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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스크랩) 현대자동차에는 한국 노사관계가 있다

(※ 네이버 블로그 『새나의 창고』에 게시된 책소개 글을 공유한다. 책소개 글이라기보다 한 편의 별개 책이라고 해도 좋을 분량이다. 책 내용 정리 부분은 생략한다. 여기를 클릭하면 블로그 글 전체를 볼 수 있다.)


저자 박태주 | 매일노동뉴스 | 2014.06.23 | 페이지 424 | ISBN  9788997205240

■ 과거 본 블로그에 올린 유사 주제의 글도 소개한다
☞ 비정규직 문제보다 정규직 문제가 더 심각한 것 아닐까

이중노동시장을 해소하는 데는 역시 정규직의 양보가 필요하다.

한국의 문제 많은 노사관계를 상징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현대자동차의 노사관계를 정리한 책이다. 솔직히 속 시원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대안은 없는가'라는 소제목을 단 이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강자인 사측이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해법이 우선 등장하며, '노동문제의 글로벌 허브'라는 다소 이상적으로 보이는 제안에 이어 현대차 노조의 사회적 연대를 촉구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기업 경영에 대한 노동의 참여를 통한 노사간의 고용안정협정,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사회적 연대가 현대차, 아니 우리나라의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양대 과제라는 것이다. 물론 현실에 옮기기는 둘 다 쉽지 않은 이야기이다.

(내용 정리는 블로그 글을 참조 바람.)

여기서 몇 가지 생각할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도, 현대자동차 회사와 정규직 노조 사이의 관계 개선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향방을 좌우할 중요한 과제일 수는 있지만 한국 사회 전체의 가장 심각한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 문제 해결에 있어서 중요한 선결 과제는 아니다. 현대자동차 회사측과 정규직 노동자만의 타협은 그 비용을 사내외의 하청 및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가시킬 가능성이 높다. 현대자동차 사측과 정규직은 물론이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나아가 협력업체 경영진과 노동자가 모두 모여 '대 타협'을 해야 비로소 근본적인 정규직-비정규직, 원청-하청 노동자의 격차 문제가 해소될 것이다.

저자가 흔히 노사 타협의 필수 조건으로 인식되는 신뢰를 '보복능력에 의존하는 권력의 언어'로 규정하면서 배척하는 대목은 솔직히 생경하게 느껴졌다. 어차피 신뢰는 이 책의 주요 개념이 아니니 그냥 넘어갔지만, 신뢰라는 개념을 이렇게 무력화시킬 경우 자칫 '모든 것이 힘으로 결정된다'는 팍팍한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저자가 이상으로 삼는 유럽식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그 중에서도 노동자의 힘이 가장 강력한 공동결정제도가 과연 그렇게 좋은 제도인지도 의문이다. 가장 단적인 예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공동결정제도에 포르셰 가분, 니더작센 주정부 지분까지 얽혀 있으니) 폭스바겐의 최근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이다. 유럽연합 결성 이후 상당수의 독일 기업들이 유럽연합의 제도를 이용하여 공동결정제도를 '우회'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사측의 힘이 더 강하니 사측이 계급 타협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더니만, 나중에 가서는 결국 강한 노조가 있어야 한다고 먼저와 모순되는 얘기를 하고 있다. 신뢰도, 타협도 서로 힘의 균형이 맞아야 성립하는 것일 터이며, 공동결정제도는 노조를 그 세력 기반으로 한 진보 정당이나 사민주의 정당이 집권에 성공할 때 비로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내 생각에, 역시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힘이 그렇게 강하지 않다. '전투적 경제주의'를 통해 월급을 많이 받고 피상적인 고용 안정을 보장받을 정도의 힘이 있을 뿐, 사측과 공동 경영 전략을 짠다던가, 소득의 감소를 무릅쓰고 노동 시간 축소, 노동시간계좌제 등 '내부적 유연성' 도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주도할 정도의 '진정한 힘'은 없는 것이다. 결국 '노조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원칙론으로 돌아온다. 언제나 사측은 노조보다 강할 수밖에 없지만, 노사 사이에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이 맞추어져야 뭔가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현대차 국내공장이 노동체제의 '글로벌 허브'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구체적으로 유럽 여러 자동차 회사의 노사 간에 맺어진 '고용안정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협정'을 현대차 국내공장에도 도입하자는 것이다. 회사는 노조에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그 대신 노조는 노동비용의 축소, 노동의 내부 유연화(노동시간계좌제를 바탕으로하는 노동시간 유연성 및 직무순환을 바탕으로 하는 기능적 유연성 제고), 생산성 증대 노력, 신규 직원의 임금을 낮추는 이중임금제도(!) 등을 회사에 약속한다. 작업장 생산질서를 제도화하여 현장감독자의 권위를 높이고, 미국 완성차업체와 자동차노조(UAW)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임금인상공식을 도입하는 것 역시 추진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역시 '강한 노조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본다. 강하니까 양보도 가능한 것이다. 고용안정은 지금도 어느 정도 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담보로 한 '경쟁력 제고' 합의는 사실 큰 양보이다. 노조원에게 '비정규직을 합한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확실히 보장받았으니 노동시간 및 기능의 유연성을 양보하고 생산성도 높이자'라고 설득할 수 있는 강력한 지도부가 필요한 것이다. 너무 비현실적인가? 우리는 폭스바겐의 경우 노사 합의가 노조 지도자에 대한 뇌물을 기반으로 일부 이루어졌음을 잘 알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은 위에서 이미 지적한 현대자동차 노동 문제의 하이라이트,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노동자의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 물론 정답은 사회적 연대의 강화이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일단 비정규직 노조와 통합하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하며, 나아가 산별노조의 정신을 지키면서 산별중앙교섭을 통해 협력업체 노동자와의 격차 완화에도 힘써야 한다. 물론 연대는 결코 쉽지 않다. 저자는 '비이기적인 연대는 유토피아일 뿐이며 이해관계의 공통성이 연대의 근원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나마 정규직 노조를 변화시켜 이해관계의 공통성을 확보하는 방안은 '노조의 사회적 고립'이라는 일견 황당해 보이는 수단밖에 없는 듯하다. 정규직 노조를 끊임없이 비판하면서 양보를 받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 압력은 아마 정치권에서 오는 것이 그나마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조합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라면 금상첨화이겠지만, 기존 제1야당일 가능성이 제일 높겠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양보를 받을 것인가 한 번 생각해 본다.

