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주일간 말레이시아 여러 곳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예전에 잠시 살았던 경험이 있는 만큼 굳이 말하자면 추억여행이었다. 항공권과 호텔, 일정 등 모두 직접 인터넷을 통해 해결했다. 휴양이 목적이었던 만큼 특별히 새로운 장소를 경험한 것은 없지만 느낀 점이 몇 가지 있어 혹시 도움이 될 사람들을 위해 공유하고자 한다.
1. 우버택시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말레이시아의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는 택시다. 그 점을 익히 알고 있기에 우버택시에 대한 기대를 처음부터 약간 가졌지만 도착 당일에는 확신도 없고 경험도 없어 택시를 이용했다. 공항에서 미터 전용 택시 쿠폰을 판매하기에 쿠폰을 구매하고 밖으로 나왔더니 파란색 공인 택시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았지만 내가 탄 차는 큰 택시여서 요금이 훨씬 많이 나왔다. 그 뿐 아니라 목적지 주변에서 택시가 헤매는 바람에 예상보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요금도 많이 나왔다. 이런 경험으로 다음날부터 우버택시를 사용하기로 했다.
첫 이용은 만족스러웠다. 스마트폰에 인터넷만 연결되면 출발지 지정, 가능한 차량 확인, 목적지 지정, 예상 요금 확인, 호출 순서로 진행하면 끝이다. 호출 뒤 몇 초 뒤에 차량 종류와 번호판, 운전자 사진과 이름, 그리고 운전자에 대한 과거 이용자들의 별점, 휴대폰 번호 등이 바로 전송됐다. 다만 결제할 신용카드 정보를 사전 내 계정에 공개해야 하는 문제는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냥 내리면 된다. 요금은 사전에 제시된 예상 금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 못미더우면 기사에게 얼마 나왔냐고 물으면 알려 준다. 내리고 난 뒤 몇 몇 분 이내에 이메일로 이용 내역과 요금 등이 담긴 이메일이 도착하고 신용카드 회사에 결제 알림 서비스를 등록했다면 결제 금액이 통보된다. 이후에도 4-5차례 더 우버택시를 이용하면서 대체로 큰 불만이 없었다.
그러다가 문제가 생겼다. 웬만한 거리를 이동하려고 우버택시를 불러 탔는데 기사가 중간에 "내비가 평소 코스와 다른 코스를 제시하는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길래 교통 체증 현상을 잘 아는 나는 "그렇게 하자"고 했다. 문제는 이후에 내비게이터에 이상이 생기면서 결국 2배 정도 먼 길로 돌아가야 했다. 당연히 요금은 처음 예상금액보다 70% 정도 더 나왔다. 기사는 "미안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었다"고 했다. 나는 '회사에 즉시 보고하라. 나도 알아보겠다"고 하면서 내렸다.
나는 잠시 뒤 내역서 이메일에 첨부된 피드백 링크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요금 재조정을 요청했다. 그날 밤 이메일 답변이 왔고 "검토 결과 코스가 비정상적이었고 따라서 요금도 정산을 했다"는 이메일이 왔다. 그 결과 처음 예상 요금 수준으로 요금이 조정됐다. 놀라운 속도로 문제가 해결됐다.
2. 말레이시아는 별로 변한 게 없었다
몇년 만에 가 본 말레이시아는 별로 변한 게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택시를 믿고 타기 힘든 상황은 계속됐고 버스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쇼핑은 편리했고 중저가 상품은 풍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없는 제품이라고 할 만한 것은 예전보다 없었다. 간혹 열대 기후에 맞는 특이한 디자인의 의류가 있기는 하지만 이제 국내에서도 인터넷으로 구매가 가능하니 큰 장점은 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변한 게 없는 것이 아니라 좋지 않은 쪽으로 변한 게 많았다. 상점 직원들은 예전만큼 친절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손님이 둘러보는 동안 끼어들어서 "나가든 사든 빨리 하라"는 태도는 없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은 점원들이 많았다. 또 한 번은 구매한 다음 날 교환해달라고 하자 신경질을 내는 점원도 있었다.
택시 문제는 더욱 나빠졌다. 쇼핑몰이나 공항에서는 미터 택시 이용권을 판매했다. 그런데 그 이용권을 샀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지는 아직도 확실치 않다. 대기중인 택시는 어차피 요금이 비싼 이른바 우등택시 뿐이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흥정을 잘 해서 싸게 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주요 현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극히 낮은 수준인 듯했다. 예를 들어 프로톤 이외에 페로두아라는 회사가 생산한 차가 많이 보이길래 우버택시 기사에게 물어봤더니 잘 모른다고 했다. 그 밖의 몇가지 사안에 대해서도 주민들과 얘기해 보니 잘 모르거나 아예 관심이 없는 듯했다.
수도 도심지 교통은 더욱 악화됐다. 고층건물은 계속 들어서고 있는데 도로 사정은 개선되지 않은 것이 이유인 듯하다.
3. 한국 문화와 상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듯하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쿠알라룸푸르 중심지에서 한국 음식이나 제품에 대한 인지도는 안정적으로 형성돼 있는 듯했다. 한국산 화장품과 의류, 그리고 음식점도 그런 대로 자리를 잡은 느낌이었다. 이른바 한류에 대한 인지도도 성장세 자체는 둔화됐지만 상당한 수준이었다. 첫날 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심야에 많은 젊은이들이 공항에 모여 있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한국 아이돌 그룹 멤버가 나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와서 팬들이 몰려온 것이라고 했다.
삼성의 휴대폰 신제품 행사도 성대하게 진행됐고 며칠 내내 사람들이 몰렸다. 웬만한 호텔에서는 태양의 후예 같은 프로그램이 하루 종일 방송됐다. 현지에서 한국 물건 잡화상을 하는 친구 말에 따르면 한류는 이제 신드롬 수준은 아니지만 꾸준한 수요를 끌고 있다고 한다. 물론 한국 음식을 파는 작은 음식점들은 한국인이 운영하지 않는 곳도 많기는 하다. 한국인이 제대로 운영하려면 그만큼 재료비 등이 많이 들어 값이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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