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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부패와 갈등 관리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대한민국

(※ 아래 글은 사견임)

최근 한국은행이 방학 기간에 실시하는 전국 중등학교 교사 대상 경제 분야 연수에 강사로 참여했다. 올해 강연 주제는 『한국 경제 성과와 도전』으로 잡았다.


강연 내용 앞 부분은 한국 경제의 성과를 다루었다. 숫자를 나열하는 듯한 자료지만 한국인들 스스로 너무나 당연시하거나 (잘못된) 정치적 이유로 때로는 강조하는 것을 꺼리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다. 연간 국내총생산(GDP)은 1년간 가계, 정부, 기업 등 한 국가의 경제주체 모두가 생산한 부가가치의 총량이다. 한국의 GDP는 1963년 불과 27억달러에 그쳤다. 그러던 것이 2013년에는 1조3천억달러를 넘어섰다. 현재 하루 평균 수출액이 21억달러에 이를 정도다.

한국 경제가 이룩한 성과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점은 우리가 당연시하거나 평가절하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강연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한국 경제가 처한 도전" 내용이었다. 과거는 과거대로 인식하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당면한 도전을 함께 살펴보려는 의도에서 시간을 많이 할애하도록 노력했다.


이런 저런 모두가 아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올해 나는 특히 한국에서 특히 지금까지 이룬 것들을 "관리"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을 지적하려 했지만 제대로 강조하지 못한 것 같아 여기에 생각을 조금 더 정리해 보충하고자 한다.

조그만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에도 처음 설립에서 성장까지는 밤낮없는 노력과 성실함, 그리고 남다른 아이디어 등에서 뛰어나기만 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어느 정도 일구어놓은 성과를 관리하고 지속시기키는 데 실패해 결국 불행한 결과를 맞는 기업이나 창업주를 너무도 많이 보아 왔다. 한국이라는 국가의 경우에도 사정은 같다.



한국 사회에서는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그에 따라 투입하는 자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갈등의 관리와 부패의 관리에 대한 인식과 투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어느 나라나 구성원들 간에 갈등은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갈등의 소지를 파악하고 갈등이 표면화될 때 이를 평화적으로 드러내도록 해서 건설적으로 조정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어떤 갈등이 드러나기 시작할 때 정치권에서는 소속 정당이나 정파의 이익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이익에 미치는 좋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인지 등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에 비해 "어떻게 하면 국가의 장래에 도움이 되도록 조종할 것인지"에 쏟는 관심은 월등히 낮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갈등의 주체들은 서로 목소리를 높여서 보다 많이 언론에 노출되고 보다 많이 관심을 끌려고 혈안이 된다. 정치권이나 언론이 적극적으로 이러한 갈등의 표출과 조정에 역량을 발휘해야 하지만 아직은 크게 성공하는 것 같지 않다.

갈등의 주체들은 설령 내 주장이 원래 의도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더 부수적으로 반영되거나 다음 기회에 배려를 받을 것이라는 보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밀리면 죽는다는 식으로 법이나 규칙 등을 위반하기 일쑤다. 타인의 피해를 막기 위해 규정을 준수하고 질서를 유지해야 할 책임을 질 경찰은 여기 저기 눈치를 보느라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갈등 관리 능력과 함께 한국 사회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부패 관리 능력이다. 어느 조직이나 부패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한국에서 부패에 대한 인식과 그 관리 능력은 많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월등히 떨어진다.


위 그림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가 최근 다른 자리에서 강연하면서 자료에 포함한 내용이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이 행운이나 인맥이 아니라 노력이다"라는 명제에 동의하는 비율이 한국의 경우 특히 젊은 세대에서 다른 비교대상국보다 월등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결국 부패에 대한 인식 정도를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며 한국이라는 국가가 관리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물의가 되는 부패는 관료나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연루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에서 부패에 대한 처벌은 일반인들의 인식 수준보다 훨씬 약하다는 느낌을 준다. 대주주의 전횡이나 배임에 대한 처벌도 역시 약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주주는 회사의 지분을 남들보다 조금 더 보유하고 있어서 수많은 주주들을 대신해서 회사를 경영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전적으로 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문제는 사법당국이 보이는 태도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기업의 대주주는 다른 주주는 물론 종업원들에 대해서도 마치 "내가 기업을 세워 경영하는 덕분에 당신들이 급여를 받고 생계를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태도를 보일 때가 많다. 이것은 물론 절대로 잘못된 것이다. 따라서 주주나 (넓게 보아) 종업원들에 대한 배임 행위에 대한 처벌은 대한민국의 경우 절대적으로 관대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위 도표 역시 KDI 관계자의 강연 자료에서 빌려온 것이다. 이 도표에서는 공직폐쇄성 정도와 부패의 정도과 비례하는(즉 반부패지수와 반비례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공직의 채용, 유지 및 승진이 폐쇄적으로 운영될 수록 그 사회의 부패 정도는 높아진다는 뜻이다. 한국은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공직을 개방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최소한 지난 20여년간 바라본 바로는 이는 구호에 그치는 경향이 많았다.

민간에서 경험을 인정받아 설령 공직에 발탁된다고 해도 조직 내에서 핵심부서에 배치되기는 힘들며 그것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존 조직과 융화되지 못해 결국 조직을 떠나는 사례를 많이 보았다. 부패가 적발돼 처벌 받으면 "법을 어겼으니 당연히 중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보다 "재수 없어서 걸렸다"거나 속된 말로 "찍혔구나"라고 말하는 경우를 보았다.

기업인이든 공적인 인물이든 위법 사항이 있으면 조사 중인 피의 사실을 언론에 새나가도록 하거나 카메라 앞에서 망신 주는 듯한 절차는 생략해도 좋으니 조사와 처벌만 확실히 해 달라는 게 국민들의 바램이다. 실컷 카메라 앞에서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고 정작 처벌은 미온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풍조가 지속된다면 한국은 가계부채 급증이나 인구감소 문제에는 비할 수 없는 크나큰 장애물에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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