화 논란 지속에 따른 국민경제의 소모적 비용이 클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됨.
- 다만, 이번 정책 결정으로 인해 앞으로의 기준금리 조정이 한쪽 방향만으로 흐를 것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긴요함.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경제활력 약화 가능성, 시장규율 약화로 인한 기업구조조정 지연, 가계부문의 이자소득 감소를 통한 소비여력 위축 우려,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 등의 비용이 점증한다는 사실에도 충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기 때문임.
결국 임 위원은 금리 인하의 효용성에는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으며 금리정책 이외의 신용정책을 통한 경기 진작의 필요성도 역설하고 있다. 다만 정부 정책과의 공조에 대한 국민들의 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금리 인하에 찬성한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추가 금리 인하에는 조심스런 입장을 곳곳에서 밝히고 있다.
의사록 내용:
http://www.bok.or.kr/broadcast.action?menuNaviId=94
임 위원이 말하는 정책여력이란 지금보다 급박한 상황이 초래됐을 때 정책당국이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의 종류와 강도를 말한다. 즉, 미국발 금융위기 발생 직전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5.25%였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세계 중앙은행들의 정책 공조가 합의되면서 한국은행도 단 몇 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2%로 낮췄다. 결국 모두 3.25%포인트 인하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 5월 인하 직전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75%였다. 즉, 또 다시 리먼브라더스 파산과 그 여파로 불어닥쳤던 금융불안이 재연될 경우 이제는 금리를 0%까지 인하한다고 해도 총 인하폭은 2.75%포인트 밖에 안되는 것이다. 그나마 우리나라 상황 -- 남북한 대치 등 -- 에서 0% 금리는 상정하기 힘들다. 따라서 실제 금리 인하 여력은 2% 전후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임 위원이 앞으로 또 다시 금리 인하를 표결할 가능성은 5월 이후에는 현격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재와 박 부총재의 표결 방향은 같다고 전제할 수 있으며, 김 총재는 미국의 급작스런 양적완화 정책 축소를 경고해 오고 있어 금리 추가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