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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한국 집값 싼가 비싼가? 반등하나 폭락하나?

[사견입니다]

최근 필자의 글 가운데 단연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글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필자의 글이 아니더라도 SNS나 언론 보도를 보아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글이 꾸준히 나오고 있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부동산에 대한 견해들은 대개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네 가지 주제를 놓고도 쉽사리 모두가 동의하기 힘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

1. 주택은 경제재인가?

인간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동시에 그 존재량(存在量)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경제적 대상(代償)이 필요한 재(財)를 경제재라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주택은 틀림없는 경제재다. 그런데 왜 라면이나 자동차 등의 상품을 말할 때와 주택을 말할 때 사람들은 다른 차원의 얘기를 하는 것처럼 느낄까?

주택(주거)에 대한 인식은 나라마다, 시대마다, 사회마다, 민족마다 제각각이다. 열대와 한대 지역에서 주택에 대한 인식은 전혀 다르다. 열대지방에서는 밖에서 생활해도 얼어죽을 일은 없지만 한대 지역에서는 당장 생존이 힘들다. 또 남들의 이목을 중시하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에서의 인식도 다르다. 집이 허름하거나 심지어 임대주택에 살더라도 전혀 심리적으로 아무런 문제를 못느끼는 사회도 있고 집 소유를 대단한 목표로 여기는 사회도 있다.

이렇게 사람의 인식에 따라 주택을 대하는 자세가 다른 것은 물론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한국 음식이 귀한 지역으로 출장을 가거나 장기간 체류하다 보면 라면으로 저녁식사를 해도 근사하다고 여기지만 서울에서 셋방에서 라면으로 저녁을 먹으면 당장 "처량하다"는 등의 생각을 본인도 하고 남들도 하기 쉽다. 모두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주택이 다른 재화와 다른 점은 많다. 사양, 즉 고급 자재를 사용했다든지 설계가 "고급스럽게" 됐다든지 욕실 자재가 비싼 고급 제품이라든지 심지어 남향인지 북향인지, 인기 브랜드인지 아닌지, 대단지인지 아닌지 등등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끝없이 있다.

2. 한국 집값은 싸다 vs 비싸다

한국 집값이 싸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비싸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전국 평균 지표를 가지고 말하면 한국의 집값은 분명 싸다. 예를 들어 1985년 이후 국민은행 자료와 정부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전국 집값은 2.7배 올랐는데 소비자물가는 3.1배 올랐다. 또 도시가구의 가처분소득은 7배 높아졌다. 어떤 면에서 보든 분명 집값은 너무 싸다.

반면 비싸다고 하는 사람들은 "서울 목동 한 번 가봐라"라든지 "강남 내 친구네 아파트는 몇년 새 값이 2배로 올랐다"라고 한다. 이는 표본이 너무 작위적이다. 또 집값이 비싸다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집을 장만할 여력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면도 있다. 즉 요즘 젊은 사람들의 소비생활은 과거에 비하면 훨씬 다양하고 취향이 고급화됐다. 그런 소비생활을 하며 집을 장만하기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다.

더구나 대부분 집값을 얘기할 때는 "그럴듯한" 집을 염두에 두고 말한다. 즉, 지금도 후미진 곳의 열악한 주택은 충분히 저렴하다. 문제는 그런 주택은 아무도 구매할 마음도 없고 따라서 집값을 얘기할 때 아예 논외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 집값 논의는 공정하지 못하다.

3. 한국 집값은 반등한다 vs 폭락한다

한국 집값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소폭 하락했지만 큰 폭의 하락은 없었다. 이는 다시 생각해 보면 한국 집값이 심각하게 고평가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만일 집값이 터무니없이 높다고 모두들 인식하고 있었다면 당시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투매 물량이 속출하고 가격은 급락했어야 한다.

물론 강남이나 서울의 일부 지역에서 집값 하락폭이 큰 경우는 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극히 제한적이었으며 이전 상승폭이 과도했던 지역이다. 예를 들어 집값이 1-2년 사이에 "반토막"났다면 사람들은 집값 폭락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나 같은 집이 그 이전 3-4년 사이에 2배 올랐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이러한 가격변동을 일부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어떤 목적을 갖고 부당하게 인용한다는 것이다.

한편 과도한 가계부채 부담과 둔화되는 잠재성장률, 그리고 무엇보다 젊은 인구의 감소 추이를 근거로 한국 집값이 폭락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주장은 미리 원하는 결론을 정해 놓고 그 뒤에 논리를 찾다 보니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간단한 예로 이런 주장의 경우 다른 여건은 전혀 고려하지 않거나 무시한다. 

예를 들어 정부나 금융당국은 집값 동향을 항상 주시하고 특이동향이 있을 경우 이에 대한 분석을 하고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책을 검토한다. 또 건설회사들은 어떡하든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설계에서부터 입지, 인테리어 구성, 매매조건 등 다양한 측면에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선책을 마련한다. 인구 변화도 반드시 비극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주택구매력이 있는 30-40대 인구는 물론 이미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의 가구 수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앞으로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1인가구를 제외하고도 그렇다. 당연히 소규모 가구가 늘 것이다. 이런 추이에 맞춰 건설회사나 정책당국은 주택시장 관련 정책을 마련할 것이다. 

4. 제발 이것만은...

결국 필자는 주택가격을 얘기할 때 소위 전문가나 여론에 영향을 줄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좀 더 세심한 연구와 조사를 기초로 자신들의 견해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나쁜 상황이 앞에 다가오면 당연히 전문가는 이를 경고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 그런 나쁜 상황이 다가온다는 결론이 내려졌는지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어떤 이는 집값이 너무 비싸다며 그 근거로 취업 후 월급을 한 푼 안 쓰고 모았을 때 서울 아파트를 장만하는 데 드는 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공정하지 못하다. 간단한 예로 오늘날 아파트의 사양은 과거의 사양과는 비교할 수 없이 달라졌다. 이밖에도 그런 주장에는 더 많은 허점이 있다.

또 어떤 이는 집값이 폭락해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룰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국의 집값이 폭락하는 상황은 국가부도사태나 그에 준하는 대침체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수십만 개의 기업은 도산하고 수백만영은 일자리를 잃게 되며 실업자들은 직장을 구할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질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내집 마련"을 꿈꿀 지 필자는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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