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증권 보고서 내용 중 주요 부분)
I. 중국 수출지표, 믿을 수 있나?
2015년 2~3월 데이터의 급등락을 감안해야
최근 발표된 중국 3월 수출의 호전(전년 동기대비 +11.5%) 소식에 많은 투자자들이 ‘수출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매년 2~3월 마다 반복되는 중국 수출의 급등락 현상을 감안할 때, 3월의 수출 호전 뉴스를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참고로 중국 수출 통계의 2~3월 급등락 현상은 2014년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해 2월 수출은 -18.1%를 기록한 데 이어 3월에는 -6.6%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1월과 4월의 수출증가율은 각각 10.5%와 0.5%의 증가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2월의 춘절 연휴 때문에 공장가동률이 급등락하는 것을 감안한다 해도, 2014년의 중국 수출입통계는 매우 비정상적인 것이었다.
이 결과, 2015년 2~3월 통계 역시 매우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1월 -3.2%, 2월 +48.3%, 3월 -15.0%. 이쯤 되면 중국 통계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까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올해 2~3월의 중국 수출 통계 역시 주정뱅이의 걸음마냥 급등락해, 2월에는 -25.4% 그리고 3월에는 +11.5%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한국 수출과 중국 수입 통계를 함께 살펴보자
3월 중국 수출통계를 보고 ‘수출회복의 징후’를 이야기하기 어렵다면, 대체 어떤 통계를 이용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중국의 대미∙대유럽 수출과 같이 교역 상대방의 수출 통계를 이용하는 것이지만, 이들 선진국의 수출 통계는 늦게 발표되기로 유명해 ‘신속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 참고로 미국의 수출입 통계는 이제 2월 통계가 발표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는 바로 중국의 수입과 한국의 수출통계라 할 수 있다. (중략) 이 두 지표는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중국 수출통계가 보여준 2~3월의 급격한 등락을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두 지표 모두 저점과 고점을 거의 같은 시기에 경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이런 현상은 지극히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글로벌 공급사슬(Supply-Chain)에서 두 나라는 매우 밀접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 애플의 아이폰이 잘 팔리면, 선전의 팍스콘 가동률이 상승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한국 전자부품 업체의 대중수출도 증가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런데 2월과 3월 한국의 수출과 중국의 수입 통계는 여전히 ‘바닥’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수출은 2월과 3월 각각 -12.2%와 -8.1%를 기록했으며, 중국의 수입증가율은 2월과 3월 각각 -13.8%와 -7.6%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즉, 1~2월의 부진에서는 벗어나고 있지만 아직 ‘바닥’을 이야기하기는 힘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II. 수출 부진의 이유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글로벌 교역 감소
앞에서 중국과 한국의 수출 통계를 살펴본 바 있는데, 조금 더 범위를 확대해서 아시아 공업국 수출 동향을 살펴봐도 대동소이하다.
3월 수출 기준으로 인도는 -5.5%(2월 -5.7%), 대만은 -11.4%(2월 -11.8%), 싱가포르는 -14.1%(2월 -3.3%), 인도네시아는 -13.5%(2월 -7.1%)를 기록하고 있다. 즉, 한국의 수출경쟁력 약화 문제가 아닌 공통의 요인이 수출 부진을 유발했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수출 부진을 유발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글로벌 교역량의 감소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략) 네덜란드 CPB에서 집계하는 세계교역량(물량 기준) 통계는 2015년 하반기 이후 세계교역량의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2015년 6월 전년 동기대비 4.5% 성장했던 것이 9월에는 1.1% 증가에 그쳤으며 2016년 1월에도 1.1%의 증가율을 기록해 국제 교역이 거의 증가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교역량 감소의 원인은 어디에 있나?
이렇듯 글로벌 교역량이 감소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야 ‘원자재 먹는 하마’ 중국의 교역량 감소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답은 동어 반복에 불과하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중국의 수입 부진은 수출 부진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수입, 특히 소비재관련 수입은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등 중국 내수는 나쁘지 않다. 결국 문제가 생긴 것은 중국의 부품 및 자본재 수입 감소인 것이며, 이는 다시 되돌이표처럼 중국의 수출 부진에 원인이 있다.
그럼 왜 중국의 수출이 둔화되고 세계 교역량의 증가세가 정체되었을까?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최근 미국의 소비지표가 크게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수입수요가 둔화되는 것은 기업들의 재고가 최근 크게 증가한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아래의 ‘그림’에 보듯, 미국 기업들이 보유한 재고 수준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다시 급증하자 적정 수준으로 재고를 줄이는 과정에서 아시아 공업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III. 수출은 언제쯤 회복될까?
글로벌 교역량의 회복은 빨라야 올 하반기
최근 한국 수출부진의 원인이 결국 세계 교역량의 감소와 선진국 기업들의 재고 증가에 있다는 것을 파악한 만큼, 이제 수출 회복의 시기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OECD 경기선행지수와 미국의 매출액 대비 재고비율의 추이를 보면, 경기선행지수가 개선흐름으로 돌아선 다음 약 3개월이 경과한 후에야 매출액대비 재고비율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OECD 경기선행지수의 악화 흐름이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상하이 G20 회담 이후 금융시장의 여건이 개선되고, 특히 주요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반등한 것은 분명 긍정적인 흐름임에 분명하다. 다만 센티멘트의 개선이 곧바로 실물지표의 호전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전 주말 발표된 미국의 4월 제조업 PMI는 50.8pt로 낮아져, 2009년 9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바 있다.
따라서, 이상의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글로벌 교역의 개선은 빨라야 하반기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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