첫째, 일단 사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서는 노동시장 단축 및 성과급의 축소가 필요하다. 이는 일반적으로 얘기할 때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 증대, 그리고 임금의 유연성에서 노동시간의 유연성으로 전환하면서 고용을 보장받는 것을 의미한다. 단적으로, 주야 3교대제 및 주말근무 전담 인력의 도입으로 시간외수당을 없애고 성과급 역시 없앤다면 현대자동차 정규직의 연봉은 9,600만원에서 5,300만원 수준으로 급격히 하락하게 된다. 사실상 정규직 연봉을 현재 비정규직 연봉 수준으로 삭감하는 정말 급격하고 혁명적인 변화이다. 하지만 그 대신 현재 비정규직의 정규직 편입은 물론 새로운 정규직 일자리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목표가 아니겠는가. 사실 이것이 광주광역시에서 추진하는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의요체이기도 하다.

둘째, 회사 밖 협력업체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아우르는 진정한 연대임금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별중앙교섭을 재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중요한 것이 산업평화의 보장, '정치파업'의 지양이다. 그동안 FTA 반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철도 민영화 반대, 임금피크제 반대 등의 여러 이슈를 기반으로 한 파업이 있었지만, 과연 어떤 효과를 거두었는지 곰곰 생각해 볼 때이다. 진정한 연대임금제라는 가장 중요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치파업'은 좀 쉬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납품단가 협상이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끼어들기 때문에 산별중앙교섭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일단 시작은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강자인 현대차 회사 및 기존 정규직 노동자가 양보하고, 약자인 협력업체 회사측 및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득을 보는 방향으로 단 한 발자국이라도 전진한다면 어쨌든 세상은 개선되는 것이니까.

마지막으로, 현재 현대자동차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신규 채용 협상이 좀더 현실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물론 당장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그동안의 임금차액도 한꺼번에 받아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또 법원의 판결에 충실히 따르는 것이겠지만, 회사측의 경제적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회사, 정규직, 비정규직 3자가 서로 양보하여 새로운 협상안을 만드는 것이 수천명 비정규직 노동자가 개별적으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것보다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을 당장 정규직으로 전환하되 임금 차액은 일부만 지급한다든가, 임금 차액 보전액 중 일부는 정규직 노동자가 십시일반으로 부담한다든가 하는 아이디어를 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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